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악마를 보았다’에 대한 국내외 평단 및 관객들의 평가가 극과 극을 달리고 있다. 같은 영화를 봤을 텐데 어쩜 이리도 보는 기준이 다를까 신기할 정도다.
웰 메이드 스릴러라는 극찬이 있는가 하면 “보는 내내 역겨웠다”, “또 다른 방식의 폭력이다” 등 불쾌한 심정을 나타낸 이들도 있다. 영화적 취향이야 개개인마다 다를 수 있기에 그에 대한 평가는 늘 다르게 나타나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악마를 보았다’의 경우, 다양한 반응을 넘어 정반대의 의견들이 쏟아지는 상황이다.
‘악마를 보았다’는 한국 상업영화 최초로 제한상영가 등급 판정을 받아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두 번의 반려 끝에 청소년 관람불가로 상영 등급을 낮췄다. 그 만큼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그 잔인함의 수위가 관심의 대상이 됐다.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했던 대로 영화는 잔인했다. 영화를 본 국내 관객들은 스토리를 풀어가는 김지운식 잔혹함에 혀를 내둘렀다. 특히 연쇄살인범 경철 역을 맡은 최민식은 지독하고 살벌하게 연기하며 관객들을 소름끼치게 했다. 극중 경철은 여자들을 겁탈해 사지를 절단하고, 남자들의 경우 죽음에 이르기까지 잔혹한 폭력을 휘두르며 최후를 맞게 했다. 칼, 망치 등 무기가 될 만한 것은 모두 이용해 잔혹하게 살인을 저렀다. 양심의 가책은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피해자여야 할 수현 역의 이병헌도 잔인하기로는 둘 째 가라면 서러웠다. 자신의 모든 것을 비운 채 냉정하게 잔혹한 복수전에 나섰다. 유흥으로 젊은 여자들을 강간하고 살인하며 인육까지 먹어대는 살인마들을 상대로 그들 이상의 잔인한 수법으로 응징하는 게 영화 속 그의 몫이기에 영화가 끝나고 나서는 ‘정말 누가 악마 일까’ 의문까지 생긴다.
이 같은 ‘악마를 보았다’의 폭력성에 대해 대부분의 관객들은 불편을 호소했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최민식-이병헌이라는 최고 배우들의 조합과 김지운 감독이라는 네임 벨류에도 비교적 저조한 성적을 기록 중이다.
국내 평단의 반응 역시 상반되기는 마찬가지다. “올해의 익스트림 무비(김종철)”라고 평한 이가 있는 반면 “‘무엇’과 ‘왜’를 결여한 ‘어떻게’의 공허함(이동진)”이라며 표현 방식에 의문을 제기한 이도 있었다. 이야기 구성 방식에 대한 악평들도 보인다. 그러나 잔혹함만으로 저평가 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악마를 보았다’가 해외에서는 잘 만든 스릴러 무비로 인정받으며 폭발적인 반응을 낳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칸 영화제 마켓 첫날, 프로모 영상만으로 선 판매 되는 쾌거를 이뤘고, 지난 8월에는 1시간 분량의 베타 테이프로 토론토 영화제 스페셜 스크리닝에 초청됐다. 산세바스티안국제영화제 공식경쟁 부문에도 초청되는 등 해외 유수 영화제의 러브콜을 받았다.
토론토 영화제 프로그래머 지오바나 펄비는 풀 버전의 영화를 본 후 ‘명료한 누아르 스릴러’로 규정하며 “김지운 감독이 현재 한국 영화계에서 가장 두드러지고 독특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감독 중 하나임을 증명하는 영화”라는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해외 네티즌들의 관심 또한 뜨겁다. 이미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 된 ‘장화, 홍련’을 비롯해 ‘달콤한 인생’, ‘놈놈놈’으로 해외 팬들을 보유하고 있는 김지운 감독의 새 영화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호러와 스릴러 장르를 즐겨보는 네티즌들에게 김지운 감독의 신작은 꼭 봐야 할 영화로 통하고 있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같은 극단적 평가가 나오게 된 배경에는 국내 영화 시장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해외에 비해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접할 수 없는 영화 마켓의 특수성 탓에 관객들이 새로운 매커니즘의 영화를 받아들이기 힘들었다는 것이다.
잔인한 연쇄살인마를 상대하기 위해 피해자가 더욱 잔혹해지는 영화 스토리 역시 파격을 넘어 생경함 그 자체였기에 보기 불편했을 거라는 지적도 있다. 보통의 영화에는 관객과 마음이 통하고 몰입할 수 있는 대상이 있기 마련인데 주인공 두 사람 모두 ‘악마’ 같은 인물이라 몰입이 불가능했던 게 관객들로 하여금 극한 반응을 나타내게 했다.
국내 관객들의 냉랭한 반응 속에 상영 중인 ‘악마를 보았다’, 보기 불편하다는 이유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rosec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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