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대화를 사로잡은 박정진의 '매력'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0.08.31 09: 17

"나이가 있는데 어깨가 싱싱하잖여. 뭐, 그동안 많이 안 던졌으니까".(웃음)
 
특유의 구수한 말투 속에 선수에 대한 칭찬이 묻어나왔다. 한대화 한화 이글스 감독이 올 시즌 제2의 전성기를 달리고 있는 좌완 박정진(34)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지난 29일 대전구장. 정오 쯤 대전을 휘몰아친 매서운 빗줄기가 그친 뒤 구장 뒤쪽 보문산 정상의 정자를 향한 구름이 걷힌 것을 확인한 한 감독은 두산전에 앞서 박정진에 대해 칭찬했다. 세광고-연세대 출신으로 국가대표 좌완의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며 지난 1999년 한화에 1차지명으로 입단한 박정진은 당초 지난 시즌 방출 수순을 밟을 뻔 했으나 투-타 모두 선수층이 얇아 고민이 많았던 한 감독이 다시 한 번 기회를 준 케이스다.
 
2003~2004시즌 유승안 감독 재임 시절 기회를 얻으며 필승 계투로 활약하던 박정진은 2004시즌 후 병역 파동으로 인해 공백기를 거쳤고 복귀 이후 활약이 미미했다. 10년 전 1차지명 대어의 야구 인생이 그렇게 끝나는 듯 했으나 마지막 기회 속에 그는 다시 나래를 펼쳤다.
 
올 시즌 박정진의 활약상은 눈부시다. 52경기 2승 4패 6홀드 9세이브 평균 자책점 3.13(31일 현재)으로 훌리오 데폴라-양훈을 대신해 뒷문지기 노릇을 확실히 해내고 있다. 특히 우리나이 서른 다섯으로 베테랑 축에 들었음에도 유려한 제구력이 아닌 구위로 상대를 제압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 하다. 보기드문 '스터프형 베테랑' 투수.
 
"나이에 비해서 어깨가 싱싱하다. 당연히 그동안 얼마 못 던졌으니까.(웃음) 이전에는 팔 스윙이 지나치게 커서 공이 원하는 대로 향하지 못했는데 성준 코치가 팔스윙을 조금 간결하게 하는 쪽으로 지도했더니 제구력이 좋아졌더라".
 
여기에 한 감독은 박정진이 가진 투구폼에서의 장점을 이야기했다. 구종 노출을 최대한 숨기는 만큼 타자와의 수싸움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뜻. 최근 모든 구단이 전력분석에 있어 무게중심을 두는 만큼 어떤 공을 던질 것인지 미리 보여주지 않는다는 점은 분명 대단한 무기다.
 
"최대한 공을 숨겨서 나가니 타자가 특정 구종에 타이밍을 맞추고 준비하기 힘들다. 경기 운영 면에서도 확실히 좋아졌다. 지금 현재 투수진을 고려했을때 내년 마무리는 단연 박정진이라고 볼 수 있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만약 한 감독이 새 팀을 파악하고 돌아보는 과정에서 박정진을 지나쳤더라면 다음 시즌 마무리를 찾는데 현 시점에서 더욱 어려운 일이 되었을 지도 모르는 일. 박정진의 올 시즌 맹활약은 선수 본인은 물론 리빌딩에 골몰하는 감독에게도 커다란 위안거리를 선물했음에 틀림없다.
 
farinelli@osen.co.kr
화보로 보는 뉴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OSEN 포토뉴스’ ☞ 앱 다운 바로가기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