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대표' 고창성, 마냥 기뻐할 수 없던 이유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0.09.07 07: 04

"좋죠. 좋은데. (이)용찬이가 걱정되네요".
 
야구를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게 되었음에도 그는 아끼는 동생을 먼저 생각했다. '필승 계투' 고창성(26. 두산 베어스)이 음주사고로 물의를 일으키며 전열에서 이탈하게 된 마무리 이용찬에 대해 먼저 염려했다.

 
지난 2008년 경성대를 졸업하고 두산에 2차 2순위로 입단한 고창성은 데뷔 첫 해 팔꿈치 통증으로 제 위력을 떨치지 못했으나 이듬해 64경기에 출장해 5승 2패 16홀드(2위) 1세이브 평균 자책점 1.95의 뛰어난 성적을 남겼다. 타이틀 홀더가 된 동료 이용찬에게 생애 한 번 뿐인 신인왕좌를 양보하기는 했으나 경기 내용 면으로 있어서는 신인왕이 되기에 충분했던 고창성이었다.
 
올 시즌에도 고창성은 65경기서 4승 3패 21홀드(2위, 6일 현재) 평균 자책점 3.22로 정재훈과 함께 승리 계투 노릇을 톡톡히 해냈다. 피홈런이 많아진 것이 아쉽지만 이닝 당 주자 출루 허용률(WHIP) 0.99로 A급 계투의 명성을 공고히 다지는 중이다.
 
2년 연속 맹활약을 바탕으로 고창성은 오는 11월 열리는 광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게 되었다. 야구 시작 이래 고창성이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게 된 순간이다.
 
"원래 대학교 3학년 때 대학선발팀에 뽑힐 뻔 했는데 직전 추계리그에서 많이 던지는 바람에 이름까지 올렸다가 다른 선수로 교체되었어요. 이번에는 꼭 대표팀에 승선하고 싶습니다". 지난해 말 국가대표를 향한 열망을 비췄던 고창성은 국제용 언더핸드 정대현(SK)과 함께 대표팀 계투진에 힘을 보태게 되었다.
 
그러나 고창성의 마음이 마냥 편한 것은 아니었다. 최종 엔트리가 발표되던 6일 새벽, 마무리 이용찬이 음주운전으로 인해 사고를 일으켜 물의를 빚었기 때문. 두산이 일단 남은 페넌트레이스 동안 이용찬 없이 경기를 치르기로 한 만큼 고창성의 계투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전직 마무리 정재훈이 마무리 보직을 맡는다면 홀드 타이틀까지도 가능한 상황이지만 아끼는 동생이 저지른 잘못에 먼저 마음을 쓴 고창성이다.
 
"일단 대표팀에 올랐다는 것은 좋아요. 야구를 시작한 이후로 처음이니까요. 그러나 용찬이가 걱정입니다. 야구 선수는 야구로 팬들 앞에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되는데. 많이 안타깝습니다".
 
잠시 우울한 기색을 숨기지 못하던 고창성. 그러나 그는 이내 마음을 다잡고 시즌 후 금메달을 걸고 돌아오겠다는 뜻을 밝혔다. "많은 이야기 하지 않겠습니다. 꼭 금메달을 딸 수 있도록 제 힘을 모두 쏟겠습니다"라며 각오를 밝힌 고창성은 소속팀과 대표팀에서의 맹활약을 굳게 다짐했다.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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