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는 보통 1이닝 동안 3타자를 기준으로 20개 이내의 공을 던지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가끔은 끈질긴 타자를 만나면 10개 가까운 공을 던지기도 한다.
넥센 히어로즈 사이드암 박준수(33)는 29일 임자를 만났다. 박준수는 29일 광주 KIA전에서 KIA 톱타자 이용규를 상대로 무려 20개의 볼을 던져 프로야구 기록을 세우는 진기 명기를 연출했다.
박준수는 팀이 3-2로 앞선 8회말 KIA 선두타자 이용규를 상대로 무려 20구까지가는 접전을 벌였다. 박준수는 이용규를 상대로 직구 7개, 슬라이더 13개, 그리고 체인지업 1개를 던졌다. 20구까지 가는 동안 박준수와 이용규는 각각 두 차례씩 모자를 벗고 땀방울을 닦았다. 양팀 선수들과 코칭 스태프도 기싸움에 질 수 없다며 박수와 파이팅을 외쳤다.

주무기가 슬라이더인 박준수는 이용규에게 초구, 이구를 모두 직구를 던졌다. 이어 두 개 연속으로 슬라이더를 던진 박준수는 볼카운트 2-2에서 5구째 137km직구를 던졌으나 커트가 됐다. 그러자 박준수는 6구∼10구까지 '슬라이더-직구-슬라이더-직구-슬라이더'를 번갈아 던지며 이용규를 잡으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박준수의 직구와 슬라이더의 구속 차이가 크지 않아 배트 컨트롤이 뛰어난 이용규는 직구 타이밍에 맞춰 계속해서 커트, 커트를 했다. 박준수는 14구째 체인지업을 던져 헛스윙을 유도했지만 또 다시 이용규가 파울을 만들어내자 15구째 직구를 던졌다. 계속된 파울에 박준수는 16∼20구째까지 5개 연속 자신의 주무기인 슬라이더를 던져 20구째 만에 우익수 플라이를 유도해 범타 처리했다.
이용규를 아웃 처리한 박준수는 해맑은 웃음을 지으며 자신과 함께 머리를 쓰며 고생한 포수 강귀태와 하이 파이브를 한 뒤 오른쪽 팔을 흔들자 정민태 투수 코치가 마운드로 올라와 송신영과 교체됐다.
특히 박준수는 파울볼을 치고 타석에 돌아가는 이용규에게 슬쩍 "대충 치고 죽어달라"며 애걸작전을 벌이기도 했다. 경기 후 박준수는 "한 점 차라서 무조건 선두타자를 내보낼 수 없었다. 정말 힘들었다"며 멋쩍게 웃었다.
기존 기록은 지난 2008년 9월24일 히어로즈 장원삼이 두산 정원석을 상대로 17개의 볼을 던진 게 최다이다. 이용규는 경기 후 "볼카운트가 불리해 무조건 살아나가려고 짧게 짧게 쳤다. 기록이라고 하지만 살아나가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이날 양 선수간의 대결을 놓고 단순한 아웃 카운트 하나에 불과하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마운드 위에 선 박준수는 타자를 잡기 위해 최상의 공을 던졌고, 이용규도 어떻게든 살아 나가기 위해 안타를 치거나 볼넷을 골라 나가려 노력했다. 작은 플레이 하나에도 최선을 다한 이들 덕분에 야구의 색다른 매력을 만끽했다.
agass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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