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철, 5년 차이 '평행 이론' 보여줄 것인가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0.09.09 10: 59

 
"워낙에 성실하니까. 게다가 수비력이 좋으니 꼭 필요한 선수지".
 

감독의 칭찬과 함께 5년 전 '가을 사나이'로 떠올랐던 한 베테랑의 모습이 겹쳐보였다. 팀 내 최고의 외야 수비력을 자랑하는 강견의 외야수 임재철(34. 두산 베어스)에 대한 이야기다.
 
지난해 2년 간의 병역 공백을 무색케하며 121경기 2할8푼1리 6홈런 50타점 11도루를 기록, 팀의 주전 우익수로 활약했던 임재철은 올 시즌 팀 내 최다 홈런(22홈런)을 기록 중인 이성열에게 자리를 내주고 교체요원으로 활약 중이다. 임재철의 올 시즌 성적은 88경기 2할8푼3리 3홈런 15타점 7도루(8일 현재).
 
외야진이 빈약한 팀에서 영입하고 싶은 선수로 내심 기대하고 있었으나 두산 입장에서도 쉽게 내줄 수 없는 선수임에 틀림없다. 국내 최고급으로 꼽히는 송구 능력을 자랑하는 동시에 경험을 바탕으로 노련한 수비를 펼치기 때문. 선구안이 좋고 작전 수행 능력을 갖췄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8일 잠실 넥센전을 앞두고 훈련 과정을 지켜보던 김경문 감독은 "오늘(8일)은 임재철을 한 번 주전으로 써보려고 한다. 연습 타구를 지켜보라"라며 임재철의 타격을 예의주시했다. 때마침 임재철의 타구는 외야 좌중간으로 빨랫줄 같은 궤적을 그리며 그라운드에 떨어진 뒤 담장을 맞췄다.
 
"워낙 성실하잖아. 얼마 전에는 본인이 '감독님, 제가 원래 가을에 강한 스타일입니다'라고 이야기하더라고. 데뷔 시즌 때 롯데 소속으로 괜찮은 활약을 보여주기도 했으니 기대를 걸어볼 만 하지". 실제로도 시즌 중반 김 감독은 임재철을 2군으로 내려보면서 "후반기에 꼭 필요한 선수다. 다만 지금은 1군에서의 필요에 의해 잠시 2군으로 내려보내게 되어 솔직히 아쉬울 따름"이라고도 밝힌 바 있다.
 
시즌 후반기와 포스트시즌에 반드시 필요한 선수라는 점을 강조한 김 감독은 사실상 순위가 굳어져 여러 포메이션을 실험해야 하는 상황에서 임재철에게 기회를 주고자 했다. 지난해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임재철이 손가락 골절상을 당해 SK와의 플레이오프에서 활용하지 못했던 아쉬움을 풀어보겠다는 뜻이다.
 
 
5년 전에도 임재철과 비슷한 선수가 두산 내에 있었다. 지난해를 끝으로 은퇴한 뒤 지도자 수업의 일환으로 원정 기록원 직무를 맡고 있는 전상렬이다. 다소곳한 행동, 따뜻한 마음씨에 '할매'라는 별명으로도 알려졌던 전상렬은 화려하지는 않았으나 견실한 수비력을 바탕으로 두산에서 감초 같은 역할을 하던 외야수다. 2004시즌에는 주전 중견수로서 2할7푼4리 5홈런 42타점 15도루로 활약한 '김경문호 1기'의 중심 선수 중 한 명이었다.
 
이듬해 부상, 컨디션 저하 등으로 인해 2할4푼1리 1홈런 25타점 3도루에 그쳤던 전상렬은 한화와의 플레이오프에서 6할(10타수 6안타) 3타점을 올리며 MVP에 꼽혔다. 수비에서 보이지 않는 공훈은 물론 정확한 타격으로 친정팀 한화를 울렸다. 김 감독은 내심 임재철에게 5년 전 전상렬과 같은 활약을 기대하고 있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그들의 발걸음이 한화에서 두산으로 옮겨오는 과정, 데뷔 후 최고의 활약도를 보여준 점이 5년 차를 두고 얼추 맞아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1999년 5월 15일 투수 김경원의 반대급부로 내야수 홍원기(현 넥센 코치)와 함께 한화에서 두산으로 둥지를 틀었던 전상렬의 커리어하이 시즌은 2004년이다.
 
임재철의 행보도 전상렬의 5년 후와 짜맞춘 듯이 거의 똑같다. 전상렬의 두산 이적 후 5년이 지난 2004년 6월 6일 임재철은 좌완 차명주와의 맞교환으로 한화에서 두산으로 적을 옮겼고 그도 2009시즌 데뷔 후 최고의 성적을 올렸다. 데뷔 팀과 외양, 쓰는 손이 서로 다르다는 점이 있기에 완전히 똑같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 또한 재미있는 우연임에 틀림없다.
 
준플레이오프 상대가 될 것이 확정적인 롯데, 플레이오프 직행이 유력한 삼성은 임재철의 친정팀. 최근 2시즌 동안 임재철은 롯데를 상대로 2할8푼4리 3홈런 13타점, 삼성을 상대로 3할3푼3리 14타점의 성적을 올렸다. 선두 SK를 상대로도 임재철은 2년 간 3할3푼3리 3홈런 10타점의 맹위를 떨쳤다. 포스트시즌에서 수비만이 아닌 공격 면에서도 충분히 기대해볼 수 있는 '저격수' 카드다.
 
결코 쉽지 않은 한 해를 보내면서도 성실한 자세를 잃지 않았던 임재철. 이제는 김동주에 이어 팀 내 '넘버 2'가 된 베테랑 임재철이 5년 전 전상렬의 맹활약을 재현하는 '평행 이론'을 다이아몬드에서 선보일 수 있을 것인가.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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