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기 ERA 2.58' 류현진, 괴물도 지친다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10.08.27 10: 29

"오늘이 아마 고비가 될 것이다".
지난 26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과 한화의 최대 이슈는 단연 '괴물' 류현진(23)이었다. 그의 시즌 24번째이자 전 시즌부터 이어진 30번째 퀄리티스타트 기록, 시즌 20승의 중대한 열쇠가 될 16승 달성 여부는 단연 초점이었다. 순위 경쟁에서 밀려난 7, 8위팀간 대결임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언론사들이 모여든 이유이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를 잘 알고 있는 것은 넥센 타자들도 마찬가지였다. 경기 전 넥센의 배팅 훈련은 평소와 달리 진지하면서도 집중적인 느낌이 들었다. 전날 SK에 패하며 3연패에 빠진 탓도 있지만 류현진이 올 시즌 넥센을 상대로 절대적인 천적 면모를 보였기 때문이었다. 4경기에서 완봉승 포함 4승을 올렸고 1점대 평균자책점(1.09)을 기록했다. 물론 시즌 평균자책점이 1.64였던 만큼 크게 굴욕적인 것도 아니었다.

다들 류현진을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베테랑 송지만을 비롯해 김민우, 김민성, 장기영 등 하나 같이 류현진의 피칭에 엄지를 치켜세웠다. 최근 타격감이 좋은 김민우는 "일단 류현진은 다르다. 알고도 당할 수 밖에 없다. 가지고 있는 래퍼토리가 많고 그 구종을 안다 하더라도 구속에 따른 변화가 있다. 타석에 들어서면 복잡하게 만든다"고 혀를 내둘렀다. 좌타자 장기영 역시 "빠른 직구를 의식한 상태에서 체인지업이 들어오면 어쩔 수 없다. 분명 다르다"고 인정했다. 결국 공략법은 "열심히 한다"는 것 뿐이었다.
그러나 다들 믿는 구석이 있었다. 류현진도 사람인 만큼 '인간미'를 드러낼 것이란 것이었다. 아무리 등판 간격을 조정한다 하더라도 힘이 떨어질 때가 됐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류현진은 후반기 들어 초반에 비해 조금씩 지친 기색을 보였다. 전반기를 1.57의 평균자책점으로 마친 류현진이었으나 후반기 4경기 평균자책점이 2.01이었다.
게다가 이날 등판은 9일만이었다. 쉬는 것도 좋지만 로테이션을 지키는 선발 투수에게 너무 많은 휴식은 오히려 독이 된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에 한화 포수 신경현도 살짝 걱정을 나타냈다. 경기 전 타격 연습에 집중하고 있던 신경현은 "솔직히 오늘이 고비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걱정스런 표정을 짓기도 했다.
성준 한화 투수 코치 역시 "류현진은 한 팀의 에이스이기도 하지만 나아가 한국을 대표하는 에이스이기도 하다. 주위에서 말이 많지만 당연히 관리를 해주는 것이 맞다"면서도 "사실 후반기 들어 몇차례 투구 밸런스가 흐트러지는 모습을 보였다. 때문에 등판 간격에 따른 관리를 해주는 것이 맞다고 봤다. 그렇다고 해도 시즌 전체로 놓고 보면 1~2경기 덜 뛰는 것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감독님께서 결정하시겠지만 아마 1주일에 한 번씩 등판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최근 류현진의 등판 간격이 길어진 이유가 상대팀이 아니라 피로를 덜어주기 위한 선택이란 뜻이었다.
 
이날 예상대로(?) 류현진은 이양기의 선제 투런포를 등에 업고도 1회 3실점했다. 물론 우익수 이상훈이 구름에 가려 평범한 플라이 볼을 놓쳤다고는 하지만 분명 넥센 타자들이 공략하는 모습이었다. 이후 6회까지 추가 실점을 하지 않아 퀄리티스타트를 눈앞에 뒀던 류현진은 7회 선두타자 강귀태에게 좌측 솔로포를 얻어맞고 말았다. 다행히 6-3으로 앞선 상황이라 시즌 16승 달성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강귀태는 경기 후 "동산고 후배의 대기록을 선배가 깬 것 같아 미안하다"면서 "류현진의 볼은 평소보다 좋지 않아 보였다"고 말했다. 또 "홈런을 친 볼도 평소 같으면 파울 혹은 헛스윙이 될 것이었으나 구위가 떨어져 홈런이 된 것 같다"고 평했다.
 
류현진 역시 "퀄리티스타트 기록이 깨져 조금 아쉽기도 하다. 그래도 다음 경기에서부터는 부담이 없을 것 같다"면서도 "너무 오래 쉬어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이제 후반기 5경기에 등판한 류현진의 평균자책점은 2.58이 됐다. 그다지 '괴물'답지 못한 수치다. 류현진은 인간적인(?) 피로감을 어떻게 떨쳐내느냐에 따라 시즌 20승과 트리플크라운 달성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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