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승헌 "연기파-비주얼파 배우 이분법 싫다" (인터뷰)
OSEN 이지영 기자
발행 2010.09.07 09: 25

소위 '꽃미남'이라 불리는 배우들이 연기에 갈증을 느낄 때 찾게 되는 영화들이 공교롭게도 '느와르'인 경우가 많다.
느와르 속 캐릭터는 오늘의 동지가 내일의 적이 되는 상황 속에서 복합적인 감정과 심리을 드러내는 인물이 대부분이다. 이 인물들을 연기하다 보면 연기의 스펙트럼이 넓어질 수 밖에 없고, 그 만큼 어려운 도전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 이유때문에 그 역을 제대로 소화해냈을 때 큰 박수가 돌아온다.
대표적 꽃미남 배우 송승헌 역시 연기에 대한 갈증을 느끼고 있었다. 영화 '숙명'부터 드라마 '에덴의 동쪽', 그리고 개봉을 앞두고 있는 '무적자'까지. 이 작품들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가 연기에 대한 갈증인 것으로 보였다.

팬들이 바라는 송승헌의 모습과 배우로서 송승헌의 모습 사이에서 한참이나 고민을 하고 있는 그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무적자'를 통해 '배우로서의 가능성'이 보인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밝힌 송승헌은 이번 영화를 위해 독하게 변해야 했다.
"이영춘이라는 인물이 잘 나가다가 3년 뒤에는 망가진 모습으로 나타나요. 망가지는 모습으로 첫 등장하는 신을 찍을 때였는데 감독님이 촬영을 접자고 하시며 '소주 한잔 하자' 하시더라구요. 왜 그러나 했더니, 저보고 '눈빛을 더 탁하게 만들어 오라'고 하시더라구요. 이건 그냥 연기가 아니라 너의 모습에서 자연스레 드러나야 한다. '머리도 감지 말고, 로션도 바르지 말고, 담배도 다시 피우고, 술도 많이 마셔라'고 하셨죠."
"이후 20일 동안 촬영을 안하셨어요. 처음에는 왜 그러시나 야속하기도 했는데, 설경구나 최민식 선배님들은 '구질'한 역을 연기하실 때면 실제로 그렇게 사신다고 하시더라구요. 영화 촬영 내내 지저분하게 사신다고... 감독님은 '꽃미남' 이미지를 싫어하셨는데, 어쩌면 저에게서 그런 이미지를 많이 지우고 싶어하셨나 봐요. 그래서 5년 전에 끊었던 담배도 다시 피우고, 눈빛을 탁하게 만들려 노력했습니다. 촬영된 것을 보니 감독님이 옳았던 것 같아요."
 
하지만 그는 꽃미남 이라는 수식어와 배우라는 수식어가 어떤 상반된 이미지처럼 내비치는 것이 싫다고 밝혔다. 다양한 개성을 가진 배우들이 한가지 롤모델을 따라하는 것이 맞지 않다고 밝힌다.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장점들이 다 다른데, 연기파와 비주얼파로 딱 이분해서 모두 한가지 모델을 따라하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연기자가 가진 개성이 다 다른데 모두 알파치노나 드니로처럼 될 수는 없잖아요. 저는 비주얼로 먼저 사랑을 받아서인지 '비주얼파'라는 말을 뛰어넘기가 쉽지 않네요. 연기자라면 누구나 연기 잘한다는 소리를 듣고 싶은데, 아직 제가 많이 부족한 탓이겠죠. 이번 작품이 배우로서의 어떤 계기가 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무적자' 다음 작품은 김태희와 함께 출연하는 '마이 프린세스'라는 드라마다. 이번에 다소 가벼운 작품에 출연하게 됐다는 그는 재미있을 것 같다는 기대와 함께 팬들이 바라는 송승헌의 모습 때문에 출연하게 됐다고 밝혔다.
"사실 '무적자' 다음에 싸이코 패스 역으로 영화 출연제의가 들어왔어요. 그런데 팬들은 제가 너무 어두운 역만 한다고 이야기를 많이 하시더라구요. 제가 부드러운 남성상을 연기하시는 게 좋으신가 봐요. 사실 저는 '가을동화' 같은 캐릭터보다 좀 더 남성다운 캐릭터가 좋고, 그런게 저랑도 맞는 것 같은데, 팬들이 바라는 제 모습과 제가 바라는 모습이 달라 그런 점에서도 고민이 많이 되네요."
배우로서 어떤 기로에 서 있는 그는 많은 고민을 가지고 있었고, 그래서 한 작품 한 작품을 선택함에 꽤나 많은 생각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는 아버지가 돼 한 가정을 꾸리는 것이 자신의 가장 큰 꿈이라고 밝힌다.
"사실 주변에 친구나 동생들이 결혼하는 것 보면 너무 부러워요. 제 꿈은 오히려 소박해요. 가정을 꾸려서 와이프와 아이들과 오순도순 사는 거죠. 친구들과 결혼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다들 될수 있으면 늦게 하라'는 조언을 많이 해요. 결혼은 해도 후회, 안해도 후회인 것 같아요. 그렇다면 해보고 후회하는 것이 낫겠죠.(웃음)"
한류스타로서 이름을 드날리고 있는 송승헌은 내 만족으로 했던 연기가 내가 몰랐던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고, 책임감도 느낀다며 그럴 때 연기한 보람을 느낀다는 이야기도 빠뜨리지 않았다.
"내 만족으로 했던, 나를 위해 했던 연기가 말도 안통하는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큰 보람입니다. 저 때문에 '한국이 좋아졌고, 저의 연기가 많은 힘이 됐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볼때면 그저 감사한 마음 뿐입니다."
배우로서, 스타로서, 한 남자로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는 그는 매순간 치열한 고민 속에 살고 있는 것 같았다. 스타를 넘어 '진정한 배우'가 되고자 노력하고 있는 송승헌. 멀지 않은 미래에 우리는 '멋진 배우' 송승헌을 만나게 될 것 같다.
bonbon@osen.co.kr
<사진> 지형준 기자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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