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웃은 류현진, 다승왕 희망 유지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0.09.10 07: 08

지난 9일 대전구장. 잠시 휴식기에 들어간 한화 '괴물 에이스' 류현진(23)은 뛰었다. 다른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훈련하고 있을 때 류현진은 트레이너와 단둘이 경기장 관중석을 끝없이 돌고 또 돌았다. 무려 2시간 가까운 러닝이었다. 류현진은 러닝을 마친 후 "문제없다"며 웃음을 잃지 않았다.
그 웃음은 경기 후에도 이어졌다. 이날 상대팀 SK 선발투수는 김광현. 김광현은 이날까지 16승으로 류현진과 함께 다승 부문 공동 1위에 올라있었다. SK가 한화보다 5경기나 더 남아있는 가운데 류현진이 팔꿈치 피로누적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한 차례 거른 상황이라 상승세의 김광현에게 더 유리하게 전개되는 양상이었다.
다승왕을 뺏기면 트리플 크라운도 결국 신기루가 된다. 류현진 개인은 물론 최하위로 굳어진 한화 입장에서도 달갑지 않은 일이다. 이 때문이었을까. 경기 전부터 한화는 쉽게 지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한대화 감독은 "김광현이 선발이니 꼭 이겨야 하지 않겠나"라며 의욕을 보였고 선수들에게도 이 메시지가 충분히 전달됐다.

들쭉날쭉한 피칭을 보였던 선발 훌리오 데폴라는 마치 류현진으로 빙의한 듯 145~152km 사이의 직구를 수시로 꽂으며 힘으로 승부하다가도 슬라이더나 체인지업으로 SK 타자들의 혼을 빼놓았다. 타선은 김광현에 막히며 변함없이 빈공이었지만 한 번의 찬스를 놓치지 않았다. 4회 이대수의 땅볼 때 3루 주자 최진행의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1점을 얻어 김광현을 패전 위기로 몰아넣었다.  
비록 경기는 9회 마무리투수 박정진이 이호준에게 불의의 동점 솔로포를 맞은 끝에 연장 12회 1-1 무승부로 끝났지만 한화로서는 김광현의 17승을 저지한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었다. 류현진도 공수교대 때마다 가장 먼저 나와 데폴라와 주먹을 부딪치며 고마움을 표시하더니 7회 만루 위기를 넘겼을 때에는 데폴라의 두 팔을 번쩍 들고 하늘을 가리키는 세레머니를 따라하며 웃음으로 기쁨을 나타냈다.
이로써 다승왕 경쟁도 다시 미궁 속으로 빠져들 전망이다. 물론 아직은 SK가 잔여경기에서 여유가 있는 만큼 김광현이 조금 더 유리한 위치에 있다. 하지만 컨디션을 추스르고 있는 류현진이 2차례의 선발등판에서 분투를 발휘한다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 9이닝당 득점지원이 고작 4.11점으로 규정이닝을 채운 17명의 투수 중 최하위일 정도로 불운한 류현진이지만 이번에는 팀원들이 오랜만에 그의 웃음을 찾아주었다. 다승왕 희망도 다시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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