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CF 직접 출연 대박…부시에 편지 쓰기도
‘내가 안 먹는 건 안 판다’ 원칙 지켜 성공

[이브닝신문/OSEN=장인섭 기자] “산수유, 남자한테 참 좋은데…, 남자한테 정말 좋은데…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네. 직접 말하기도 그렇고….”
최근 전파를 타고 있는 CF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광고다. 남자 어디에 얼마나 좋길래 저렇게 안타까워할까? 건강식품회사 천호식품의 이 CF는 정치권을 비롯한 사회 각계각층에서 다양한 패러디물을 쏟아내며 단번에 인기광고 대열에 올라섰다.
투박하고 어눌한 경상도 사투리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천호식품 김영식(59) 회장을 강남구 역삼동 천호빌딩 사무실에서 만났다.
“산수유 광고가 이렇게 성공할 줄은 몰랐다.”
산수유 광고의 탄생에는 재미있는 일화가 숨어있다. 2000년 생산이 시작된 산수유환은 당국의 허가 때문에 산수유를 주원료로 사용할 수 없었다. 2009년 10월, 관계 당국과의 오랜 줄다리기 끝에 관련법이 바뀌면서 함량 50% 미만이던 산수유를 주원료(87.45%)로 사용한 제품이 탄생했다. 화제가 되고 있는 ‘산수유 1000프리미엄’이다.
“그런데 거기서 문제가 생겼다. 효과에 정말 자신이 있었는데 광고로 표현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회의시간에도 늘 ‘남자한테 정말 좋은데 표현할 방법이 없네…’라는 푸념을 달고 다녔는데 직원 중 하나가 그걸 광고 카피로 사용하자는 제안을 했다.” 이후 광고제작은 일사천리로 진행됐고 광고는 대박을 터뜨렸다.
김 회장의 진솔한 표정과 어눌한 사투리가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유발시키는데 제대로 한몫 한 셈이다. 현재 이 CF는 탤런트 이순재와 가수 김창환이 등장하는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또다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넘어진 곳에서 일어서라”
천호식품의 올 상반기 매출은 전년대비 20% 이상 상승하며 500억원을 돌파하는 놀랄만한 성적표를 기록하고 있다. 300여명의 종업원과 연 매출 800억원의 탄탄한 내실 경영을 자랑하는 천호식품의 오늘을 일궈낸 김 회장이지만 기업가로서 그에게도 어려운 시절이 있었다.
“군 제대 이후 학습지 사업을 시작으로 일찌감치 사업에 뛰어들었다. 1984년 부산에서 천호식품을 설립한 뒤 고주파 치료기를 개발해 큰돈을 손에 쥐었다. 현찰이 들어오면서 사업에 대한 욕심이 생겼다. 찜질방, 황토방, 건설업 등으로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다가 1998년 외환위기를 맞아 47살의 한창 나이에 알거지가 됐다.”
한때 김 회장은 부산에서 현금보유 100위권에 들 정도로 사업은 탄탄대로를 달렸다. 그랬던 그가 순식간에 가장 빚이 많은 사람 100위 안에 이름을 올리며 하루아침에 빈털터리로 전락하는 인생의 쓴맛을 보게 된다.
김 회장은 사업실패에 대해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욕심이 부른 당연한 결과”라며 “당시에는 죽음이라는 단어가 생소하지 않았다”고 뼈저린 후회의 경험담을 털어놓았다.
모든 것을 잊고 아내가 선물한 반지를 전당포에 맡기고 마련한 130만원의 운영자금을 종자돈으로 그는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건강식품으로 승부를 보게 된다. 재기의 텃밭이 된 제품은 빚잔치 후 재고로 남아있던 ‘강화사자밭쑥진액’.
그때부터 김 회장은 주변으로부터 ‘미쳤다’는 소리를 들어가며 쑥제품 판매에 열을 올렸다. 휴대폰 배경 화면을 ‘쑥을 팔자’라는 구호로 도배하고 “쑥, 쑥, 쑥자로 끝나는 말은 이쑥, 저쑥, 들쑥날쑥”이라는 ‘쑥 주제가’를 직접 지어 부르며 돌아 다녔다.
