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저녁 8시에 혼자 숙소에서 기다리고 룸메이트 없이 혼자 잤어요".(웃음)
승리도 없었고 제구력도 아쉬웠지만 데뷔 첫 선발 등판을 치른 새내기치고는 나쁘지 않은 모습이었다. 이재학(19. 두산 베어스)이 자신의 데뷔 첫 1군 선발등판이던 29일 대전 한화전을 떠올리며 수줍게 웃었다.

올 시즌 대구고를 졸업하고 2순위로 두산에 입단한 이재학은 실전 활용도 면에서 1순위 장민익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받았던 유망주다. 마무리훈련서부터 이재학은 팀 내에서 '최동환(LG)처럼 역회전볼의 위력이 좋은 투수다'라는 평을 받기도.
1군에서 12경기 1승 1패 평균 자책점 4.34(31일 현재)를 기록 중인 이재학은 지난 29일 대전 한화전에서 데뷔 첫 선발 등판 기회를 가졌다. 사사구 5개를 내주며 불안한 투구를 보이기는 했으나 4회까지 무실점으로 막다가 5회 김태완에게 좌월 역전 스리런을 허용하며 5이닝 5피안타(탈삼진 3개) 3실점을 기록했다.
31일 훈련을 위해 잠실구장을 찾은 이재학에게 느낌이 어땠는지 물어보았다. 그러자 이재학은 "(양)의지 형이 김태완의 도루를 잡아준 덕분에 4회까지 무실점으로 막을 수 있었다"라며 포수에 공을 돌렸다.
"전체적으로 컨트롤이 안 좋아 카운트가 불리해 직구를 많이 던졌어요. 5이닝 3실점했지만 경기 내용이 안 좋아서 다음 기회에는 더 컨트롤을 보완해 제대로 던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역전 홈런을 맞았지만 그래도 형들이 도와준 덕택에 패전도 면하고 팀이 이겨 다행이에요".
시점을 거슬러 등판 전날에 대해 물어보았다. 이재학은 원래 28일 2군 경기 등판이 예정되어있었으나 선발 로테이션 보완을 위해 1군으로 호출되었고 28일 저녁 8시 경 두산 원정 숙소에 홀로 도착해 대기 중이었다.
"구장으로 안 가고 호텔에서 기다리고 있었어요. 경기를 마치고 돌아온 선배들이 '너 내일 선발이야'라고 알려줘서 좀 놀랐습니다. 마침 인원도 안 맞아서 혼자 방을 썼구요".(웃음)
많이 긴장되었을 상황이지만 자기 전부터 '긴장하지 말아야 겠다'라며 마인드컨트롤에 열중했다는 후문. 아무렇지 않은 듯 웃어보이는 이재학의 모습에서 "순해 보이지만 승부근성이 장난 아니다"라는 고창성과 임태훈의 평이 다시 떠올라 또 한 번 함께 웃었다.
어느 분야에서나 신인은 시행착오 끝에 더 큰 사람으로 자라나게 마련. 첫 선발 등판이 쉽지 않았음에도 가능성을 보여준 이재학이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주며 팀에 필요한 투수로 성장할 것인지 더욱 궁금해진다.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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