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선수 중 아마추어 시절 주름잡지 않은 선수는 거의 없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여 1군에서 자리매김하느냐에 있다. 프로 9년차 내야수 김민우(31. 넥센 히어로즈)의 뒤늦은 자리매김은 그래서 더욱 값졌다.
김민우는 지난 8일 잠실 두산전서 4회 좌월 쐐기 스리런 포함 5타수 3안타 3타점을 올리며 팀의 8-1 승리를 이끌었다. 김민우의 맹타에 힘입어 넥센은 시즌 전적 50승 3무 70패(8일 현재)를 기록하며 최하위 한화와의 격차를 6경기로 넓혔다. 탈꼴찌 싸움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한 셈.

부천고-한양대를 거치며 국가대표 내야수로 명성을 떨쳤던 김민우는 2002년 넥센 선수단의 전신 격인 현대에 계약금 3억4000만원이라는 거액에 입단했다. 당시 어려운 형편에도 선수단에 자금을 아끼지 않던 현대이기는 했으나 계약금을 감안하면 그에 대한 기대가 얼마나 컸는지 알 수 있게 한다.
그러나 2008시즌까지의 김민우는 그저 백업 멤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첫 해 1군 적응에 실패했고 2003시즌에는 정성훈(LG)이 KIA에서 이적해 오며 내야 한 자리를 꿰찼다. 설상가상으로 2004시즌 후반기에는 병역 파동에 휘말려 3년 간 1군 무대 조차 밟지 못했다. 아마추어 시절 공격형 내야수로 각광을 받았던 김민우는 그렇게 잊혀지는 듯 싶었다.
그가 가능성을 나타내기 시작한 때는 2009시즌부터다. 후배 황재균(롯데)이 3루에 버티고 있어 무릎이 좋지 않던 2루수 김일경의 백업으로 기회를 얻는데 불과했으나 78경기 2할6푼4리 3홈런 10타점 9도루로 팀에 어느 정도 활력을 불어넣었다. 그리고 올 시즌에는 비로소 주전 내야수로 자리매김했다.
시즌 개막부터 손목 통증으로 2군에 익숙했던 황재균을 대신해 3루를 꿰찬 김민우의 올 시즌 성적은 118경기 2할7푼 9홈런 44타점 27도루. 데뷔 후 처음으로 올스타전에 출장하기도 한 의미있는 시즌이다. 특히 27개의 도루와 함께 성공률이 81.8%(33번 시도/27번 성공)로 탁월하다는 점은 본연의 야구 센스를 회복했음을 증명하고 있다.
데뷔 후 두 번째 잠실구장 홈런포를 쏘아올리며 맹활약을 펼친 김민우는 경기 후 "날이 선선해지면서 체력이 회복된 게 최근 좋은 활약의 가장 큰 비결인 것 같다"라고 밝혔다. 김민우는 최근 5경기서 3할6푼8리(19타수 7안타)로 정확성을 선보이는 중이다.
뒤이어 그는 "올 시즌 전체적으로 봤을 때 팀이 4강 싸움이 한창일 시기에 제 역할을 못한 점이 걸린다. 나 자신에게 섭섭할 따름"이라며 "그래도 최근 들어 좋은 활약을 하고 있다는 점이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키워주고 있다. 올 시즌을 마칠 때까지 부상 없이 꾸준히 활약하고 싶다"라는 말로 더 밝은 내일을 꿈꿨다.
우리나이 서른 둘. 한창 기교를 뽐내며 그라운드를 누빌 시기임에 틀림없다. 시작이 늦은 감이 있지만 절정기에 이르러 스퍼트를 올리고 있는 김민우의 야구 인생은 과연 어떻게 그려질 것인가.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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