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비용 최대 효과의 '저비용 고효율'은 경영 관점에서 위험한 맹신으로 취급된다. 하지만 프로야구에는 언제나 예외가 존재하는 법. 올해 프로야구에도 어김없이 저비용 고효율 선수들이 나타났다. 저연봉이지만 고연봉자들에 버금가는 활약으로 돌풍을 일으켰다. 성적이 꼭 연봉순은 아니라는 것을 몸소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 넥센, 저비용 고효율 만끽
저비용 고효율을 만끽하고 있는 팀은 주축 선수들을 대거 팔아넘긴 넥센이다. 이 팀의 에이스는 리그 최저연봉자다. '영건 에이스' 고원준은 선발 20차례 포함 28경기에 등판, 5승7패 평균자책점 3.84를 기록하고 있다. 팀 타선의 미비한 득점 지원으로 승수가 많지 않지만, 평균자책점 9위에 오른 것에서 나타나듯 순도가 높다. 퀄리티 스타트도 9차례로 팀내 최다. 2년차인 고원준은 하한선으로 정해진 최저연봉(2400만원)을 받는다. 규정이닝을 채운 17명의 투수 중에서도 당연히 최저연봉이다.

마무리 손승락도 대표적인 저비용 고효율 투수. 올해 처음 마무리라는 생소한 보직을 맡았음에도 불구하고 49경기에서 2승1패24세이브 평균자책점 2.12라는 짠물 피칭으로 뒷문을 잠그고 있다. 터프세이브가 5개, 1점차 상황에서 올라와 기록한 세이브가 11개나 될 정도로 세이브의 값어치도 크다. 세이브 부문 2위로 구원왕 등극이 기대된다. 그런 손승락의 연봉마저도 단돈 3500만원밖에 되지 않는다.
타선으로 눈길을 돌려도 저연봉자들이 수두룩하다. 톱타자로 말뚝박은 장기영은 풀타임 첫 해이지만, 108경기에서 타율 2할8푼5리 45타점 36도루로 맹활약이다. 올해로 10년차지만 투수에서 타자로 전환하는 등 굴곡 있는 역경을 겪어 연봉이 2500만원밖에 되지 않는다. 팀내 최다 72타점으로 해결사 노릇을 톡톡히 해낸 유한준도 연봉이 3700만원밖에 되지 않는다. 주전 3루수 김민우의 연봉도 3300만원에 불과하다.
에이스, 마무리, 톱타자, 해결사, 주전 3루수까지 죄다 저연봉자들로 꾸려진 것이다. 끊임없이 쓸 만한 선수들이 나오는 넥센이야말로 진정한 화수분 야구로 칭송받아 마땅하다.
▲ 무명들의 반란
오랫동안 주목을 받지 못한 무명 선수들이 저비용 고효율의 주인공이 되는 경우가 많다. 5년차지만 신인왕 자격을 유지하고 있는 양의지(두산)도 최저연봉(2400만원)을 받는다. 하지만 그는 전역 첫 해부터 주전 포수를 꿰차 117경기에서 타율 2할7푼1리 18홈런 62타점으로 맹활약이다. 역대 신인포수 한 시즌 최다홈런을 갈아치우며 유력한 신인왕 후보로 자리매김했다. 같은 최저연봉자이자 신인왕 경쟁자인 LG 오지환이 있지만 그는 계약금 2억8000만원을 받은 유망주다.
이성열(두산), 박정진 최진행(이상 한화), 전준우 이재곤 김수완(이상 롯데)도 비슷한 경우다. 그동안 줄곧 무명 또는 유망주로 머물렀지만 잠재력을 폭발하며 저비용 고효율의 대명사로 떠올랐다. 팀내 최다홈런(22개) 이성열은 연봉이 불과 3600만원밖에 되지 않는다. 12년차 '동안 노장' 박정진의 연봉은 고작 3500만원이고, 홈런 2위(28개) 최진행도 3000만원 박봉이다. 18홈런 15도루의 호타준족 전준우는 2800만원, 롯데 '영건 원투펀치' 이재곤과 김수완은 최저 하한선인 2400만원을 받는다.
저비용 고효율 선수들은 매년 겨울 그에 상응하는 대접을 받았다. 2008년 연봉 4200만원의 김현수(두산)는 이듬해 1억2600만원을 받았다. MVP급 성적을 낸 김현수를 예외로 치더라도 30대 무명 베테랑이었던 김원섭(KIA)은 2008년 연봉 4700만원에서 2009년에는 9000만원으로 뛰어올랐다. 지난해에는 강정호(넥센)와 황재균(롯데)의 연봉이 수직으로 상승했다. 2009년 4400만원·4000만원에서 2010년 1억500만원·1억원으로 올랐다. 무명이던 고효준(SK)도 2700만원에서 8000만원으로 저비용 고효율의 보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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