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후죽순으로 등장하는 가수 출신 연기자 혹은 연기 겸업 가수들이 도전 초반에 꼭 부딪히는 통과의례가 있다. 바로 '연기력 논란'.
가수 출신 연기자나 '연기돌'들의 경우 제대로 된 연기 훈련을 받지 않은 상황에서 막무가내로 연기에 도전하는 경우가 많다. 가수 활동으로 쌓은 대중적 인지도나 인기를 발판 삼아 무리하게 영역 확장을 노리는 케이스들이다. 가수가 되기 위해서는 수년간 연습생 시절을 보냈으면서도 연기 도전에 있어서는 단 몇 개월의 준비기간도 갖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얼떨결에 연기를 시작하거나, 별 대책 없이 뛰어들었다가 망신당하고 스스로도 상처 받는 이들이 허다하다. 그들 중에는 그 경험을 교훈 삼아 다시 재정비에 들어가 결국엔 연기자로 안착하는 경우도 있지만 보기 드물다.

이들이 통과의례처럼 연기력 논란에 시달리는 원인은 무엇일까. 일단 준비나 연습이 부족했던 자체적 이유가 첫째요, 둘째는 대중의 곱지 않은 시선 때문이다. 날이 갈수록 대중의 눈높이는 높아지고 시선도 냉철해진다. 그런데 검증도 안 된 아마추어가 '감히' 다른 영역에 섣불리 도전하다니 눈꼴사납단 얘기다. 그렇기에 가수 출신 연기자나 연기돌들은 아주 잘해야 본전이고, 그렇지 않으면 말 그대로 '쪽박'을 차야 한다. 잘못하면 제 무덤 파는 꼴이 되고 원래 본업인 가수 활동에까지 타격을 받기 십상이다.
이러한 분위기 탓인지 최근에는 '연기력 논란'이란 통과의례를 비껴가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그리고 실제로 통과의례를 겪지 않고 그냥 지나친, 연기력 논란에서 자유로운 이들도 등장했다. 바로 동방신기 멤버 믹키유천(박유천)과 2PM 택연 등이다.

지난달 30일 첫 방송을 시작한 KBS 2TV 새 월화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에서 박유천은 남자 타이틀롤 '이선준'으로 분했다. 까칠하기 이루 말할 데 없는 원칙주의자다. 영특한데다 훈훈한 외모까지 지닌, 좌상대감의 자제다. 이른바 '엄친아'인 것. 박유천은 시크하면서도 여심을 흔드는 매력까지 겸비한 이선준 캐릭터를 꽤 잘 소화해냈다. 정극 연기 첫 도전작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자연스러운 연기력을 선보여 대다수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물론 탁월한 연기력, 신 내린 연기력이란 평가를 받을 수준은 절대 아니지만 싹수가 있단 얘기다. 적어도 '발연기 논란'을 일으킬 만큼 형편없지 않을뿐더러 지켜볼만한 가치가 있는 가능성을 드러낸 것이다.
이를 위해 박유천은 동방신기와 소속사 SM의 갈등으로 국내 활동을 중단했던 지난 1년여간 나름대로 꽤 많은 연습과 노력을 했다. 무턱대고 덤벼드는 모양새가 아니라 준비하고 기다린 노력의 산물을 일군 것이다. 아직 속단은 이르지만 지금의 분위기대로라면 무난한 연기자 신고식을 마치고 싹수 있는 연기돌로 평가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 앞서 상반기에는 택연이 KBS 드라마 '신데렐라 언니'를 통해 연기자 데뷔를 마쳤다. 비중은 크지 않은 역할이었지만 극전개상 꼭 필요한 캐릭터를 안성맞춤으로 소화해냈다는 평가다. 택연 역시 첫 연기임에도 불구, 심한 연기력 논란은 피해갔다. 물론 일부의 지적이 있었지만 대다수 시청자들은 기대이상이란 평가를 내리며 '연기돌' 택연을 응원했다. 구수한 사투리 연기, 절제된 눈빛, 감정 연기가 초보답지 않았던 택연은 이 작품 하나로 충무로와 방송가의 섭외대상 1순위가 됐다.
앞서 수많은 가수 출신 연기자와 연기 겸업 가수, 연기돌들이 극심한 연기력 논란에 시달리다 쓰러져간 것을 생각하면 박유천과 택연의 사례는 무척 흥미롭다.
issu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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