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완 정현욱-좌완 권혁-우완 안지만을 축으로 하는 삼성 라이온즈 불펜진은 올 시즌 철벽을 자랑하고 있다. 현재까지 5회 이후 리드시 52게임째 승리를 지켜내고 있다. 선발이 5회까지 리드한 경기에서 불펜진은 역전을 허용하지 않고 팀승리를 지켰다는 것이다. ‘5회 리드시 52게임 전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우고 있다. 삼성의 현재 73승 중에서 52승을 엮어냈다.
최근 롯데 우타거포 이대호의 9게임 연속 홈런, 한화 좌완 괴물 류현진의 23게임 연속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에 3자책점 이하 투구) 등 세계 기록을 쏟아내자 삼성 불펜진의 51게임 연속 승리 지킴도 최대 관심사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과연 언제까지 삼성의 기록이 계속될 것인지, 이 것도 세계 기록이 아니냐는 등 팬들과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5회 리드시'라는 전제가 워낙 독특한 까닭에 기록으로 인증받기가 쉽지 않다. 한국야구위원회(KBO)도 따로 분리해서 관리하는 기록이 아니고, 미국이나 일본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분명 대단한 기록이지만 현재까지는 정리하지 않고 있는 부문이어서 세계 기록 여부를 알 수 없다.

그렇다면 소속팀 삼성의 선동렬 감독은 이 기록에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선 감독은 분명 의미 있는 기록으로 불펜 투수진을 칭찬하면서도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
지난 1일 목동 넥센전을 앞두고 만난 선 감독은 기자들이 ‘5회 리드시 전승’도 세계 기록이 아니냐는 물음에 “글쎄요. 누가 인정하는 기록도 아니고 하다보니 그렇게 된 것”이라며 큰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았다. 삼성 불펜 투수진이 감독의 기대에 부응해서 이기는 경기를 지켜준 것은 잘한 일이지만 세계 기록 여부를 따지기는 좀 어렵다는 생각을 밝혔다.
선 감독으로선 자칫 기록 연장에 대한 의식을 하게 되면 불펜 투수들이 압박을 받을까 우려하는 분위기였다. 선 감독은 현재 삼성 불펜진이 철벽으로 잘 버티고 있지만 아직 선두 SK 불펜진에는 못미친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선 감독은 “우리는 이기는 조가 매일 나가야 한다. 하지만 SK는 선발, 불펜 구분없이 롱릴리프로 뛸 수 있다. 때문에 우리는 이기는 불펜조를 잘 관리해서 컨디션을 조절해줘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기록 연장을 위해 무리하다가는 정작 중요한 포스트시즌에서 힘을 쓸 수 없다는 분석이다.
사실 ‘5회 리드시 51게임 전승’ 기록은 불펜진이 항상 잘 던져서 이뤄진 것은 아니다. 리드하고 있다가 지키지 못해 동점내지는 역전을 허용했다가 다시 재역전승을 거둔 경우도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일종의 블론 세이브를 했다가 팀타선의 도움으로 재역전을 이끌어낸 경우도 있기에 불펜 투수진만의 순수 힘으로 만들어진 기록은 아닌 것이다.
그래도 선 감독은 5회 리드시 전경기 승리를 계속 이어가기를 바라고 있다. ‘철벽 불펜’의 이 분위기를 포스트시즌까지 이어가서 한국시리즈 정상에 서는 것이 최고의 목표이기 때문이다.
sun@osen.co.kr
화보로 보는 뉴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OSEN 포토뉴스’ ☞ 앱 다운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