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팀의 포스트시즌 준비에 달려있는 것이 아니다. 김경문 두산 베어스 감독이 지난 5월서부터 꾸준히 선발로 뛰어온 임태훈(22)을 오랜만에 계투로 출격시켰다.
임태훈은 지난 1일 잠실 SK전서 0-2로 뒤지고 있던 7회초 선발 켈빈 히메네스의 바통을 이어받아 1⅔이닝 1피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한 뒤 8회 이현승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임태훈의 계투 등판은 지난 5월 4일 잠실 LG전서 2이닝 3실점 패전을 기록한 이후 처음.

이날 임태훈은 첫 타자 김재현에게 중견수 방면 안타를 허용했으나 나주환 타석에서 급작스러운 견제로 2루에 있던 김재현을 아웃시키는 등 서서히 감을 찾는 모습을 보였다. 여러 구종을 던져야 했던 선발 보직과는 달리 직구 구사 위력을 높이는 데도 집중하는 내용도 좋았다.
올 시즌 9승 11패 1홀드 1세이브 평균 자책점 5.28(1일 현재)을 기록 중인 임태훈은 선발로서 8승 10패 평균 자책점 5.20의 성적을 남겼다. 피안타율이 2할5푼7리로 평균 자책점에 비하면 양호한 편이었으나 23개의 홈런을 내준 것이 아쉬웠다. 지난 8월 28일 대전 한화전서는 7이닝 5피안타 2실점(1자책)으로 빼어난 호투를 펼쳤으나 그 때는 타선 지원을 받지 못했다. 최근 선발 5경기 중 4경기 퀄리티 스타트로 제 몫을 한 경기들이 있지만 임태훈은 매 경기 빈약한 타선 지원으로 고전했다.
그러나 김 감독은 선발 임태훈에 대해 배려하면서도 "구종 선택에 있어 제 위력을 떨치지 못했다"라고 잘라 말했다. 허리 통증 등을 호소 중이라 계투가 아닌 선발로 기회를 주고 있으나 선발로도 제 구위를 떨쳐주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완급 조절을 위해 보여주는 공이 몰리다 보니 홈런을 많이 맞고 있다. 직구를 내세워야 할 때는 거침없이 던져야 할 텐데". 올 시즌 최고의 활약을 떨치고 있는 이대호(롯데) 또한 최근 임태훈에게 "계투 시절과 달리 직구 위력이 예전 같지 않다"라며 따끔한 충고를 건넨 바 있다. 따라서 계투 깜짝 투입은 좋았을 때의 투구감을 익숙했던 보직에서 찾아보라는 무언의 계도라고 볼 수 있다.
여기에 임태훈을 광저우 아시안게임 엔트리에 포함시키고자 하는 마음도 계투 투입의 일환. 임태훈은 지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엔트리에 포함되었으나 연습경기서의 난조로 인해 윤석민(KIA)에게 자리를 넘겨줘야 했고 지난해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에서는 맘업맨 보직으로 준우승에 공헌했으나 병역 혜택을 얻지 못했다.
지난 2007년 이용찬과 함께 거액(계약금 4억 2000만원)을 수령한 1차 우선 지명자 임태훈은 두산이 장기적으로 내세워야 할 미래의 에이스감으로 병역을 미리 해결해주고자 하는 팀 내 의견이 강하다. 게다가 임태훈이 만약 대표팀에 합류한다면 중간 계투로 활약할 가능성이 큰 만큼 오는 6일 최종 엔트리 발표까지 최대한 좋은 모습을 보여주게 하려는 감독의 배려이기도 하다.
다른 투수에게도 한 번 더 기회를 주고자 하는 뜻도 알 수 있다. 실제로 1일 확대 엔트리 시기에 맞춰 1군에 합류한 사이드암 김성배는 지난 2005년 8승을 거두며 한국시리즈 준우승에 공헌, 계투진에 없어서는 안 될 투수로 활약했던 바 있다. 상무 제대 후 발등 부상 등이 겹쳐 제 역할을 하지 못했으나 제구력이 아쉬운 대신 볼 끝의 움직임이 좋아 김 감독이 선발로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투수 중 한 명이 김성배다. 임태훈이 계투로 더 기회를 얻는다면 그 빈 자리에서 김성배가 한 번의 기회를 얻을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선발진 진입 이전 "선발로서 기회도 얻고 싶다"라고 밝혔던 임태훈에게는 당장으로 봤을 때 아쉬울 수도 있던 1일 계투 등판. 그러나 침착하게 생각해보면 이는 임태훈 본인에게도, 다른 동료에게도 또 하나의 기회이자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 임태훈의 다음 등판 기회는 과연 언제, 어떻게 주어질 것인가.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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