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신정환의 '애송이'같은 대처
OSEN 윤가이 기자
발행 2010.09.09 10: 35

방송인 신정환이 필리핀에 체류하며 무단으로 방송 펑크를 낸 것에 대한 공식 입장을 최초로 밝혔다. 지난 5일과 6일, 예정됐던 프로그램 녹화에 불참한지 4일 만이다.
신정환은 9일 오전 자신의 온라인 팬카페에 '세부에서'라는 제목으로 장문의 글을 올리고 자신을 둘러싼 필리핀 원정 도박과 억류설, 채무설 등에 관해 전격 해명했다. 이 글에서 신정환은 팬들에게 심려를 끼친 점을 먼저 사과한 뒤 "이렇게 잠을 푹 자보는 게 얼마만인지 기억조차 나질 않는다. 약기운 때문인지 고열 때문인지 알 수는 없지만 병실에 누워 하루에 15시간은 자는 듯하다. 세부까지 와서 며칠째 병원에만 누워만 있으니 안타깝다"며 자신의 병세를 전했다. 또 과거(도박 경력)를 지울 수는 없지만 계속되는 추측기사들로 인해 속상한 심경이라며 "고열로 인해 며칠 동안 의식이 없어 방송을 못하게 되었다는 것이 이해 안 되고 무책임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겠지만 있는 그대로를 여러분께 알려드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적었다.
이어 "도착해서 며칠, 일행들과 카지노에 들른 것은 사실이나 단순히 관광 목적으로 많은 관광객들이 있는 곳에서 있었고 그 후 여행 중 '뎅기병'에 걸려 병원에서 계속 지내왔다"고 밝히며 언론에 보도된 도박으로 인한 억류, 채무설 등을 부정했다.

너무 뒤늦었지만 신정환의 글이 전부 사실이라고 믿더라도 갖가지 의혹은 여전하다. 신정환의 입장대로라면 사태가 이렇게 악화, 확대되기 전 동행한 일행을 통해 충분히 방송국 제작진이나 소속사, 언론 혹은 팬들에게 양해를 구할 수 있었던 문제 아닌가. 신정환이 연속으로 방송 녹화를 무단 펑크 내도록 이유를 모르기는 그의 소속사도 마찬가지였다. 신정환의 매니지먼트를 담당하고 있는 소속사도 가족도 알지 못하는 상황은 그의 최측근이라는 둥 현지민이라는 둥 하는 사람들의 증언에 의해 각종 루머로 확산됐다. 언론의 보도도 잇따랐다. 본인이 뎅기병으로 사경을 헤매고 있었다손 치더라도 애초에 발병 사실을 알리고 소속사나 제작진에 양해를 구하거나 도움을 요청했다면 이렇게 왜곡되거나 확대될 문제가 아니었다는 말이다.
또 이 글에서 신정환은 언론의 보도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고 퇴출 움직임을 보인 방송국에 대한 불편한 심경도 숨기지 않았다. "크게 부풀려진 한국의 뉴스를 듣고 충격에 빠졌다"며 "뭘 해도 의심 하는 미디어를 못 믿겠다. 근거 없는 소문만으로 기사를 써 내려가며 가족과 사랑하는 팬 분의 마음을 졸이게 하고 마녀 사냥하는 사람들을 못 믿겠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스케줄도 한가해졌다. 방송국에서도 기사를 믿었나보다"며 자신을 상대로 퇴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방송국들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물론 아직까지 그 어느 하나 정확한 사실은 없다. 신정환이 억울하다는 억대 도박설이나 채무설, 억류설 등의 사실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 스스로의 공식 입장만이 필리핀 체류의 이유와 방송 펑크 등의 사유를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모두 다 진실이라거나 객관적인 사실이라 보기엔 무수한 의혹들이 발목을 잡는다.
만일 모든 것이 신정환의 공식 입장 그대로라고 해도 이는 너무도 뒤늦은 대처다. 성숙하고 책임감 있는 방송인이라면, 인기를 누리며 유명세를 떨치는 공인으로서 이 모든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지 못한 신정환의 이해할 수 없는 처사가 아쉽다.
언론에 대한 섭섭함, 방송사에 대한 서운함, 각종 루머에 대한 억울함을 호소하기 보다는 이러한 상황을 만든 본인의 실수나 미숙한 대처를 인정하고 무단 펑크를 반성하며 팬들에 사과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지 않았나.
방송계 물을 먹을 만큼 먹은 베테랑이, 십 수 년째 한 바닥에서 산전수전을 겪어온 신정환의 노련하지 못한 처사가 혀를 차게 만든다.
issu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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