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려는 욕망이 컸죠. 대회마다 같은 전략만 들고 나갔으니깐요. 그런데 이제는 달라지더라고요".
MSL 결승전을 코 앞에 둔 이영호는 분명 논어의 한 구절이 생각나게 하고 있었다. 논어의 '천재는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는 말처럼 이영호는 분명 이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
이영호는 28일 오후 5시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맞수 이제동과 세 번째로 MSL 결승전을 치른다. 지난 대회에 이어 2연속 우승을 노리는 소감을 묻자 명답이 나왔다. 점점 거인이 돼 가고 있는 느낌이었다.

"맵 배치가 중요하다. 맵도 만족스럽게 나왔다. 꼭 이기고 싶은 세트 같은 것은 없다. 모든 세트가 자신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맞대결은 두 사람 모두 만족할 만한 결과가 아니었다. 이번에는 두 사람 모두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왔으면 한다. 나는 준비가 끝났다. 결승전을 승리가 아닌 즐기기 위해 치를 준비가 완료됐다".
이어 그는 "팬들께서 많이 와주시면 좋다. 사실 장소나 시간에 대한 제약은 크게 받지 않는다. 하지만 팬들은 다르다. 많은 분들이 결승전에 와주셔서 우리 두 사람을 응원해주셨으면 한다"며 MSL 결승전서 펼쳐지는 세 번째 '리쌍록'에 대한 응원을 부탁했다.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이영호. 그의 일정을 보면 정말 살인적이라는 말 외에는 다른 사실을 설명할 수 없다. 개인리그만 열리는 비시즌 이지만 그의 일정표는 한 달이 부족할 정도로 빼곡하다. 다행히 결승전을 앞두고는 단체 일정이 많이 제외됐지만 연습 시간이 부족하기는 매한가지.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것 같은 그에게 어떻게 해결하는지 묻자, 이영호는 활짝 웃으며 '제 복'이라는 짧은 대답으로 답변했다. '부정의 의미 보다는 긍정의 의미'냐고 묻자 그는 "전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요. 그런 점은 정말 긍정적이다. 일정이 많은 것 제 복이라고 생각한다. 잘하고 있으니깐 대회가 많다고 생각한다. 매사 긍정적으로 생각해서 성적이 나오는 것 같기도 하다"면서 "프로리그 우승을 하고 나서 집에 갔다오지 못했지만 이번 MSL 우승하고 나서 집에 가야할 것 같다"며 미소지었다.
최고의 라이벌 이제동을 향해 이영호는 존경심을 표현했다. 임요환 이윤열 최연성 마재윤으로 이어지는 '본좌라인'에 조금도 떨어지지 않는 선수라는 것이 그의 설명. 자신의 시대에서 뛰는 최고 선수에 대한 예우를 확실하게 해줬다.
"단연 최고의 선수라고 생각한다. 역대 본좌들은 내가 느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본좌 선배들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난 이제동 선수를 더욱 높게 평가하고 있다. 2등에서 1등으로 올라갈 때는 쉬울 수 있지만 1등에서 2등으로 내려가면 그 고통이 크다. 그런 고통을 이겨내고 다시 1등에 도전하는 이제동 선수의 마인드는 배울 필요가 많다"면서 "그런 점에서 난 아직 (이)제동이 형을 쫓아가고 있다. 이번 MSL 결승전도 최고의 선수인 제동이 형에게 도전하는 마음으로 치를 생각이다".
scrapp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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