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배영수, "힘과 기교 함께 활용하게 돼 기뻐"
OSEN 손찬익 기자
발행 2010.08.26 14: 48

"구속 회복보다 자신감을 갖고 던지는게 중요하다".
'영원한 에이스' 배영수(29, 삼성)가 자존심 회복을 위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삼성의 2년 연속 정상 등극을 이끈 배영수는 2007년 오른쪽 팔꿈치 수술을 받은 뒤 직구 스피드가 눈에 띄게 떨어졌다. 150km 안팎의 강속구는 130km 후반까지 떨어져 평범한 투수로 전락했다.
 

그러나 그는 끊임없는 노력 속에 22일 광주 KIA전에서 스피드건에 최고 146km를 찍었다. 그만큼 배영수에 대한 기대감도 커져가고 있다. 그는 "그동안 긴가민가 했는데 이제 그런 부분을 떨쳐버려 너무 좋다. 구속 회복 역시 자신감이 생겨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다음은 배영수와의 일문일답.
-시즌 개막을 앞두고 "스피드를 끌어 올리겠다", "구속에 대해 포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아직 100% 수준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만족할 것 같다.
▲구속 회복보다 자신감을 갖고 던지는게 중요하다. 그동안 긴가민가 했는데 이제 그런 부분을 떨쳐버려 너무 좋다. 구속 회복 역시 자신감이 생겨 그런 것 같다.
-구속 회복이 자신감을 되찾는 방법의 일부라는 의미인가.
▲투수는 자신의 공을 믿고 던져야 하는데 지난해 그렇지 않았다. 올 시즌에는 뭔지 모를 믿음이 있었다. 그리고 작년에는 걱정이 많았는데 지금은 걱정보다 할 수 있다는 믿음이 강해졌다. 스스로 다잡을 수 있게 됐다. 그게 좋아진 점이다.
-김태한 코치는 순발력 향상 훈련이 구속 회복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복근 및 단거리 러닝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다. 어릴 적에 스톱워치로 측정하는 걸 가장 싫어했다. 뭔가 압박받는 것 같아 그랬다. 지금은 다르다. 복근 훈련할때도 빠르게 하고 단거리 러닝할때도 시간을 측정한다. 다만 몸이 빨리 풀리지 않는게 단점이다. 1,2회 고전하다 3회부터 좋아 지는 편인데 왜 그런지 빨리 찾아야 한다.
-예전보다 표정이 밝아진 것 같다.
▲야구가 뜻대로 되지 않을때 야구장 쪽으로 쳐다보는 자체가 싫었다. 이제는 그런 마음은 사라지고 자기 전에 '내일은 빨리 야구장에 가서 어떤 훈련을 하겠다'고 다짐한다. 그리고 운동하는게 재미있다. 잘 던지는 것보다 운동하는 자체가 행복하다. 다시 흥미를 찾은게 가장 기쁘다.
-선동렬 감독과 오치아이 코치는 구속 회복보다 컨트롤을 강조한다.
▲그렇다. 예전에 맞춰 잡는 방법을 알았다면 수술도 받지 않고 아주 편하게 했을 것 같다. 편하게 한다는 표현이 다소 건방질 수 있겠지만 맞춰 잡는 것도 재미가 있다. 그게 뭐나면 5개 던져야 할 것을 1,2개로 가능하다. 그게 맞춰 잡는 투구의 묘미다. 투수로서 삼진을 잡을때 최고의 희열을 느낀다. 그래도 재미는 맞춰 잡는게 더 있다. 난 둘 다 경험해봤으니 운이 좋은 편이다. 둘 다 활용할 수 있다는게 전화위복이될 수 있다고 본다.
-힘과 기교의 겸비 속에 기대감이 커졌다는 뜻인가.
▲그동안 기교가 부족했다. 지금은 나름 손에 대한 감각도 좋아지고 직구가 어느 정도 살아나니 던지기 편하다. 2년간 완급 조절이 무엇인지 깨닫게 됐다. 그동안 완급 조절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지만 뼈져리게 느끼지 못했다.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하기 싫어도 어쩔 수 없이 하면서 적응하게 된다. 그리고 새로운 무언가를 찾으려고 한다. 나 역시 새로운 것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그만큼 답이 나오니까.
 
-일각에서는 배영수의 부활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봤다. 그만큼 마음 고생도 심했을 것 같다.
▲그렇다. 사람들은 다 안된다고 말했다. 나도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난 지금 그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145km 던질 수 없다고 했지만 결국 던졌다. 앞으로 계속 보여줄 것이다. 내 마음 누가 알겠냐. 아무도 모른다. 정말 죽음까지 생각해보고 야구를 그만 두겠다고 마음먹기도 했다. 나는 아무 말없이 묵묵히 지켜봐준 사람들이 가장 고맙다. 그런 사람들이 있기에 이겨내고 있다.
-'2년 연속 우승과 배영수의 팔꿈치를 맞바꿨다'는 표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래도 우승하지 않았나. 나는 삼성 라이온즈 팬들이 정말 의리있다고 생각한다. 가끔씩 댓글보면 너무 고맙다. 예전에 어떤 팬이 그런 이야기를 하더라. 잘 던지든 못 던지든 배영수가 던지면 감동이다고. 스스로 왜 감동일까 생각해봤다. 내 생각에는 그동안 재활에 실패한 선수가 아주 많았는데 나는 바닥까지 갔다가 다시 올라오게 돼 그런게 아닌가 싶다. 세상 일이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지만 절망보다 희망이 보여 좋다. 적어도 세상이 부정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동료 선수들도 배영수의 구위가 좋아졌다고 말한다.
▲설렘이라고 할까. 하루 하루 절망 속에 살아가다 한 줄기 희망을 보니까 너무 소중하다. 목이 너무 마른데 누군가 물을 주면 얼마나 반갑겠냐.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좋은 분위기로 흘러가고 스스로 느끼고 있다. 적어도 운동할때 만큼은 부끄럽지 않다. 나 자신에게 떳떳하다. 나에 대해 비판한 사람들에게 다시 한 번 생각하게끔 만들 것이다.
-잔여 경기 뿐만 아니라 포스트시즌 활약이 기대될 것 같은데.
▲잔여 경기와 포스트시즌에서 5승 1세이브를 하는게 목표다. 그 이유를 밝힐 수 없지만 그게 내 목표다. 나름대로 계획과 작전이 있으니까 지켜보면 괜찮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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