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우의 '13승'이 지닌 가치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0.09.05 08: 11

"지난번 광주에서는 초반 제구가 흔들려 승리를 얻지 못했다. 이번에는 전철을 밟지 않겠다".
 
팀이 8년 만에 배출하는 팀 내 국내 투수 13승이다. '써니' 김선우(33. 두산 베어스)가 자신의 시즌 7연승이자 후반기 무패 행진을 이어가며 2002년 박명환(현 LG) 이후 국내 투수로는 팀 내 첫 시즌 13승을 수확했다.

 
김선우는 4일 잠실 KIA전에 등판해 5이닝 동안 73개의 공을 던지며 5피안타(탈삼진 5개) 1실점으로 호투하며 시즌 13승(5패, 5일 현재)째를 거뒀다. 시즌 평균 자책점을 3.72로 낮춘 동시에 올스타 휴식기 이후 3승 무패 평균 자책점 2.20의 쾌투 릴레이다.
 
그저 수치에 불과할 수 있는 13승이지만 한 번 더 생각하면 이는 팀에 커다란 의미를 지닌 승수이기도 하다. 시즌 13승은 과거 국내 무대에서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 후보 자격 중 하나로 꼽힌 승수로 일본에서는 승률 타이틀의 기준이 되기도 한다. 선발 투수가 한 시즌 내내 로테이션을 지키면서 상대 선발 카드에 꾸준히 우위를 지켰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특히 2006시즌 후 박명환의 프리에이전트(FA) 이적 이후 외국인 선발 투수에 무게 중심을 두었던 두산임을 감안하면 김선우의 13승은 분명 의미가 크다. 지난 2002년 박명환이 14승을 거둔 이래 8년 만에 탄생한 두산 국내 선발 13승으로 김경문 감독 부임 이후로는 처음있는 일.
 
그동안 두산은 국내 선발 투수로 확실한 활약을 펼치는 선수를 배출하지 못했다. 1차 지명 출신의 노경은과 김명제 등은 많은 기대를 모았으나 이를 실적으로 이어가는 데는 실패했다. 노경은은 병역 파동에 휘말려 갑작스레 병역 의무를 해결하는 등 시운을 타지 못했고 2005년과 2008시즌 가능성을 비췄던 김명제는 지난해 말 교통사고로 선수생활 지속 여부 조차 시험대에 올랐다.
 
병역 파동으로 인한 후폭풍이 3년 간 지속되면서 2007년 1차 지명자인 임태훈은 곧바로 계투진에 투입되었다. 현재 마무리 보직을 도맡고 있는 이용찬은 입단 첫 2년 간 팔꿈치 수술, 어깨 부상으로 1군에 힘을 보태지 못했다. 여러 상황이 겹치면서 두산이 결국 외국인 선발 투수에 큰 비중을 두고 매 시즌을 치렀던 것.
 
그러나 올 시즌은 다르다. 2008년 미국 외유를 마치고 자신의 지명권을 보유 중이던 두산에 입단한 김선우는 지난 2년 간 경기 당 기복이 큰 모습으로 '에이스'의 기대치에 다소 못미쳤으나 올해에는 떨어지는 변화구의 비중을 높여 국내 무대를 밟은 후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과거 다니엘 리오스의 역할을 켈빈 히메네스가 맡고 있다면 박명환의 활약상은 김선우가 재현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단기전에서 두산이 기대를 걸 만한 부분 중 하나다. 박명환의 이적 이후 매년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으나 외국인 선발 투수의 활약상 여부에 큰 비중을 두고 경기에 나서야 했던 두산은 히메네스-김선우 원투펀치가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 일단 위안을 삼을 만 하다. 뒤를 이은 좌완 레스 왈론드의 기복이 심한 편임은 아쉽지만 일단 필요조건의 일부분은 충족한 셈으로도 볼 수 있다.
 
경기 후 김선우는 "치열한 순위 싸움 중에서 몸 상태가 안 좋아 등판을 몇 차례 걸렀는데도 양해해 주신 코칭스태프에 감사한다"라며 "최근에는 투심과 스플리터를 결정구로 던지고 있다. 내야수비가 좋아 최대한 이를 활용하고자 노력한다"라는 말로 땅볼 유도 투구가 수월하게 이어지고 있음을 밝혔다. 김선우의 올 시즌 땅볼/뜬공(G/F) 비율은 2.35로 규정 이닝을 채운 8개 구단 전체 투수들 중 1위다.
 
지난 6월 9일 광주 KIA전 로만 콜론과의 맞대결서 6이닝 3실점 패배를 당했던 김선우는 "그 때는 초반 제구력이 흔들려 패배를 자초했다. 이번에도 같은 투수와의 대결인만큼 그 때 모습을 다시 보여주지는 않겠다"라며 투지를 불태웠다. 타선 지원과 자신의 쾌투 속에 설욕전에 성공한 동시에 의미있는 13승 째를 거둔 김선우가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지 여부에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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