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이 좋으니까 '무한도전' 망해라?
OSEN 윤가이 기자
발행 2010.08.30 08: 53

 [취재수첩] "OOO는 재미없다. 하차시켜라!", "이건 모 프로그램에서 했던 미션과 비슷하다. 표절이다!"
최근 리얼 버라이어티들은 연예인 팬클럽에 못잖은 팬덤을 형성하고 있다. MBC '무한도전', KBS '해피선데이-1박2일'처럼 인기 프로그램일수록 고정 팬들의 숫자도 많고 연령층도 다양하며 팬심도 깊다.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고 고정 시청자나 팬들이 늘어나는 것은 제작진 입장에서나 출연자에게나 반가운 일이지만, 때로는 그 팬들의 과도한, 혹은 그릇된 애정과 충성도 때문에 멍들기도 하는 것이 현실이다.
'무한도전', '1박2일',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 KBS '천하무적야구단' 등 대부분의 리얼 버라이어티들의 홈페이지 시청자 게시판이나 기사 댓글 등을 살펴보면 상당수 게시글이 특정 멤버에 대한 하차 요구, 인신공격성 비난, 방송 내용에 대한 지적들이다. 물론 시청자 입장에서의 애정 어린 관심과 건강한 조언도 있다.

 
또 충분한 근거를 가진 냉철한 분석과 비판도 따른다. 그러나 일부 팬들은 개인의 취향과 다르거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느낄 때, 무분별한 폭격을 가한다. 이른바 악성 댓글이나 게시글로 불만을 표출하고 프로그램 혹은 멤버를 맹비난한다. 더욱 잘못된 것은 경쟁 프로그램이나 비슷한 포맷의 기타 프로그램을 폄하하는 것으로 자신이 애청하는 프로그램에 대한 애정도와 충성심을 역으로 표출한다는 데 있다.
 
예를 들면 '무한도전'의 유재석을 좋아하기 때문에 '1박2일'의 강호동에 대한 적개심을 드러내거나 '남자의 자격'이 '무한도전'을 모방했다는 일부 마니아들의 주장과 같은 것들이다.
최근 '무한도전'의 레슬링 프로젝트에 대한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나 병역 기피 의혹으로 경찰 조사를 받은 '1박2일' 멤버 MC몽 하차 논란, 수개월에 걸친 또 다른 멤버 김종민의 하차 논란, '천하무적야구단' 일부 멤버들에 대한 찬반양론 등은 단순한 시청자 의견이나 지적을 넘어서 낯 뜨겁고 원초적인 인신공격성 성향으로 변질된 지 오래다. 프로그램들 시청자 게시판은 이제는 자유로운 시청자 의견이나 제작진과 시청자 간의 소통이라는 본연의 의미를 벗어나 피고름이 터지는 전쟁터를 연상시킨다. 종종 네티즌끼리도 서로 싸우고 비방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는 것.
건강한 의견과 뼈있는 지적들은 프로그램을 성숙하게 하는 분명한 원동력이 된다. 제작진 입장에서 간과하고 있거나 멤버들이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실수, 오점들을 객관적 입장에서 지적하거나 충고해줄 수 있는 것이 시청자, 네티즌의 역할이다. 그러나 때로는 경쟁 프로그램 깎아내리기, 각 멤버들에 대한 무차별적인 인신공격성 댓글 등과 같은 비틀린 팬덤이 제작진이나 멤버들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오히려 프로그램의 진로를 뒤흔드는 등 악영향을 줄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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