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께 도움이 되지 못해 항상 죄송했다. 오랫동안 기다려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린다".
남은 시즌 동안 무언가 보여주지 못했다면 자칫 방출의 칼날을 맞을 수도 있던 투수. 그가 오랜만에 쾌투를 선보이며 감독의 한시름을 덜어주었다. 8년차 사이드암 김성배(29. 두산 베어스)가 5이닝 무실점투로 선두 SK의 예봉을 꺾는 수훈을 보여주었다.

김성배는 지난 7일 문학 SK전에 선발로 등판해 5이닝 1피안타(탈삼진 3개, 사사구 1개) 무실점투를 선보이며 시즌 첫 승(1패, 8일 현재)을 올렸다. 지난 2005년 9월 28일 잠실 KIA전 이후 1805일 만의 승리이며 선발승으로는 그해 9월 11일 잠실 롯데전 5이닝 1실점 승리 이후 1822일 만이다.
사실 9월 확대 엔트리에 맞춰 1군에 재합류한 김성배의 선발 등판은 팀으로서 마지막 기회를 부여한 것과 마찬가지였다. 2005시즌 지금의 고창성과 같은 역할을 하며 8승을 거둔 동시에 한국시리즈 준우승까지 기여했던 김성배는 올시즌 무언가 보여주지 못했더라면 방출될 가능성이 컸던 위치. 제구력이 아쉬웠던 대신 지저분한 볼 끝이 매력적인 투수였으나 지난해 말부터 볼 끝이 깨끗한 모습으로 상대를 제압하지 못했다.
이는 지난 시즌 초반 2군 경기 도중 입었던 발등 부상에 기인했다. 김성배는 당시에 대해 "힘껏 던지는 순간 뒷축이 된 오른 발등에서 '뚝'하는 소리가 나며 골절되어 버렸다. 이후 투구 밸런스를 찾는데 꽤 시일이 걸렸다"라고 밝혔다. 2009시즌 전 김경문 감독이 체력적인 부분을 감안, 원포인트 릴리프 및 셋업맨감으로도 주목했던 투수였으나 1군에서 활약이 미미했던 이유다.
올 시즌에도 김성배의 전망은 어두운 편이었다. 2군에서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며 페이스 조절에 열중한 동시에 투구 이닝 소화능력이 뒤떨어지지 않음을 증명했으나 직구 구위가 쉽사리 올라오지 않았던 데다 갑작스레 제구가 흔들리는 모습도 종종 보였다. 김광림 2군 감독은 "잘 던지다가 갑자기 볼넷을 연발하며 어려운 경기를 했다"라며 김성배의 2군 활약도를 평했다.
지난 6월 5일 대전 한화전서 2이닝 5피안타 6실점(5자책) 부진투를 보인 뒤 한동안 1군에서 자취를 감췄던 김성배는 지난 3일 잠실 SK전서도 1이닝 무실점으로 활약하기는 했지만 플라이볼이 크게 날아가는 모습을 보여 불안감을 비췄다. 그러나 이번에는 안정된 투구를 선보이며 2005시즌의 활약상이 결코 운이 아니었음을 스스로 증명했다.
경기 후 김성배는 "특별한 위기는 없었다. 다만 내가 스스로 너무 긴장했다는 점이 어려웠다. 양의지의 리드를 따른 것이 승리의 요인이다"라며 포수 양의지에게 먼저 공을 돌렸다. 뒤이어 그는 자신의 맹활약을 기대했던 부모님에게 감사한 마음을 보여주며 오랜만에 효자 노릇까지 톡톡히 했다.
"그저 '괜찮다'는 정도의 평가를 받아 1군에 오르고 싶지는 않다. 앞으로 확실히 자리잡을 수 있는 컨디션과 실력이 되었을 때 1군에 올라 절대 2군으로 내려가지 않도록 하겠다". 자신의 절박한 상황을 제대로 깨닫고 있던 김성배는 스스로 맹활약을 선보이며 선수생활에 있어 또 한 번의 전환점을 만들었다.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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