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봉규의 '레이저빔' 송구, 팀을 구하다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0.08.27 08: 09

"에이, 이제는 (강)봉규가 더 좋아요. 어깨 좋은 우리 봉규 잘 좀 써주세요".
 
꼭 2년 전이었다. 탁월한 낙구 지점 포착능력을 자랑하던 베테랑 외야수 김창희(현 삼성 라이온즈 원정 기록원)는 수비 요령을 가르쳐달라는 질문에 겸손하게 손사래를 치면서 2006년 함께 이적해 온 후배 강봉규(32)의 기를 더 살려달라는 이야기를 꺼냈다. 그리고 1년 후 강봉규는 생애 첫 20홈런-20도루를 기록하며 맹위를 떨쳤다.

 
지난 26일 대구 두산전서 강봉규는 4타수 1안타 1도루를 기록하는 동시에 7회초 4-6으로 쫓기던 상황에서 최준석의 우전 안타에 홈으로 쇄도하던 김동주를 호송구로 횡사시키는 수훈을 보여줬다. 만약 득점을 허용했더라면 한 점 차로 쫓겨 승패를 장담할 수 없었던 만큼 강봉규의 정확하고 간결한 송구는 삼성 승리를 이끈 원동력 중 하나였다.
 
빠르고도 정확했던 강봉규의 송구에는 그의 굴곡 많은 프로 인생이 담겨있었기에 더욱 뜻깊었다. 경남고-고려대를 거쳐 2000년 두산에 2차 7순위(1996년 지명)로 입단한 강봉규는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에 나선 드림팀 1기로 뽑히는 등 아마추어 시절부터 기대가 컸으나 두산 시절 그는 그저 가능성 있는 유망주였다.
 
원래 포지션이 3루였던 강봉규가 접한 장막은 바로 김동주의 존재. 한창 전성기에 돌입한 김동주가 있었기에 강봉규는 외야로 전향을 택할 수 밖에 없었다. 2002년 93경기에 출장해 2할5푼 5홈런 25타점 6도루로 가능성을 비추던 강봉규는 2004시즌 외야 한 자리를 꿰차는 듯 했으나 그해 6월 11일 광주 KIA전서 마해영의 타구를 수비하려 슬라이딩을 시도했다가 오른 어깨 부상으로 시즌 아웃되고 말았다.
 
결국 강봉규는 2006시즌 전 강동우(한화)의 반대급부로 김창희와 함께 삼성으로 둥지를 틀었다. 발도 빠르고 펀치력도 갖춘 강봉규의 이적이었으나 외부에서는 그리 크게 평가하지는 않은 트레이드.
 
그러나 지난 시즌은 달랐다. 여느 때처럼 교체 출장에 익숙해지는 듯 했던 강봉규는 그 해 3할1푼 20홈런 78타점 20도루를 기록하며 삼성 외야진의 한 축으로 우뚝섰다. 골든글러브 투표에서 이택근(당시 히어로즈, 현 LG)에 밀려 수상 영예를 안는 데는 실패했으나 강봉규가 자신의 전성기를 맞았던 것은 분명한 사실.
 
올 시즌 개막과 함께 판정 시비에 휘말리며 다시 1,2군으로 오가는 신세로 전락했던 강봉규. 그의 현재 1군 성적은 2할9리 4홈런 18타점 4도루(26일 현재)로 아쉬움이 짙게 남는다. 그러나 강봉규는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을 타파하는 멋진 송구를 보여주며 선두권 경쟁을 향한 승부처 경기 승리를 이끄는 숨은 공신이 되었다.
 
친정팀의 역전승 희망과 함께 커다란 장애물과도 같던 선배의 득점을 무산시킨 강봉규의 송구. 시즌 막판 수비력의 중요성이 더없이 큰 만큼 강봉규의 '레이저빔' 송구는 앞으로의 가능성까지 높인 명장면이었다.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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