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승은 순리대로 풀어야 한다".
'괴물' 류현진(23, 한화)의 20승은 과연 가능한 것일까. 28일 현재 16승으로 다승 선두를 달리고 있는 류현진은 앞으로 4번 정도 등판 기회를 남겨둔 상태다.
한대화 한화 감독도 류현진의 20승을 위해 다각도로 조정에 나서겠지만 무리하게 마운드에 올리지는 않겠다고 강조했다. 대신 승리가 확실한 경기에 류현진을 투입, 승리를 거둘 수 있도록 최선의 배려를 다한다는 입장이다.

류현진은 지난 26일 목동 넥센전에서 퀄리티스타트 연속기록이 깨진 후 "20승과 트리플 크라운 달성에 도전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20승'이 갖는 상징성
왜 '20승'에 열광하는 것일까. 20승이 갖는 상징성은 무엇일까.
한국프로야구 역사상 20승 투수는 단 11명이었다. 프로원년인 1982년 OB 박철순(24승)을 비롯해 삼미 장명부(30승) 해태 이상윤(20승) 롯데 최동원(27승, 20승) 삼성 김시진(25승, 23승) 김일융(25승) 해태 선동렬(24승, 21승, 22승) LG 이상훈(20승) 쌍방울 김현욱(20승) 현대 정민태(20승) 두산 리오스(22승)가 이 고지를 점령했다.
류현진이 '20승' 타이틀을 거머쥔다면 2007년 리오스 이후 3년만의 등정이다. 또 한국 투수로는 지난 1999년 정민태 이후 11년만이다. 순수 선발 20승은 장명부, 김시진(2번), 김일융, 이상훈, 리오스가 있지만 한국 투수로는 1995년 이상훈 이후 15년만이다.
올해로 29번째 시즌을 맞고 있는 프로야구에서 20승 투수가 배출된 시즌은 12시즌에 불과했다.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선발, 중간, 마무리 구분이 따로 없던 1980년대는 거의 매시즌 20승 투수가 나왔다. 하지만 분업화 되면서부터는 1995년 LG 이상훈, 1997년 쌍방울 김현욱, 1999년 현대 정민태, 2007년 두산 리오스 4명뿐이었다. 김현욱은 선발승 없이 불펜으로만 20승을 맛봤다.
20승은 그 시즌을 비롯해 한동안 리그를 지배했다는 의미를 나타낸다. 그만큼 꾸준했고 건강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김시진 감독과 정민태 코치의 경험에서 우러난 조언
20승을 달성한 투수 중 현역 지도자는 선동렬(삼성 감독), 김시진(넥센 감독), 정민태(넥센 투수코치) 3명에 불과하다.
지난 26일 김시진 감독과 정민태 코치는 류현진의 16승을 눈앞에서 지켜봤다. 비록 상대 투수지만 자신들이 경험한 20승을 노리는 후배라는 점에서 남다른 감회를 느꼈다.
김 감독은 27일 류현진의 20승이 화제가 되자 대뜸 양쪽 팔을 쭉 뻗어보였다. "보라. 오른팔이 쭉 펴지지 않는다. 장애인 급수도 나올 수 있는 상태"라면서 "5년 동안 100승 하는 것보다 10년 동안 100승 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이는 곧 순간의 영광이 선수생명을 단축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조언이었다.
현역시절 두 번의 선발 20승을 경험한 김 감독은 "그 때는 자진해서 등판하는 것이 큰 미덕처럼 여겨졌다"면서 "로테이션대로 자연스럽게 던지다가 20승을 따내면 몰라도 20승을 쫓다보면 분명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민태 코치는 이닝에 주목했다. 류현진의 현재 이닝수(187⅔이닝)를 물어본 정 코치는 "20승도 20승이지만 200이닝을 넘긴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200이닝을 던지고 나면 관리가 중요하다. 나 역시 시즌 후 팔이 너덜너덜해지는 느낌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정 코치는 1996년부터 2000년까지 5년 연속 200이닝 이상을 소화했다. 류현진은 올해 200이닝을 넘길 경우 2006년과 2007년에 이어 세 번째가 된다.
이어 정 코치는 "20승을 하던 해(1999년) 현대가 4강 진입을 하느냐 마느냐 때문에 19승을 올린 후 한달 동안 불펜에서 대기했다"면서 "모든 것이 순리대로 가는 것이 맞다. 20승 자체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또 "류현진도 시즌 초반에 비해 밸런스가 많이 좋지 않은 것 같다. 구속도 줄었고 예리한 맛도 덜하다. 그만큼 지쳤다는 증거"라면서 "류현진은 그냥 투수가 아니지 않나. 아시안게임도 뛰어야 하고 앞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투수인 만큼 철저하게 관리를 해줘야 할 것"이라고 우려 섞인 표정을 지었다.
▲변수는 트리플 크라운 위한 다승 경쟁
류현진의 20승에는 변수가 존재하고 있다. 다승왕 경쟁이다. 류현진은 다승(16승), 평균자책점(1.77), 탈삼진(184개)에서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어 트리플 크라운이 유력하다.
류현진이 20승을 목표로 내걸었다지만 실상은 트리플 크라운이 우선이다. 평균자책점과 탈삼진은 2위를 달리고 있는 김광현과 차이가 크다. 김광현의 평균자책점은 2.38이고 탈삼진은 148개다. 사실상 2개의 타이틀은 확정적이다.
문제는 다승. 김광현(15승)을 비롯해 KIA 양현종, 두산 히메네스(이상 14승) 등이 뒤에 다닥다닥 붙어 있다. 단독선두가 되면 빛이 바랠 수 있다는 점에서 확실한 차이를 벌려야 한다.
따라서 승수를 충분히 쌓아둬야 하고 만약 막판 다승왕을 놓고 경쟁을 펼쳐야 한다는 점에서 류현진의 막판 등판은 유동적일 수 있다. 결국 로테이션상 류현진의 20승 도전이 끝났다 하더라도 막판 다승왕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무리한 등판을 감행해야 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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