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가 구단 역대 첫 3년 연속 4강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 2008년 롯데 사령탑으로 부임한 제리 로이스터 감독은 '두려움없는 야구'를 강조했다. 실수하더라도 질책보다 격려를 통해 감싸 안았다. 패배의식에 젖어 있던 선수들도 로이스터 감독의 끊임없는 신뢰 속에 자신감을 얻었다. 하위권에 맴돌던 롯데의 선전 속에 3년 연속 100만 관중을 돌파하기도 했다.
만약 추신수(클리블랜드), 백차승(전 샌디에이고), 송승준(롯데) 등 부산 출신 해외파 선수들이 곧바로 롯데에 입단했다면 어땠을까. 롯데에서 선수로 뛰었던 한 야구인은 "롯데가 해외파 선수들을 모두 영입했다면 일찍 좋은 성적을 거뒀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송승준과 백차승은 '제2의 박찬호'를 꿈꾸며 미국 무대에 도전장을 던졌다. 그러나 추신수는 2001년 롯데 우선 지명을 받았으나 메이저리그행을 선택했다.

추신수가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국위 선양에 이바지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롯데가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냈다면 추신수의 입단을 성사시킬 수 있었다는게 중론이다. 지난해 타자 고과 1위에 선정된 이대호와의 첫 만남에서 삭감 대상에 포함됐다고 통보한 롯데 프런트라면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을 듯 하다.
'8888577'. 동네 중국집 전화번호가 아니다. 2001년부터 7년간 롯데의 시즌 최종 순위이다. 롯데 팬들의 가슴 속에 깊이 남겨진 상처라고 표현할 수 있다. 롯데는 7년간 암흑기를 보냈지만 전년도 성적의 역순에 따라 진행되는 신인 드래프트에서 아마 유망주를 쓸어 담으며 다음 시즌을 기약했다. 대형 신인을 잇달아 영입했지만 효과는 기대 이하.
2002년 2차 1순위로 지명한 세광고 출신 좌완 기대주 고효준은 이듬해 SK로 이적한 뒤 현재 선발과 중간을 오가는 비룡 마운드의 핵심 요원으로 자리매김했다. 롯데는 고효준의 선전을 바라보며 남몰래 속을 앓았다.
2003, 2004년 고교 랭킹 1위 투수를 품에 안았지만 불발. 롯데는 2003년 2차 드래프트에서 광주일고 에이스 김대우를 점찍었지만 계약금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김대우는 대학(고려대) 진학을 선택했다. 2학년을 마친 뒤 상무에 입대한 김대우는 제대 후 2007년 대만 무대에 진출했지만 이렇다할 성적을 거두지 못하고 귀국했다.
롯데는 그해 11월 김대우와 계약금 1억 원 연봉 2000만 원에 입단 계약을 체결했다. 고교 무대 최고의 투수였던 김대우의 1군 무대 통산 성적은 3경기에 등판해 승리없이 2패(방어율 14.09).
2004년 순천 효천고 출신 우완 김수화를 영입하는데 성공했다. 계약금 5억3000만원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할 만큼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고교 최대어' 김수화를 품에 안은 롯데는 손민한의 계보를 이을 거물급 우완 투수 탄생을 바랐으나 부푼 기대는 산산조각나고 말았다.
김수화는 고교 시절 혹사 속에 어깨 통증 뿐만 아니라 프로의 높은 벽을 실감하며 통산 23경기에 나서 1승 10패(방어율 7.41)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남겼다. 김수화는 김민성과 2대1 트레이드를 통해 넥센 내야수 황재균과 유니폼을 맞바꿔 입었다.
2005년 2차 1순위로 거인 군단에 입성한 조정훈은 데뷔 4년 만인 지난해 14승을 따내며 다승 부문 공동 선두에 올랐다. 2002년 이후 롯데가 2차 지명을 통해 얻은 유일한 수확이나 다름없다.
광주일고 출신 사이드암 나승현(2006년 2차 1순위)은 데뷔 첫해 16세이브를 거두며 가능성을 인정받았지만 고교 시절 랭킹 1,2위를 다투던 한화 류현진과의 격차는 점점 벌어졌다. 2007년 1차 우선 지명자인 경남고 출신 이재곤이 올 시즌 5승 3패(방어율 4.04)로 가능성을 비췄다는 점도 그나마 위안거리다.
그러나 롯데가 김대우, 김수화 등 엄청난 각광을 받았던 고교 투수 최대어를 제대로 키워보지 못했다는 비난은 면할 수 없다. '신인들의 무덤'이라는 오명을 다시 한 번 확인시킨 셈이다.
연고 지역내 우수한 선수가 넘쳐나도 품에 안지 못한다면 무의미하다. 그리고 제대로 키우지 못하면 소용없다. 사상 첫 3년 연속 4강 진출이라는 쾌거 속에서 결코 잊을 수 없는 롯데의 잔혹사다.
wha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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