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맞는 볼은 야구장에서 언제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긍정적인 생각을 하라.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를 용서하는 것이다".
지난 8월 24일 사직 롯데전에서 조성환의 머리를 맞추며 공황장애에 우울증까지 겹쳐 심리치료까지 받으며 힘들어하고 있는 KIA 타이거즈 '에이스' 윤석민(24)에게 지원군이 나타났다.
미국프로야구(MLB) 워싱턴 내셔널스에서 멘탈 코치로 활동 중인 지오프 밀러가 4일 OSEN에 "윤석민이 회복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며 이메일을 보내왔다. OSEN은 지난 2일 밀러에게 메일을 통해 윤석민이 겪은 일들을 자세히 설명했다.

밀러는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서 5년 동안 멘탈 코치로 일하다 올 시즌 워싱턴 내셔널스로 팀을 옮겨 일하고 있다. 그는 심리학자는 아니지만 이와 동등한 교육을 이수한 뒤 메이저리그 선수들을 상대로 정신 상담을 통해 최고의 컨디션에서 경기에 임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더불어 선수들의 자신감을 꾸준히 유지하고 정신력을 개발시켜, 이들이 경기장에서 최고의 신체적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밀러는 "윤석민이 힘들어하는 사건에 대해서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누지 못해 조언을 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며 조심스러워 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는 성격, 배경, 스트레스를 다루는 법, 죄의식의 관점, 그리고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집중도 또한 다르다"고 주변 요인들에 대해서 참고할 필요성을 알렸다.
그러나 그는 OSEN이 보낸 이메일 내용과 아시아 문화를 추론해 답변을 보내왔다. 밀러는 "아마도 윤석민은 상대방을 다치게 했다는데 있어서 커다란 부담감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며 "윤석민에게 공을 맞은 두 타자가 이런 부담감을 그만 갖도록 도와 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그는 "나는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능력을 잃은 투수들을 많이 봤다. 프로야구 선수들은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 가장 큰 이유는 이들의 초점이 목표에 맞춰진 것이 아니라 실패에 맞춰졌다는데 있다. 당연히 경기는 잘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밀러는 "윤석민은 또 타자들과 상대할 때 매 순간 최고의 공을 던지려고 하기보다 일단 아웃카운트를 잡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윤석민과 같은 상황에 투수는 마운드 위에서 긍정적인 생각보다 지나치게 부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곧바로 당황스러워하고 두려움을 갖게 되고 부정적인 결론을 내리게 된다"며 "일단 긍정적인 생각과 자신감 있는 태도로 돌아서는 것이 중요하다. 혹시 마운드에 올라 다른 타자를 맞출 수도 있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스스로에게 벌을 줄 필요는 없다"고 꼬집었다.
밀러는 윤석민에게 마운드 위에 올라서서 필요한 것을 조언했다. 그는 "일단 큰 심호흡을 해라. 투구를 시작하며 무엇을 완수할 지 생각하라. 예를 들어, 투구를 시작하기 전 다시 마음을 다스린 뒤 다음에 던질 직구를 포수의 미트에 정확하게 꽂아 넣을 것을 생각한다. 또는 투구 마지막 동작을 앞쪽으로 끌고 나갈 것을 떠올리며 그의 몸과 팔이 함께 움직여 투구 밸런스를 잡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를 용서하는 것이다. 부정적인 생각을 멈추면 스트라이크를 던지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밀러는 또 "만약 윤석민이 최고 레벨에 있는 인기를 갖춘 스타였다면, 당신의 첫 번째 생각은 내가 무시를 당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며 "그러나 이는 즉각적으로 자신을 무시하고 있다고 말할 수도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생각에 스스로에게 화를 낸다. 나는 선수들 스스로에게 최고였다는 사실을 잊게 하면서 편안한 마음을 가지면서 화를 내지 말라고 가르친다"고 밝혔다.
밀러는 "윤석민에 대한 소개를 들었을 때 경쟁자에게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을 갖고 존중하는 면에서 그는 매우 착하고 친절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는 그가 침체된 기분과 죄의식에 대해서 한국에서 심리치료를 받는데 매우 중요한 요소다. 나는 윤석민이 야구라는 경기는 위험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떠올려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타자들도 자신들이 볼에 맞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타석에 들어선다. 투수들 역시 타자들이 친 타구가 자신의 몸쪽으로 날아오는 타구에 부상을 당할 수도 있다. 이 모든 것이 야구장에서는 언제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충고했다.
그는 "만약 윤석민이 공을 맞췄던 타자를 부상에서 복귀해 마운드 위에서 다시 만났다면, 윤석민 스스로에게 용서를 구하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는 항상 해낼 수 없다. 때로는 결과가 우리가 희망하는 방향으로 나오지 않더라도 우리가 최선을 다한다는 사실을 안 만큼, 우리는 우리의 노력에 행복해 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성흔과 조성환의 사구 이후 우울증과 스트레스성 증후군 판정을 받고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던 윤석민. 이후 등산과 휴식을 통해 마음을 추슬렀고 지난 8월31일부터 3군에 합류해 훈련을 하고 있다. 아직 확정된 것은 없지만 윤석민은 다음주 1군 엔트리 복귀가 조심스럽게 예상되고 있다. 밀러는 "나의 조언이 윤석민이 다시 마운드에 서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말을 맺었다.
agassi@osen.co.kr
화보로 보는 뉴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OSEN 포토뉴스’ ☞ 앱 다운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