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감독이 꺼내려던 카드. 그러나 지휘자가 생각했던 것과 반대로 흘러간 시점에서 나오게 되었다. 김경문 두산 베어스 감독이 꺼내 든 수비 강화책은 그래서 팬들의 아쉬움을 자아내고 있다.
김 감독은 지난 27일 사직 롯데전을 앞두고 "전지훈련 캠프에서 고생하다 주전 선수에 가려 뛰지 못한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겠다"라고 밝혔다. 올 시즌 주전 우익수로 나서던 이성열과 중심타자이자 좌익수인 김현수에 가려졌던 베테랑 임재철과 발 빠른 민병헌의 기회가 많아질 것이라는 것을 밝힌 이야기.

사실 김 감독의 이 말은 이미 지난 6월 암시된 이야기였다. "감독으로서 모든 선수의 바람을 이뤄줄 수 없다. 이는 나만이 아니라 다른 감독들도 겪는 고충"이라며 "수비력이나 작전 수행 능력이 좋은 선수들은 시즌 후반기에 반드시 중용하겠다"라고 말한 바 있다.
"전반기와는 달리 후반기에는 1경기, 1경기가 팀 순위를 좌우하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 공격 만으로 난국을 타개하기는 힘든 만큼 후반기에는 수비력이 좋지만 현재 출장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는 선수들이 나설 수 있을 것이다". 시즌 중반 민병헌을 2군으로 내려보내면서 김 감독이 밝혔던 이야기다.
그러나 김 감독의 이 이야기는 시즌 막판까지 선두 경쟁을 펼칠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된 말이었다. "일단 잡을 수 있는 경기를 잡아둬야 한다"라며 앞으로의 일정이 순탄하게 흘러가길 바랐던 김 감독은 지난 24일 잠실 LG전을 앞두고 "오늘(24일) 경기가 가장 중요한 승부처다. 이 경기를 이긴다면 9월에 반드시 기회가 또 올 것"이라고 밝혔으나 결과는 2-2 강우 콜드 무승부가 되었다. 직전 롯데 3연전을 모두 내주고 당한 실질적인 1패였다.
두산의 올 시즌 전적은 64승 3무 47패(27일 현재)로 2위 삼성에 조차 6경기 차로 밀려있다. 상대적으로 우천 순연 2경기가 더 남아있으나 삼성이 남은 경기서 극도의 부진을 보이지 않는 한 이 차이를 극복하기는 힘들다. 사실상 3위가 굳혀졌다고 봐도 무방하다.
결국 김 감독이 남은 경기를 담보로 꺼내든 카드는 시즌 초와 다른 팀 컬러의 변화. 선두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때 '굳히기' 전략으로 생각했던 수비 강화책은 팀 순위가 사실상 확정된 상황에서 팀의 색깔을 바꾸는 데 쓰이게 되었다. 시즌 초 "공격력으로 모든 팀을 압도할 수 있는 전력"을 바랐던 김 감독은 결국 110여 경기를 치르며 이성열-양의지의 가능성, 최준석의 지난 시즌이 결코 운이 아니었다는 정도 만을 확인한 채 예상했던 전략을 꺼냈다.
시즌이 끝나지 않았으나 두산의 수비 강화책 전개도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두산은 지난해 SK와의 플레이오프에서 먼저 2승을 거뒀으나 3차전에서 연장까지 가는 끝에 기민한 우익수 정수빈의 아쉬운 수비로 박재상에게 3루타를 내주며 분위기를 내주고 말았다. 본의 아닌 수비 실수였으나 2007시즌 유격수 이대수(현 한화)의 한국시리즈 3차전 잇단 수비 실책과 비슷한 팀 내 파급효과를 미쳤던 만큼 김 감독은 이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이 쯤에서 생각했던 전략을 꺼내든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상황이 정반대. 어찌보면 뒤늦은 시점에서 포스트시즌까지 바라보고 수비 강화책을 꺼내든 김 감독의 전략은 시즌 종료 시 과연 어떤 결과를 가져다 줄 것인가.
farinelli@osen.co.kr
<사진> 두산 베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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