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VP' 주상용, “그만두고 싶었던 시절도 있었죠”
OSEN 황민국 기자
발행 2010.09.05 18: 45

“그 동안 고생했던 기억이 한 순간에 날아가는 느낌이에요”.
2010 수원·IBK 기업은행컵에서 MVP를 수상한 주상용(28, 현대캐피탈)의 얘기다. 주상용의 소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 까닭은 그가 수차례 은퇴를 고민했던 시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주상용은 지난 2008년 후배이자 동료인 박철우와 외국인 선수의 틈바구니에서 은퇴를 고민했다.
그러나 주성용은 “그만두지 않았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주상용은 5일 수원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0 수원·IBK 기업은행컵 프로배구대회 대한항공과 결승전에서 최다 득점인 21점으로 현대캐피탈의 우승을 이끌었을 뿐만 아니라 트리플 크라운까지 기록하는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 빛을 보지 못했던 프로배구의 원년 멤버
주상용은 프로 원년인 2005년 현대캐피탈에 입단한 선수다. 어느새 중견으로 자리 잡아야 하는 나이이지만 올해 초까지만 해도 은퇴를 고민하던 처지였다. 자신보다 어린 박철우가 워낙 뛰어난 기량을 발휘했을 뿐만 아니라 외국인 선수까지 고려하면 교체 멤버로도 출전 기회를 잡기가 쉽지 않아서다. 2007년 8월 상무에서 제대한 직후 주성용이 현대캐피탈에서 주목받지 못한 이유이기도 했다.
주상용은 “제대하고 첫 시즌에는 기대치가 있었다. 컵대회도 뛰면서 자신감을 얻었다. 그런데 정규리그에 들어가니 경기에도 나서지 못하고 (박)철우는 잘하니 점점 더 위축이 됐다”면서 “운동도 하기 싫었다.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시기였다”고 회상했다.
주상용이 운동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던 원동력은 역시 선배들의 도움이 컸다. 주상용은 “운동도 하기 싫고 뒤쳐질 때 형들이 나를 밖으로 끌어냈다. 같은 방을 쓰던 (윤)봉우 형도 내 기분을 맞춰주면서 많은 배려를 해줬다”면서 “덕분에 내가 배구를 그만두지 않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 박철우의 이적이 기회
은퇴까지 고민하던 주상용에게 기회가 온 것은 역설적으로 박철우의 이적이었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취득한 박철우는 올 시즌을 앞두고 삼성화재로 떠났다. 박철우의 이적이 곧, 주상용의 주전이라는 의미는 아니었지만 최소한 한 번의 기회가 주어지는 것은 분명했다. 주상용도 그 사실을 잘 알기에 그 어느 해보다 뜨거운 여름을 보냈다. 그 결과는 붙박이 라이트 공격수였다. 컵대회 우승과 MVP까지 손에 넣었다.
주상용은 “사실 철우가 나간다고 기회가 온다는 확신은 없었다. 철우가 나간 대신에 (문)성민이가 들어왔기 때문이다. 터키 용병이 아닌가? 이번 대회에서 이런 결과를 낸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면서 “성민이 옆에서 감독님의 눈에 나지만 않자는 각오였다. 공이 하나 올라올 때마다 최선을 다해서 때리자는 생각이었는데 MVP는 예상도 하지 못했던 결과였다”고 미소를 지었다.
▲ 정규리그를 기대하라
그러나 주상용은 아직 자신이 자만할 처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여전히 자신의 위치가 불안하다는 판단이다. 박철우의 빈자리를 확실히 손에 넣었지만 외국인 선수의 그림자가 드리우는 탓이다. 현대캐피탈은 푸에르토리코 출신의 헥토 소토를 영입했다. 점프력과 유연성이 뛰어난 선수로 김호철 현대캐피탈 감독이 점찍은 선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번 컵대회의 활약으로 김호철 감독이 주상용의 중용을 고려하고 있다는 것. 소토가 좌우 측면을 모두 볼 수 있어 활용폭이 넓어졌기 때문이다. 김호철 감독은 “주상용은 사실 철우의 백업에 그치던 선수다. 그런데 이번 대회에서 보니 자기 기량을 보여줄 수 있는 시간이 없었던 것 같다. 감독이 제대로 보지 못했다. 고민이 생긴다. 주상용이 잘한다면 소토를 레프트로 이동시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오는 12월 개최되는 정규리그에서 주상용의 활약상을 기대해도 되는 셈이다.
stylelomo@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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