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가장 안 좋은 투구 내용 때문인지 착잡한 기색을 숨기지 못하더라".
올 시즌 가장 해외무대, 특히 대한해협 건너에서 관심을 집중시키는 선수는 누굴까. 프리에이전트(FA) 자격 취득까지 시일이 있는 류현진(한화)도, 올 시즌 최고 타자로 각광받고 있는 이대호(롯데)도 아니다. 계약이 만료되면 곧바로 떠날 수 입장인 외국인 선수임이 분명하다.

2010시즌이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는 가운데 일본 센트럴리그 한신 타이거스 스카우트가 지난 25일 잠실구장을 찾았다. 이날 두산 선발로 등판한 켈빈 히메네스(30)의 경기를 보기 위해서다. 히메네스는 올 시즌 14승 4패 평균 자책점 3.20(26일 현재)을 기록하며 카도쿠라 겐(SK)과 함께 올 시즌 가장 주목할 만한 외국인 투수로 활약 중.
카도쿠라의 경우 2006시즌 요코하마에서 탈삼진 타이틀을 획득한 뒤 요미우리로 FA 이적했으나 2년 간 족적없이 방출 칼날을 맞았다. 최고령 좌완 쿠도 기미야스(현 세이부)의 보상선수 이적을 초래했을 정도의 기대를 모았으나 팀을 옮긴 후 활약이 없어 같은 FA '먹튀' 신세였던 좌완 노구치 시게키와 함께 방출 수순을 밟았다. 이를 감안했을 때 일본이 노리는 1순위 외국인 투수는 히메네스임에 틀림없다.
한 야구인은 경기 중 "한신 타이거스 스카우트가 국내 최고 좌완 류현진이 아닌 히메네스의 투구를 보기 위해 잠실을 직접 찾았다. 다음 시즌 외국인 선수 인선에 관련해 지켜보고자 했으나 히메네스의 활약이 마땅치 않아서인지 착잡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더라"라고 밝혔다. 이날 히메네스는 한화 타선의 예봉을 견디지 못한 채 4⅓이닝 6피안타 5실점(4자책)으로 승리를 따내지 못했다. 제 컨디션 하에서 히메네스가 보여준 올 시즌 최악의 투구.
그러나 히메네스를 향한 일본의 구애가 여기서 그치지는 않을 전망이다. 한신 만이 아닌 히로시마 도요 카프와 사이타마 세이부 라이온스 등이 히메네스의 존재를 알고 영입 선상에 놓았기 때문. 연봉 상한선 하에서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커다란 열세를 지닌 국내 야구 시장을 감안하면 시즌 후 히메네스가 물량 공세에 넘어갈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예년에 비해 외국인 투수들의 전체적 활약도가 다소 미약한 것은 사실이지만 일본의 관심도는 아직 여전하다. 히메네스는 물론 상대적으로 젊은 라이언 사도스키(롯데)는 일본 구단에서 적어도 차선책으로 생각하는 투수로 꼽을 수 있다. 지난해 요코하마에서 활약한 레스 왈론드(두산)나 최근 퇴출 칼날을 맞은 브랜든 나이트(전 삼성)와 달리 한국 무대에 곧바로 직행, 일본 무대에서 알려지지 않은 스타일의 투수인 만큼 승산있는 카드라는 전제 하에서 이목을 집중시키는 중.
히메네스의 경우는 현장에서 다니엘 리오스(전 야쿠르트)보다 낫다는 평을 받기도 한다. 리오스와 히메네스의 투구를 모두 지켜본 김경문 두산 감독은 "오히려 히메네스가 더 낫다는 생각도 든다. 리오스가 몸에 맞는 볼이 많아 바깥쪽 대결을 자주 펼친 반면 히메네스는 몸쪽 공도 거침없이 뿌려댄다"라며 투구 내용에 있어서는 히메네스에 점수를 더 높게 주었다.
일본 무대에서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권토중래의 심정으로 한국 무대를 노크하는 외국인 선수가 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타이론 우즈(전 요코하마-주니치)나 세스 그레이싱어(전 야쿠르트-요미우리)처럼 '코리안 드림'을 넘어 '재팬 드림'까지 그려내는 선수들도 있는 것이 사실.
현역 스카우트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주가를 올린 히메네스가 과연 다음 시즌에도 두산 유니폼을 입을 수 있을까. 실력이 검증된 선수인 만큼 시즌 결과를 차치하고 그의 재계약 여부는 두산 팬들의 관심을 끌어모을 수 있는 요소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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