그는 1년 반 만에 25억원에 달하던 빚을 청산하고 사업을 정상화 시키는 놀라운 ‘뚝심 경영’을 선보였다.
“우리가 먹지 않는 것은 팔지 않는다”
김 회장은 “건강식품회사를 운영 하다보니 마음대로 아플 수 도 없다”고 앓는 소리를 한다. 감기라도 걸리면 주변에서 ‘몸에 좋은 건 다 드실텐데 제품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라는 소리를 들을까 봐서다.
그도 그럴 것이 천호식품은 “우리가 먹지 않는 것은 절대 권하지 않는다”는 경영 이념을 실천하고 있다.
제품에 대한 자신감은 때론 엉뚱한 발상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산수유환이 출시되던 무렵 재미있는 아이디어 하나가 떠올랐다. 2000년 12월 대통령 취임을 앞둔 미국의 부시 대통령에게 편지 한 통을 보냈다.
‘세계를 이끌어가려면 정력이 좋아야 한다. 정력 증강에는 한국의 산수유가 최고다. 한번 드셔보시라’는 내용의 편지에 산수유 제품을 동봉해 보냈다.
“답장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다. 복용여부야 알수 없지만 3개월 뒤 거짓말 처럼 부시 대통령 부부의 친필 사인이 담긴 답장이 왔다. 이 사건의 광고효과로 산수유환은 두말 할 것도 없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고 지금의 역삼동 사옥이 되었다.”
“돈은 쓰기 위해 버는 것”
김 회장은 손이 큰 편이다. 직원회식 때도 일단 차비로 금일봉을 돌리고 시작한다. 처음 사업을 시작했을 때는 직원들 월급날이 그렇게 빨리 돌아올 수가 없었다. 어디론가 도망가고 싶을 정도로…. 하지만 지금은 월급날이 기다려진다.”
월급봉투를 받아 든 직원들의 즐거워하는 모습이 이제는 큰 기쁨이란다. 돈은 쓰기위해 버는 것이다. 죽어서 좋은 일에 쓰이면 무슨 소용이 있나? 항상 살아있을 때 돈을 멋지게 쓰라고 직원들에게 얘기한다.
2008년 베스트셀러가 된 자전적 자기계발서 ‘10미터만 더 뛰어봐’의 인세와 수입 전액을 전국민 대상 셋째 자녀 출산장려금으로 출연했다. 또 희망의 스위치 프로젝트, 국가유공자 대상 물품지원, 1사1교 결연운동 등 사회공헌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자녀학비대출, 자기계발비 등 직원들을 위한 다양한 복지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직장인들 통장에 한 5억원씩 있으면 얼마나 든든하고 행복하겠나? 우리 직원들 부터라도 그런 기분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
이순의 나이에 접어들면서 이제는 나라를 걱정하게 되었다는 김 회장은 모든 국민이 부자되는 나라를 꿈꾸고 있다.
성공을 이끄는 이름 ‘뚝심대장’
김 회장은 바쁜 업무 중에도 외부강연과 5만명의 회원이 가입해 있는 ‘뚝심카페’ 의 운영에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나 혼자 부자되려는 생각으로는 절대 부자가 될 수 없다. 우리 직원들, 국민 모두 부자가 되게 만들어야 나도 진짜 부자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온 국민에게 부자되는 방법을 전수하러 다닌다.”
10미터만 더 뛰어보라며 힘주어 말하는 김 회장. 이제 그가 더 뛰어야 하는 10미터는 대한민국 부자만들기라는 원대한 꿈을 향하고 있다.
ischang@ieve.kr /osenlife@osen.co.kr
▲김영식 대표는
- 1951년 경남 고성 출생
- 2002년 동아대 명예경영학 박사
- 2010년 자전적 자기계발서 ‘10미터만 더 뛰어봐’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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