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전'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경기였다. 두산 베어스가 선두 SK 와이번스에 멱살 잡힌 듯 끌려가며 대패하고 말았다.
두산은 3일 잠실 SK전서 1회서만 타자일순 6점을 허용하는 등 투-타 양면에서 상대를 전혀 압도하지 못한 채 2-10으로 패했다. 이날 패배로 두산은 시즌 전적 65승 3무 50패(3일 현재)를 기록하며 2위 삼성과도 현격한 격차로 멀어졌다.

올 시즌 두산의 행보를 지켜본 야구인들의 이야기 중 가장 많이 언급된 부분은 '절박성'에 있었다. 세대교체에 성공하며 상위팀 반열에 오르는 데는 성공했으나 더 높은 고지를 향한 선수들의 자의식이 얼마나 투철한지에 대한 의문 부호를 붙인 것.
김경문 감독 부임 이전 이미 심정수(전 삼성)-진필중(전 LG) 등을 떠나보냈던 두산은 김 감독 부임 직후 정수근(전 롯데), 심재학(넥센 타격코치) 등의 잇단 이적으로 위기를 맞았으나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선수들에게 기회를 부여하며 포스트시즌 단골 진출팀이 되었다.
특히 2005시즌에는 병역 파동의 가장 큰 피해를 입은 팀 중 하나였으나 예상을 깨고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KIA에서 데려온 다니엘 리오스가 에이스 노릇을 하기도 했으나 그 뒤에는 전상렬, 임재철, 이재우 등이 이전의 이름값을 뛰어넘는 역할을 펼쳤다. 전상렬과 임재철은 모두 타 팀에서 소외되어 트레이드로 두산에 입단했으며 이재우 또한 탐라대 중퇴 후 기록원 및 훈련보조에서 2005년 홀드왕으로 우뚝 선 케이스.
현재의 두산 또한 한 때 소외되었던 선수들이 많다. 드래프트 미지명 후 신고선수로 입단한 손시헌, 김현수를 비롯해 주전 톱타자 이종욱도 현대 방출 후 두산에서 기회를 얻었다. 그 외에는 타 팀에서 이적해 온 스타 플레이어가 아닌 팀 내 팜에서 자라난 선수들이나 주목받지 못한 이적생이 자리를 꿰찼다.
그러나 외부에서는 "두산 선수들에게 이전과 같은 절박함이 보이지 않는다"라는 의견이 대다수다. 듣는 당사자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는 법이지만 "과거의 절박함이 사라진 두산 선수단이 우승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의견이 시즌 초중반부터 대두되었고 그와 함께 선두권과 두산의 격차도 점점 벌어졌다.
1,2군을 오가던. 아니 엄밀히 따졌을 때 2군에서 더 자주 모습을 보였던 한 선수는 올 시즌 중 2군 훈련장에서 "나름대로 열심히는 하고 있습니다만 제가 나갈 자리가 있겠습니까"라며 고개를 떨군 바 있다. 어느 순간 고착화된 라인업 속에서 선수들 사이에 의욕이 줄어들었음을 증명하는 한 단면이다.
'김경문 호' 초기 야구 관계자들의 평을 비웃으며 2006시즌을 제외하고 모두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던 두산. 선수들의 기량 성장 속에 올 시즌 전 우승까지 도전할 만한 팀으로 꼽혔으나 무기력하게 여름 고비를 넘지 못한 두산이 남은 경기에서 위기 타개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인가.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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