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신상담' 민병헌, 활력소가 될 것인가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0.08.27 10: 30

"올해요? 일단 시즌 10안타 먼저 쳐야지요".
 
1군에서의 출장 기회가 대폭 줄어 들었음에도 그는 기가 죽지 않은 모습으로 다음 경기를 기다렸고 1경기 2안타로 가능성을 비췄다. '민뱅' 민병헌(23. 두산 베어스)이 시즌 막판 팀에 힘을 불어넣으며 존재 가치를 다시 알리고 있다.

 
지난 2006년 덕수정보고(현 덕수고)를 졸업하고 두산에 2차 2순위로 입단한 민병헌은 빠른 발과 강견으로 팀에 힘을 불어넣던 유망주. 시즌마다 활약에 부침이 있었으나 지난 4년 간 매년 두 자릿 수 도루를 성공시키며 팀 전략 다양화에 공헌했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1군에서의 출장 기회가 예년에 비해 대폭 줄어들었다. 장타력을 갖춘 이성열이 6번 타순과 함께 우익수 자리를 꿰차면서 기존 주전 우익수였던 임재철마저 선발 출장기회를 얻지 못했던 만큼 연쇄 효과가 민병헌에게까지 이어진 것.
 
부상이 아님에도 상당 기간 2군에 머물렀던 민병헌. 민병헌의 2군 행을 지켜본 한 지방 구단에서는 "우리 팀에 오면 대번에 주전 우익수 자리를 꿰찰 텐데"라며 아쉬워했을 정도다. 사실 이 팀은 시즌 전 트레이드를 통해 민병헌을 영입하고자 했으나 두산 측의 거부로 영입하지 못했던 바 있다.
 
지난 18일 대구 삼성전을 앞두고 한 달 여만에 재차 1군에 오른 민병헌은 최근 교체요원으로 주로 출장했음에도 5경기에서 5할7푼1리(7타수 4안타, 26일 현재) 2도루를 기록 중이다. 지난 26일 삼성전에서는 3번 타자로 선발 출장해 5타수 2안타 1득점을 올렸다. 기동력을 앞세운 '3인 테이블 세터' 전략을 구사하고자 했던 김경문 감독의 기대에 승리로 보답하지는 못했으나 가능성에 싹을 틔운 경기였다.
 
선크림을 바르지 않은 목덜미가 검게 그을린 모습은 민병헌이 2군에서도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알 수 있게 했다. 그는 예전만큼 1군에서 오래 있지 못했음에도 "야구를 배우는 과정이니까요. 제가 잘 하는 게 우선입니다"라며 웃음을 잃지 않았다.
 
25일 한화전을 치르기 전 "일단 올 시즌 10안타는 때려내고 다음 목표를 말씀드릴께요"라고 이야기했던 민병헌은 1안타를 추가하며 10개 째 안타를 때려냈다.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다음 목표를 내심 알고 있었기에 "2개 남았다"라고 이야기하자 민병헌은 "잘 뛰어서 두 개 이상 더 할 겁니다"라며 웃었다. 2도루를 추가하면 민병헌은 5년 연속 두 자릿 수 도루에 성공한다.
 
"2군에서 매일 티배팅을 하면서 컨택 능력 강화에 힘썼습니다. 김광림 2군 감독께서도 신경 많이 써주셔서 더욱 열심히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솔직히 지금 제 상황에서 개인 성적만을 앞세울 수는 없는 일이잖아요. 팀이 원하는 위치에서 제 몫을 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그래도 도루 2개는 확실히 남아있습니다".(웃음)
 
2위 탈환 마저 요원해진 상황이지만 시즌이 끝나지 않은 데다가 포스트시즌도 남아있다. "시즌 막판에는 기동력과 수비력 강화가 더없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한 김 감독의 전략에 민병헌이 확실한 히든카드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인가.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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