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손남원의 연예산책] 한 영화가 천만 관객을 돌파하고 TV 프로가 전국시청률 40%를 넘어서는 초대형 흥행은 사회 현상에서 비롯된다. 영화와 드라마, 예능 프로 자체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게 연예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누가 보니 나도 본다" "다들 하니 내가 빠질소냐" 등 우리네 특유의 국민 특성과 군중 심리가 작용할 때 이같은 천만관객, 시청률 40%의 대박 신화가 탄생한다. 최근 KBS 2TV '제빵왕 김탁구'가 꿈의 시청률 40%를 돌파해 파죽지세로 달리는 비결은 이같은 사회현상으로 설명할 수 있다.
AGB닐슨미디어리서치 집계에 따르면 25일 방송된 '제빵왕 김탁구'는 전국 기준 43.6% 시청률을 기록했다. 오후 10~11시 사이에는 거의 두 가구중 한 가구가 옛 생각 물씬 나는 단팥빵 반죽 과정을 지켜보며 군침을 흘린 셈이다. 이는 지난 12일 방송분이 기록한 자체 최고 시청률 42.6%보다 1.0%포인트 올라갔다.

화려한 대도시의 그늘에 산동네가 있는 것처럼 천만관객, 40% 시청률의 환호 이면에는 엄청난 상대 앞에서 숨도 못쉬는 피해자들이 등장하기 마련이다. '실미도' '왕의 남자' '태극기 휘날리며' '괴물' '해운대' '아바타' 등 천만 관객 영화들과 개봉 시기를 같이했던 경쟁작들이 뜻하지 않게 큰 피해를 봤던 것처럼.
TV 프로도 마찬가지다. MBC 대하사극 '주몽'이 50%를 넘겼을 당시 KBS와 MBC의 같은 시간대 프로들은 숨 조차 제대로 쉬기 어려웠다. KBS 2TV 일요일 예능 '1박2일'이 순간시청률 45%로 최고점을 쳤을 때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는 3~4% 시청률로 존폐의 기로에 섰다.
MBC '일밤'의 김영희 CP는 현장으로 막 복귀했던 2009년 가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시청률 40%를 넘는 프로와는 어떻게 승부해도 상대가 되지 않는다. 상대가 실수해서 자체적으로 힘이 빠질 때까지 기다리는 방법밖에 없다"고 속내를 털어놓은 적이 있다.
결국 영화 흥행과 드라마 시청률의 절반은 각각 개봉시기, 방송 편성에 따른 운이 작용한다는 제작자들의 하소연이 결코 푸념만은 아니라는 방증이다.
요즘 '제빵왕'의 기세에 제대로 눌린 희생양은 MBC 전쟁 대작 '로드 넘버 원'이다. 소지섭 김하늘의 특급 캐스팅에 엄청난 제작비를 쏟아부은 블록버스터 드라마가 겨우 5%대 시청률로 바닥을 기고 있다. 두 드라마가 맞붙기 전, '제빵왕'이 사실상 KBS의 버리는 카드였다는 상황을 생각하면 아이러니컬한 현실이다.
하지만 늘 변수는 생기기 마련이다. '제빵왕'의 40%대 독주에 반기를 든 드라마가 눈길을 모으는 중인데 바로 SBS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다. '환상의 커플' '미남이시네요'로 발군의 이야기 솜씨를 자랑했던 홍자매 각본의 로맨틱 코미디다.
시청률 40%의 철옹성에도 틈새는 생기기 마련일까. 이승기-신민아 청춘 커플에 성동일 변희봉 윤유선 등 막강한 조연 라인으로 뒤를 받친 이 드라마는 '제빵왕'의 가끔씩 꼬이는 전개와 복수와 애증 등 무거운 소재에 압박을 느낀 시청자들을 받아들여 10%대에서 상승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AGB집계로는 이날 10.9%, TNS집계로는 14%를 기록했다. 특이한 점은 일요일 재방송 시청률이 16%를 넘어서며 본방송보다 더 많은 시청자가 몰리는 기현상을 일으킨다는 사실이다. 그만큼 '제빵왕'에 가려진 '구미호' 수요층이 탄탄하고 빠르게 확산중이라는 사실을 확인하는 수치다.
과연 40%대 드라마의 사회현상을 이승기-신민아의 발랄한 매력과 홍작가의 통통튀는 이야기로 맛깔지게 포장한 '구미호'가 얼마나 뚫고 들어갈수 있을 지 궁금해지는 요즘 수목 드라마 세상이다.
[엔터테인먼트팀 부장]mcgwir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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