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업계 스마트 리더십
[이브닝신문/OSEN=김미경 기자] ‘남편’ 때문이었다. 이미순 ㈜비코티에스 대표가 ‘그들만의 리그’에 뛰어든 이유다. 그것이 전부였다. 여행업계는 남녀 성차이가 뚜렷했다. 중견기업 규모의 여행사에서 여성 임원(CEO)을 찾기란 쉽지 않다.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니 두말할 것도 없다. 처음엔 그녀, 악착같이 덤볐다. ‘마초’ 조직에서 여성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는 아줌마 파워, 그녀의 얘기다.

▲출발 선상에 서다
대한민국에 사는 워킹맘(일하는 주부)은 쉴 틈이 없다. 오죽하면 아침에는 회사에 일하러 나오고 저녁에는 집으로 일하러 간다고 할까. 워킹맘의 실상은 애처러울 정도다. 그런데 그녀가 웃는다.
“일본어를 전공하고 자연스럽게 외국계 회사를 입사했다. 그뒤 일본에서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했다. 1997년 남편은 일본에서 작게 여행업을 시작했다. 한국인 관광객들의 숙박이나 현지관광을 핸드링하는 일이었다. 그런데 1년도 채 안돼 IMF가 터졌다. 직원들도 내보내야 했다. 결국 첫 아이를임신한 채로 남편을 도왔다. 일의 재미, 그런 건 없었다. 악착같이 견뎠다. 일본 여행업 관계자들 사이에서 ‘도깨비’(악마)라는 별칭으로 불려졌다.”
▲흐름을 보는 안목
2000년께 미국에서는 한창 FIT(자유여행) 붐이 일었다. 여행사를 직접 통하지 않고 직접 호텔을 예약하고 항공권을 구입하는 방식이다. 이미순 대표도 호텔예약업에 뛰어들었다.
“처음 2~3년은 꽤 힘들었다. 안목을 믿었다. 주위에서도 인정해주기 시작했다. ‘열심히’보다 ‘일 잘하는’ 사람으로 꼽혔다.”
직원 없이 시작했던 사업도 10년 뒤인 현재 100여명으로 늘어났다. 최근엔 전 세계 호텔예약 사이트 ‘오마이호텔’을 오픈, 5층 규모의 사옥도 지었다.
▲일과 가정, 그리고 균형
“아침 6시50분 전화영어로 하루를 시작한다. 영어로 감정을 표현하는 게 서툴다. 아이 셋을 등교시키고 출근을 서두른다. 보통 오후 10시 집에 들어간다. 퇴근시간은 늘 일정하지 않아 아이들에게 미안하다. 그래서 책도 자주 읽고 얘기를 많이 하는 편이다. 요즘엔 봉사활동을 자주 한다. 원동력이 된다. 심장이 뛰고 있는 기분이랄까.”
▲소통의 리더십
이제 일이 재밌다고 말하는 그다. 일 자체에 스트레스는 없다. 틀을 부수고 새로운 시도를 실천했을 때 되돌아오는 그 쾌감도 즐긴다.
“과거 일 잘하는 CEO였다면 이제야 사람 쓰는 테크닉을 갖췄다. 그러나 정치적이지는 못하다. 결국 사람이 하는 일, 그만의 색깔도 중요하지만 호흡(소통)이 필요하다. 고객, 직원, 그리고 진심. 수평적 관계인 것이다.”
kmk@ieve.kr /osenlif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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