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외주사 PD로 일하는 박현중(34. 가명)씨는 취재원들과의 술자리를 날마다 한다. 처음 PD생활을 할 때는 사람 만나는 것이 좋고, 또 직업의 특성에 따라 여기저기 많이 돌아다니니 매우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5년차에 접어든 지금은 이런 술자리가 부담스럽다. 스태프들과 한잔 한 다음날이면 촬영에 큰 지장이 있을 정도로 술이 깨질 않는다. 하루 종일 서서 카메라 감독에게 이것저것 주문을 해야 하는데 체력도 체력이지만 콘티대로 방송을 만들어 나가기 힘들 정도로 심한 숙취에 시달린다.
청결 전문 클리닉 해우소한의원의 김준명 원장(한의학 박사)은 “숙취는 단순히 술을 마셔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간 건강의 척도”라며 “간은 그 건강이 매우 나빠지지 않을 때까지 별 증상을 보이지 않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 속쓰림과 두통.. 술 때문에 간이 힘들어 보내는 신호

대한민국 성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심하게 달린 다음날 심한 두통과 속쓰림으로 고생한 경험은 한 번씩 가지고 있다. 여기서 강도가 심해지면 구토는 물론 병원 신세를 질 때도 있다. 일반적으로 대한민국 성인들은 일주일에 2~3회 정도의 음주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경험을 다들 해봤기 때문에 술 마신 다음날 생기는 숙취는 단순히 ‘술병’으로 치부하고 쉽게 넘기는 경우가 일상다반사다. 술 먹은 다음날 느끼는 두통과 심한 메스꺼움, 구토 등은 해장국 한 그릇으로 해결하는 경향이 많다. 물론 나쁜 것은 아니지만 음주 횟수가 잦아지고, 술 깨는 속도가 계속해서 느려지고 있는 것을 스스로 인식하지 않는 것이 문제다.
특히나 한 술 한다고 자부하는 주당들은 숙취를 ‘끼고 사는’ 만성으로 지내다 보니 숙취에 대해 큰 문제를 가지지 않는다. 대부분 술 마신 다음 날 으레 거쳐야 할 통과의례 정도로 치부하는 것이 대부분. 이러다보니 알코올을 분해하고 몸 건강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간 건강이 계속해서 나빠지는 것이다.
간은 인체의 가장 중요한 기관 중 하나다. 사람의 몸에서 화학공장 역할을 맡고 한방에서는 ‘장군지관(將軍之關)’으로 불릴 정도. 간은 인체에서 필요로 하는 각종 에너지원을 합성해 만들어 낸다. 이와 함께 인체의 독성 물질을 분해하고 노폐물과 독소를 몸 밖으로 배출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때문에 간 건강이 나빠지면 해독 작용이 원활치 않게 되고 알코올의 분해력이 떨어져 잦은 숙취에 시달리게 되는 것이다. 상황이 이런대도 계속해 음주와 과로를 하다보면 지방간이 되고 간 건강을 계속해 나빠져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고 전문의들은 충고한다.
■ 숙취는 간 건강의 척도
스스로 예전보다 숙취가 잦아지고 음주 다음날 술 깨는 속도가 늦어진다고 느낀다면 간 건강을 반드시 챙겨야 한다. 간 건강에 가장 좋은 것은 절주와 충분한 휴식, 스트레스를 덜 받는 것이라고 전문의들은 말한다. 해우소한의원의 김준명 원장은 “전문의들이 이 같은 생활 습관을 권유하면 환자들은 잘 알고 있어 쉽게 넘기는 경향이 많다”고 말한다. 실제로 일반인들은 간 건강에 가장 좋은 것이 절주와 휴식임을 인식하지만 지키는 경우는 드물다.
전문의들은 숙취가 심한 사람들을 진단해 보면 대부분 지방간이 나타난다고 말한다. 지방간은 간 건강에 치명적인 상황으로 가는 다리 역할을 하기 때문에 가볍게 넘기면 안된다. 지방간은 금주와 휴식만 잘 취해도 쉽게 벗어 날 수 있다. 또 술을 마실 때도 수분을 많이 섭취하고 술 마시는 횟수도 사흘이라는 간격만 잘 지키면 된다.
하지만 생활 습관을 개선했는데도 숙취 증상이 계속되고 만성피로와 눈의 피로가 계속된다면 전문의를 찾아 진료를 받는 것이 지름길이다. 평소대로 ‘술 마신 다음 날 = 숙취’라는 생각으로 쉽게 생각하다보면 큰 낭패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방에서는 간 건강이 나빠지는 것은 술과 기름진 음식을 가까이 하는 사람들에게 많이 확인된다고 한다. 술과 기름진 음식을 자주 하는 사람들은 간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는 독기[습열(濕熱)의 기운]가 몸에 쌓이게 되고 여러 증상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한방치료는 간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습열을 제거하는 동시에 소변을 잘 보게 하고 간 기능이 원활히 될 수 있는 처방을 주로 하게 된다.
[OSEN=생활경제팀]osenlif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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