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게 돌아왔다.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진짜 많이 힘들었다". 올 시즌 처음으로 타율 3할을 돌파한 박용택(31, LG 트윈스)의 첫 마디였다.
'쿨가이' 박용택이 지난해 타격왕의 위용을 되찾았다. 박용택은 25일 광주구장에서 열린 2010CJ마구마구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전에 3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해 5타석 3타수 2안타 2타점 1볼넷을 기록하며 시즌 타율을 3할2리로 끌어올렸다. 박용택은 특히 7-7로 동점이던 8회초 결승타까지 날리며 팀을 8-7 극적인 승리로 이끌었다.
박용택은 경기 후 OSEN과 전화 통화에서 "너무 거꾸로 걸어온 길이었다"며 "모든 것을 다 내려놓자는 마음을 먹으면서 하나 둘씩 문제가 풀려나간 것 같다"고 말했다. 박용택은 개인 성적은 3할을 찍었지만 팀과 팬들이 그렇게 바라던 가을야구에서 멀어진 것에 대해 주장으로서 거룩한 책임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면서 그는 타율 3할에 복귀할 수 있었던 '3가지 내려놓음'에 대해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타격 슬럼프…'마음을 내려놓음'
문득 지난 3월 26일 박용택과 대화가 생각났다. 개막전을 치르러 대구에 내려가기 전 "타격 밸런스가 완전히 무너졌다. 아마도 일주일은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분명 일주일이라고 말했는데 5개월이 걸렸다. 박용택은 3월 3경기에서 12타수 무안타로 출발하더니 4월 18경기에 59타수 13안타로 2할2푼을 기록했다. 4월 한때 타율은 1할8푼3리까지 떨어졌다.

박용택은 "못 일어날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용써도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6월 중순까지 그렇게 연습을 해도 도무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아마 이때 2할1푼대에 상당시간 머물렀다. 이제는 숫자로서는 더 이상 만회하기 어렵다는 생각도 들었다. 2달 동안 4할을 친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조금씩 마음을 비웠다. 그냥 시즌 끝날 때 좋은 모습을 보여주자는 것이 나의 마지막 목표였다"고 말했다.
마음을 비우고 내려놓자 공이 배트에 조금씩 맞아 나가기 시작했다. 7월에는 21경기에서 81타수 32안타로 3할9푼5리를 기록했다. 8월 현재 19경기에 출전해 70타수 27안타 3할8푼6리로 고공 행진 중이다. 최근 8경기 중 7경기에서 멀티히트(한 경기 2안타 이상)를 기록하며 5할8푼1리(31타수 18안타)다.
▲서용빈 코치와 대화…'자존심을 내려놓음'
박용택은 지난 6월 중순 서용빈 타격 코치와 경기장 밖에서 만났다. 야구 배트와 공이 아닌 소주병과 소주잔을 사이에 놓고 대화를 시작했다. 둘 사이에 타격 이론과 관점에 있어서 약간의 차이가 있었다. 그전까지는 잘 되지 않았던 서용빈 코치와 대화가 잘 되기 시작했다. 박용택이 먼저 자존심을 내려놓았다.
박용택은 "당시 내 타격에 관련된 것 뿐 아니라 팀 내에서 문제가 불거지며 주장으로 힘들었다. 그 전까지는 서로가 조심스러운 입장이었다. 내가 먼저 도움을 못 요청한 것도 있었다. 이 시간을 통해서 내 마음이 편해졌다"고 말했다.

▲연습이 아니라 집착…'연습도 내려놓음'
LG 박종훈 감독도 박용택의 모습에 항상 안쓰러워했다. 매일같이 가장 이른 시간에 경기장에 도착해 가장 늦은 시간까지 운동을 하는 박용택이 슬럼프에 힘들어했다. 끊임없이 연습을 했지만 변화가 없었다.
박용택은 "냉정하게 생각했다. 결국엔 내가 오버했다고 느꼈다. 당시의 내 스윙폼에서 문제점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연습도 많이 했다. 연습도 연습이 아니라 집착이었다. 내가 할 것만 하면 되는데 내가 더 오버했다. 그래서 연습도 내려놓았다. 대신 타석에서 간결한 스윙과 타격 리듬을 찾는데 주력했다. 하나 둘씩 공이 맞아나갔다. 그러면서 지난 시즌 자신감이 살아났다"고 말했다.
▲가을야구…주장으로서 부담감
시즌 개막과 함께 LG는 팀 내 일들이 외부에 알려졌다. 소소한 일까지 외부에 퍼지면서 사건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선수가 정말 야구만 즐겁게 해야 하는데 일이 많았다. 이것 또한 감수해야 할 부분이지만 감당하기 쉽지 않았다.
이에 대해서 박용택은 "LG도 결국에는 성적이다. 모든 선수들이 '올해는 성적 내야 돼'라는 부담감이 너무 컸다. 솔직히 야구는 어제 못하면 오늘부터 잘 하면 되고, 오늘 못하면 내일부터 잘 하면 된다는 마음이 필요하다. 선수 뿐만이 아니라 LG 트윈스라는 야구단 자체가 성적이 안 난 것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LG는 18경기를 남겨둔 26일 현재 50승3무62패로 6위에 머물러 있다. 박용택은 "아쉽지만 현재 상황에서 만회하려고 해도 할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며 "대신 경기장을 찾으신 팬들을 위해 매일매일 최선을 다하자"고 선수들에게 주문한다.
박용택은 힘든 시간 동안에 책을 읽었다. 그가 읽었던 책은 '긍정의 힘, 내려놓음'과 같은 마음을 다스리는 책들이었다. 박용택은 "다시 올라올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는데…"고 말한 뒤 "남은 경기에서 좋은 그림이 나오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보통 야구를 인생과 비교한다. 끝없이 추락하라는 법은 없다는 것이다. 지난 5개월 동안 박용택의 타율을 보면 알 수 있는 듯 하다.
agass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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