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롭게도 두 감독이 주포에 대한 지적에 뜻을 같이했다. 김경문 두산 베어스 감독과 한대화 한화 이글스 감독이 각각 중심타자 김현수(22), 최진행(25)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며 더 나은 성장을 바랐다.
지난 29일 한화-두산전이 펼쳐진 대전구장. 원정 6연패로 착잡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던 김 감독의 시선은 김현수의 타격 훈련을 향했다. 공이 시원하게 뻗던 예년과 달리 김현수의 타구는 가끔씩 배팅 케이지 기둥을 맞추기도 했다.

"안타를 때려낸다고 무조건 좋은 모습을 보인다고 단정할 수 없다. (김)현수의 타격폼은 분명 예전과 달라져 있다. 타격 밸런스 면에서 흐트러졌다".
올 시즌 개막과 함께 30홈런 기록을 바라보고 새 4번 타자로 낙점되었던 김현수. '3인 테이블 세터' 전략과 함께 타순이 하나씩 낮춰져 실상 임무는 비슷했지만 그는 4번 타순에 대한 부담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5월서부터 다시 3번 타순으로 복귀했다. 김현수의 올 시즌 성적은 3할2리 19홈런 74타점(30일 현재)으로 팬들의 기대에 비하면 아쉬움이 있다.
특히 왼손투수를 상대로 한 김현수의 타격 성적은 2할1푼1리(116타수 35안타)에 불과하다. 김현수의 약점이 몸쪽 코스임이 알려지면서 안쪽으로 제구하려는 투수들의 공이 많아졌고 결국 집중 견제에 의해 김현수의 타격 밸런스에도 영향을 미친 것.
"왼손 투수를 상대로 공이 날아들면 일단 엉덩이부터 빠지면서 안 좋은 타격폼이 된다. 타자는 상대 공을 무서워하는 순간 지게 마련 아닌가. 아직도 늦지 않은 만큼 수정 보완이 필요하다". 좌완의 몸쪽 공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은 인정하지만 결국 스스로가 일어서야 한다는 감독의 이야기였다. 마침 김현수는 송재박 타격코치와 상의하며 타격 시 디딤발 위치와 놓는 시점 등을 상의 중이었다. 스스로의 노력이 있는 만큼 김 감독은 이를 예의주시했다.
한 감독도 타격 밸런스에 대해 강조했다. 현역 시절 최고의 해결사로 활약하며 해태 전성기는 물론 1994년 이적 첫 해 LG의 두 번째 우승에도 공헌했던 한 감독의 시선은 최진행을 향했다.
김태균(지바 롯데)-이범호(소프트뱅크)의 잇단 일본 이적으로 자리를 꿰찬 최진행은 올 시즌 2할6푼 28홈런(2위) 79타점을 기록 중. 타율이 비교적 낮은 것은 아쉽지만 사실상 주전으로 첫 풀타임 시즌을 보내고 있음을 감안하면 그의 활약은 분명 뛰어난 편이다. 최근 허리 통증을 호소한 최진행은 최근 4경기서 선발 라인업 제외로 휴식을 취했다.
경기 전 훈련이 끝난 후 최진행이 입단 동기생 박노민과 함께 이야기하던 장면을 지켜본 한 감독은 특유의 구수한 어투로 "거, 힘 좋은 놈들끼리 꼭 그렇게 붙어있냐"라며 농을 던졌다. 정겨운 감독의 한 마디에 최진행도 웃으며 꾸벅 인사를 한 뒤 라커룸으로 향했다.
주전 첫 시즌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최진행인 만큼 한 감독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남아있었으나 아쉬움이 없던 것은 아니다. "힘으로만 때려내려고 한다"라며 한 감독은 최진행의 타격을 지적했다.
"힘으로만 우격다짐으로 때려내려고 하니 마음처럼 쉽게 될 리가 없다. 지난 올스타전 홈런 레이스에서 김현수의 홈런을 보면 제대로 된 타격 밸런스를 바탕으로 손쉽게 담장을 넘겼지 않은가. 홈런은 힘보다 제대로 된 타격 밸런스에서 나오는 것이 중요하다".
뒤이어 한 감독은 최근 은퇴를 선언한 양준혁(삼성)의 예를 들며 최진행이 어떤 투수가 나오더라도 평정심을 바탕으로 타격 밸런스를 유지해주길 바랐다. 천적 이혜천(당시 두산, 현 야쿠르트)만 나오면 양준혁이 고전했던 이유까지 밝히면서.
"이혜천이 오버스로보다 팔 각도가 내려간 투구폼으로 던져서 왼손 타자가 상대하기 어려웠다. 특히 (양)준혁이는 이혜천 공 한 번 보고 나면 그 다음부터 타격폼이 완전히 무너져 버리면서 슬럼프를 맞았다. 진행이는 준혁이도 겪었던 약점을 극복하면서 기본적으로 좋은 타격 밸런스를 갖추고 투수들의 공을 공략해야 더 좋은 타자가 될 수 있다".
김현수와 최진행은 이미 병역까지 해결한, 팀의 현재이자 미래인 타자들이다. 타격의 기본인 밸런스에 대한 두 감독의 이야기에는 앞으로의 밝은 미래까지 생각한 뜻이 담겨있었다.
farinelli@osen.co.kr
<사진> 김경문 감독-한대화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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