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어지러워 쓰러지는 게 아니라니까요. 정말 눈앞에서 사물이 빠르게 돌아가는 게 무엇인지 알 수 있어요".
지난해 아픈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인지 타 팀 선배의 소식에 걱정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동안의 주장' 손시헌(30. 두산 베어스)이 최근 머리에 맞는 공으로 인해 병원 신세를 지고 있는 조성환(34. 롯데 자이언츠)이 쾌차하길 바랐다.

조성환은 지난 24일 사직 KIA전서 상대 우완 윤석민의 체인지업에 머리를 맞아 뇌진탕 및 외출혈 증세를 호소했다. 이에 앞서 15일 홍성흔이 윤석민의 투구에 왼손등 골절상을 당한 만큼 팬과 구단의 신경전도 극심한 상황.
25일 잠실 한화전을 앞두고 잠실구장에서 만난 손시헌은 "LG전이 끝난 후 화면을 통해 조성환 선배가 맞는 장면을 보았다"라고 밝혔다. 그와 함께 손시헌은 자신의 1년 전 상황이 떠올랐던지 굳은 표정을 보였다.
손시헌도 지난해 7월 7일 잠실 SK전서 상대 선발 고효준의 145km 직구에 왼쪽 뒷덜미 부근을 강타당해 앰뷸런스로 후송되었던 바 있다. 헬멧을 쓰고 있었기에 망정이지 만약 신체 장기 움직임을 주관하는 연수 부위를 직접 맞았더라면 큰일이 벌어질 뻔했던 위기를 겪기도.
동료들과 함께 이야기하던 손시헌은 "날아든 투구에 머리를 맞았을 경우에는 어떤가"라는 동료의 질문에 "세반고리관이 제 위치를 찾지 못해 균형감각을 잡을 수 없다"라고 답했다. 자세한 설명에 좌중에 잠시 웃음이 돌기도 했으나 손시헌의 이야기는 진지했다.
"그냥 빈혈 같은 증세로 툭 쓰러지는 게 아니에요. 일단 맞고 나면 앞의 사물이 뱅글뱅글 더 빠르게 돌아가면서 눈동자도 정신없이 돌아갑니다. 귀 안쪽에서 조정 감각을 주관하는 기관까지 제 위치를 찾지 못해서 충격 이후에도 한동안 정신을 못 차리게 마련이에요".
1년 전 일이 떠올랐기 때문인지 표정이 급격히 굳어졌던 손시헌. 그는 "조성환 선배가 훌훌 털고 조속히 그라운드로 돌아왔으면 한다"라며 따뜻한 동업자 정신을 보여주었다.
farinelli@osen.co.kr
<사진> 2009년 7월 7일 잠실 두산-SK전서 손시헌의 사구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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