"수영장이 따로 없군".
24일 오후 대구구장. 삼성 라이온즈의 한 관계자는 폭우 속에 물바다가 된 대구구장 덕아웃을 바라보며 한 마디 던졌다. 삼성 선수단은 이날 오후 3시부터 훈련할 예정이었으나 뜻하지 않은 물폭탄 속에 예정보다 30분이 경과된 3시 30분부터 몸을 풀었다. 현장 요원들도 방수포를 걷는 작업보다 덕아웃에 가득 찬 물을 퍼내는데 더 많은 노력을 쏟아 부었다.
지난 15일 대구 한화전 이후 두 번째 물폭탄. 그러나 개선된 건 하나도 없다. 이 관계자는 "지난 번에 한화전 때에도 배수시설이 막혀 곤욕을 치렀다"며 "몇 차례 보수를 요청했지만 이렇다할 방법이 없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덕아웃 뿐만 아니라 사진전송실, 코칭스태프 휴게실에도 물이 가득 찼다. 특히 콘센트 바로 밑까지 물이 차올라 감전 사고의 위험도 노출했다.


지난 1948년 건립된 대구구장은 8개 구단 가운데 가장 열악한 야구장으로 손꼽힌다. 대구시는 올 시즌 개막에 앞서 관중석과 화장실 등 일부 시설을 개보수했으나 낙후된 기존 시설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했다. 이 관계자는 "그나마 훈련하는 날이니까 다행이니 경기라도 했으면 어떻게 할 뻔 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선동렬 삼성 감독은 낙후된 대구구장에 대해 "여기는 아마추어 선수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고 돔구장이 아니더라도 2만5000명 정도 수용할 수 있는 야구장을 신축해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대구구장은 수년 전부터 3루 측 선수대기실 복도 벽면과 바닥에 균열이 생겼고 경기장의 일부 철근도 부식이 진행될 만큼 위험 수위에 이르렀지만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 해마다 대구시는 야구장을 건립하겠다고 공언했지만 말 그대로 공언에 불과했다. '기다리다 지친다'는 노랫말만 떠오를 뿐이다.
wha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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