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 몫까지 잘하고 올게".
잠을 설친 목소리였지만 그 어느 때보다 활기가 넘쳤다. 6일 발표된 광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의 3루수로 승선을 확정지은 SK 최정(23)이 가장 먼저 찾은 사람은 바로 두산 투수 김명제(23)였다.
지난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이어 프로 입문 후 두 번째 태극마크를 단 최정은 "WBC 때는 어떨떨하고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기다리면서 지켜보는 입장이 되다보니 실감이 많이 난다"고 소감을 밝혔다.

최정은 "부모님이 좋아하셨다"면서도 "전화는 명제에게 가장 먼저 했다"고 털어놓았다. 발표 전 "만약 대표팀에 들어가면 내게 제일 먼저 알려달라"는 김명제의 약속을 지킨 것이었다.
최정과 김명제는 소속팀은 다르지만 2005년 프로 입단 동기. 둘은 신일고 서동환(두산)과 함께 빅3로 불린 라이벌이자 절친한 친구였다. 휘문고 출신인 김명제가 두산에 1차 지명됐고 유신고 최정은 SK로부터 가장 먼저 선택을 받았다.
먼저 주목받은 것은 김명제였다. 김명제는 신인 첫 해부터 28경기(선발 19경기)에 나서며 7승 6패 4.63의 평균자책점으로 주목받았다. 계약금 6억 원의 몸값이 돋보였다. 하지만 이후 정체된 유망주 모습에 그쳤다. 급기야 작년 연말 늦은 밤 음주상태에서 자신의 승용차를 몰다 서울 잠실 탄천1교 아래로 추락, 경추 2개가 골절되는 중상을 입고 재활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최정은 매년 발전을 거듭했다. 특히 2007시즌부터 붙박이 3루수로 활약하며 팀의 주축이 됐다. 국내에서도 내로라 하는 3루수로 자리매김한 것이었다.
최정은 "명제가 다리를 약간 절뚝거리긴 하지만 재활에 열심히 매달리고 있다"고 근황을 전한 후 "내가 명제에게 '니 몫까지 잘하고 오겠다'고 말했다. 빨리 회복돼 마운드에 섰으면 좋겠다"고 우정을 과시했다.
이어 "고민 끝에 힘들게 뽑았다고 들었다"면서 "3루수로는 (조)동찬이형과 나 둘만 뽑혔다. WBC 때는 실망스러웠다. 자신감도 없었다. 진만이형 부상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선발된 느낌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포지션에 맞게 선발됐으니까 책임감을 확실히 느낀다. 죽기살기로 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신경 쓰이는 부분 한 가지가 줄어든 만큼 팀이 우승할 때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표팀에서 제외된 팀 동료 나주환과 정우람에 대해 "위로를 해야 할지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고 아쉬워했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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