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서영희가 영화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장철수 감독)로 돌아왔다. 서영희는 이 작품이 올해 칸영화제 비평가 주간에 초청돼 생애 처음으로 칸 영화제의 레드카펫을 밟고,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극중에서 서영희는 무도라는 몇 명의 주민만이 사는 섬에서 남편으로부터 갖은 폭행을 당하고 또한 그의 시동생에게까지 성폭력을 당하는 김복남이라는 여자를 맡아 열연을 펼쳤다. 서영희는 실제 도시 생활을 단 한번도 해보지 못했을 법한 스타일과 말투로 김복남으로 완벽히 변신했다. 딸을 남편의 폭력으로 잃게 됨과 동시에 복수의 화신으로 돌변해 ‘미친’ 듯한 연기를 펼쳐 보였다.
- 갇혀진 한 섬에서 남편과 시동생에게 심한 폭력뿐만 아니라 성폭력까지 당하고, 마을 사람들에게는 철저히 무관심을 받아 혼자 견딜 수밖에 없는 복남이가 딸의 죽음을 계기로 180도 돌변한다. 태양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이후 마을 사람들을 한사람 한사람 죽여 나간다.

▲태양을 정면으로 바라볼 때, 사람들에게 복수를 결심하기 직전이다. 태양을 직접적으로 본 적이 처음이라서 좀 힘들었다. 감독님이 태양을 보고 눈을 안 깜빡였으면 좋겠다고 해서 애를 썼다. 태양을 피하고 다니고 땅만 보고 사는데 태양을 이기기 위해서 노력을 해 본 것이다. 관객들이 그 이후에 복남이가 미쳐서 살인을 저지른다고 생각하지만 미친 것은 아니고 오히려 정신이 번쩍 드는 계기가 된 것이다. 용기와 자신감이 생기는 계기가 그 태양을 직접 바라본 다음이었다. 나의 소중한 존재(딸)가 없어짐과 동시에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날이었다.
- 이후 복수를 감행하는 과정에서 낫으로 시동생의 머리를 베어내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실제로 시동생 철종(배성우 분)과 촬영 현장에서 친하게 지냈다. 친하게 지내면서 호흡이 잘 맞았는데 그 낫 신에서 환상의 호흡으로 나왔던 것 같다(웃음). 저도 영화를 보면서 깜짝 놀랐다. 칼날이 어떻게 지나갈지 생각을 못하는데 영화를 보면서 철종이 몸 연기를 너무 잘 했구나 생각이 들었다. 감독님도 CG를 하기 전에 진짜 자르는 것처럼 연기를 했다고 했는데 정말 환상의 호흡이었던 것 같다. 어설프면 안 되는데 잘 나와서 다행이었다.

- 복남이라는 역할이 실제로도 존재할까. 그런 심한 폭력을 견디며 살았고 딸이 죽지 않았다면 평생을 그렇게 살았을지도 모른다.
▲예전에는 정말 많았을 것 같다. 지금도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폭력도 많고 합리화시키면서 살아가는 것 같다. 영화를 보면서 복남의 전부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공감대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결혼을 안 한 내가 봐도 너무 속상한데 다른 분들도 공감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 촬영하면서 제일 많이 힘들었던 신은?
▲맞고 때리고 그런 것은 힘들지 않았다. 다만 딸 아이가 죽고 나서 경찰이 왔을 때, “쟤 아버지가 죽였어요.” 이 감정을 몰랐다. 리허설을 하면서 대사가 이렇게 튀어나가는 구나하면서 감정을 알아갔다. 처음에는 그 대사를 어떻게 내 뱉어야 할지를 몰랐다. “훔쳤죠.”도 어려웠다. 그런데 실제 현장에서 대사를 치는데 내 한마디가 도대체 귀담아 들리지 않은 상황이 오자 실제 정말 짜증이 많이 났다. “아주 쇼를 하는구나” 하는 느낌이 많이 들어서 저절로 대사가 나왔다. 시나리오만 봤을 때는 내가 이걸 질러야하는지, 혼자 속삭여야 하는지 그런 답답함이 있었는데 현장에서 감정이 저절로 생겨서 연기를 하게 됐다. 막 나가야 하는, 거기서부터는 복남이가 대드는 상황이 온 것이다.
- 남편이 발로 밟고 때리는 등 실제로 힘을 많이 가해서 때리는 게 보였다. 실제 많이 아팠을 것 같다.
▲가짜처럼 때리면 복남이가 느끼는 감정도 가짜처럼 느껴지니까 실제로 힘을 줘서 때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저는 괜찮은데 오히려 때리는 남편 만종 역의 박정학씨가 너무 힘들어하셨다. 하지만 어느 정도 합을 맞춘 다음에 때려서 정말 막 때린 것은 아니어서 괜찮았다. 다만 잘 못 맞으면 좀 아파서 그럴 때는 박정학씨가 더 힘들어하셨다.
- 남편 역을 연기한 박정학의 연기가 정말 무시무시했다. 아내한테 폭력적인 것뿐만 아니라 딸이 죽었을 때도 능청스럽게 그 사실을 숨기는 모습이 인간이 아닌 모습이었다.
▲실제로는 너무 좋은 분이다. 실제로는 정말 다정한 아빠이다. 겉모습으로 오해를 많이 받는 스타일이다. 거기다가 이런 영화를 찍어서 가족들한테 피해가 갈까 걱정이다. 진짜 가정적이시고 되게 좋은 배우였다.

- 실제 김복남과 같은 여성들이 존재할까.
▲현실적이지 않다고 하지만 실제 뉴스 같은 것을 보면 정말 거짓말 같은 일들이 너무 많이 일어나는 것 같다. 요즘 특히 그런 소식이 많이 들린다. 영화가 실제 현실을 따라갈 수는 없을 것 같다.
- 영화 속에서 남편과 시동생의 폭력 보다 무관심한 동네 여자들이 더 무시무시했다. 여자의 적은 여자인가. 같은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
▲여자가 여자를 비난하는 경우가 더 많다. 다 알면서 비난하는 게 많다. 오히려 여자들이 여자를 무시하고, 그 여자가 또 잘 되면 그 밑에 있는 여자를 오히려 밟아버린다. 여자의 위치는 여자가 계속 만드는 것 같다. 영화 속에서 섬 여자들은 ‘좋은 게 좋은 거다’라는 안일한 생각에서 편한 생활 방식을 택했다. 그들의 그런 생활 방식이 피해자를 만든다는 생각은 못했다.
- 앞으로 계획은
▲‘추격자’ ‘김복남 연쇄살인사건의 전말’ 등의 작품 때문에 저를 실제로 우울한 성격인줄 아시는 분들이 많은데 실제 전혀 그렇지 않다. 친구들이랑 수다 떠는 것 좋아하고 웃음도 많고 그렇다. 앞으로는 영화나 드라마도 밝은 역할을 해보고 싶다. 유쾌하고 여성스러운 역으로 밝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crystal@osen.co.kr
<사진> 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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