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김동현, “봅슬레이는 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10.09.08 10: 20

▶꿈을 실천하는 봅슬레이 국가대표 김동현 선수
봅슬레이 국가대표 김동현 선수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다. 깊은 행복감이 묻어나는 얼굴로 상대방의 눈빛을 사로잡는 그는 왼쪽 귀에 인공와우(인공달팽이관) 이식술을 앞두고 있었다.
일반인에게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인공와우 이식술이란 고도의 감각 신경성 난청을 가진 성인 또는 유•소아의 청각을 복원하여 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하는 의료술이다. 김동현 선수는 선천성 청각장애 3급 판정을 받고 태어났지만, 21살 때 오른쪽 귀에 인공와우 이식술을 받고 잠시 소리를 잃어버렸던 시간을 새롭게 찾아가고 있다. 2007년 8월 8일 오른쪽 귀에 인공와우 이식술을 한 지 3년 만이다.

“처음 시술을 받을 때는 걱정 반 기대 반이었어요. 3년이 지난 지금은 코클리어에 대한 믿음은 물론 재활과정에도 자신이 생겼어요.”
인공와우를 이식한 후에 일주일 정도 지나면 실밥을 풀고 한 달 정도 지나면 귀 외부에 음향처리기를 장착한다. 바람 부는 소리,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 새소리, 자동차 경적소리 등 모든 소리는 21년 인생을 뒤엎을 만큼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보통 사람이라면 무심코 흘려보내고 있을 소리에 김동현 선수는 경이로움을 느꼈고, 그때의 감흥을 잊지 못하는 듯 목소리 톤이 조금 떨리며 높아졌다.
“내부에 이식한 인공 달팽이관과 외부 음향기기가 연결되는 순간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소리도 다 있구나!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감격스러웠어요.”
인공와우 이식술을 받고 나면 대부분 3년 정도 재활과정이 필요하다. 재활과정은 크게 언어치료와 이식한 기계에 대한 적응기간으로 나눌 수 있다. 인공와우를 이식하고 나면 처음 몇 달은 평생 동안은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새로운 소리를 듣고 이해하느라 분주하다.
이식한 사람마다 들을 수 있는 성량이 다르기 때문에 재활을 하면서 성향에 맞는 기계 소리를 조절하고 장착하는 기간을 갖는다. 예를 들어 일상생활에서 또는 전화통화를 할 때, 소음이 심한 공간 등 각각의 상황과 장소에 따라 성향을 조절하고 맞추는 것 등이 재활과정에 포함된다.
“인공와우 이식술 이전에는 제가 하고 싶은 말만 하고 전화를 끊어버리는 일이 대다수였어요.”
 
그러나 언어 치료를 시작하면서 소리를 분별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겨, 핸드폰 속에 저장된 친구들의 목소리를 확인해 보는 즐거움에 빠지기도 했다. 늘 문자로만 안부를 주고받던 친구들도 김동현 선수가 인공와우를 이식한 후에는 진심으로 자신의 일처럼 기뻐하며 좋아해 주었다.
“재활은 자기 자신과의 싸움인 것 같아요.”
 
인공와우를 이식한 사람들 중에는 지방에 살거나 시간이 여의치 않아 일주일에 한 번도 재활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김동현 선수는 학교 근처에 재활센터가 있어 일주일에 3~4번 씩 시간이 날 때면 달려가 치료를 받았다. 강의가 비는 시간에는 친구들이 곁에서 조금 어눌하거나 부정확한 발음을 교정해 주기도 했다.
사실 청각장애를 가진 사람들 중에 영어를 잘하는 사람은 드물다. 소리를 들을 수 없기 때문에 영어 단어를 알고 있지만, 어떻게 발음을 해야 하는지 모르는 사람이 부지기수다. 김동현 선수는 오직 자신의 힘으로 연세대학교 체육학과에 입학한 것도 모자라 올해 2월에는 연세대학교 체육학과를 졸업하고 9월부터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스포츠 레저 특수교육 공부를 시작했다. 대학원을 다니는 동안 영어를 정복하겠다는 꿈도 이룰 생각이다.
김동현 선수는 대학교 2학년 때 특수교육 공부를 위해 캐나다로 워킹 홀리데이를 준비 중이었다. 우연히 봅슬레이 모집 공고를 보고 선발대회에 지원해 국가대표로 발탁되었다. 일주일 만에 무한도전 팀과 봅슬레이에 입문, 한 달 만에 봅슬레이 경기에 참가하게 되는 운도 따랐다. 꾸준히 해 온 운동이 밑거름이 되어 봅슬레이 입문 한 달 만에 2008 아메리카컵 2차 대회에서 메달을 차지하는 영예도 얻었다.
누구보다 열심히 자신의 삶을 행복한 욕심으로 채워가고 있는 김동현 선수는 여성들이 신상품 가방(?)에 열광하는 것처럼 코클리어 코리아가 가을에 출시하게 될 인공와우 뉴클리어스 5에 최초 사용자가 되는 기대감도 나타냈다.
“양이 인공와우 사용자들의 경우 두 번째 인공와우를 작동하면 청력이 즉시 향상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첫 번째 인공와우를 사용한 기간, 또는 보청기를 사용한 기간 등 여러 요인들에 따라 결과는 다를 수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청각의 균형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뉴클리어스 5는 지난 25년간 지속적으로 발전되어온 인공와우의 혁신적인 집약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소음이 많은 환경에서도 어음 인지력이 향상되었다는 평가다.
정부에는 신생아 난청의 중요성을 인식해 지난해 10월부터 15세 미만 아동을 대상으로 한 ‘양이 인공와우’ 시술비의 80%를 지원하는 보험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때문에 15세 이하의 아이들의 경우 양이 인공와우 이식이 늘어나고 있다. 이는 경제적인 부담으로 다소 망설였던 성인 사용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쳐 삶의 질 향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아무리 봐도 김동현 선수는 보통 사람들과 다를 바 없다. 어릴 때부터 운동을 좋아해 늘 친구들과 어울리며 지낸 덕분인지 밝고 긍정적인 성격에 어휘력도 풍부했다. 초등학교 때는 육상선수였던 형을 따라 육상선수로 활약하기도 했는데, 공부도 운동도 1등을 놓치지 않았던 형은 그에게 늘 선의의 라이벌이고 존경의 대상이었다.
김동현 선수는 지금 국가대표와 학업의 밸런스를 맞추는데 집중하고 있다. 세계 특수 체육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IPC(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이 되는 그날까지 그 밸런스는 꽤 오랫동안 유효할 듯싶다. /강희수 기자 100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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