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염없이 내리는 비 때문에 한국야구위원회(KBO) 경기 감독관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롯데 자이언츠전 김재박 경기 감독관도 오후 2시를 넘어 경기장에 도착해 계속해서 비가 내리는 하늘만 바라봤다.
보통 9월이면 장마도 끝나고 태풍도 거의 지나가 가을야구를 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었다. 그러나 올해는 9월들어 태풍 곤파스에 이어 장마처럼 연일 비가 계속 내리면서 KBO는 플레이오프 진행에 애를 먹고 있다. 오늘 뿐 아니라 주말에도 계속해서 비가 온다는 기상청의 예보다.

특히 올해는 11월에 있을 2010광저우 아시안게임 때문에 10월 24일까지 한국시리즈가 끝나야 한다. 10월 25일부터는 대표팀 훈련이 시작될 예정이다. KBO는 늦어도 9월 29일 준플레이오프를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이로 인해 KBO는 올 시즌 잔여 경기가 최대한 일정대로 진행할 수 있도록 비가 오더라도 끝까지 기다렸다 비가 그치면 무조건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KBO도 팬들에게는 미안한 부분이지만 일정 때문에 어쩔 수 없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9일 경기 전 만난 김재박 감독관은 실시간으로 출력한 기상청 자료를 꼼꼼히 체크하고 있었다. 경기 시작 4시간 전에 야구장에 도착한 김 감독관은 내야 흙과 외야 잔디까지도 일일이 체크하며 경기 진행여부를 놓고 고심했다. 그쳤던 비가 다시 내리면 기상청에도 전화를 걸었다. 날씨 변화에 따라 KBO에 계속해서 전화를 걸며 그라운드 상태를 보고 했다.
김 감독관은 "비가 자주 내리는 통에 경기 진행에 어려움이 있다. 요즘은 국지성 호우가 내려 기상청 정보도 100% 믿기 힘들다"며 "어디까지나 참고를 하지만 정말 예상하기가 힘들다"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는 또 "비가 오는 날 경기를 하다 보면 선수들은 부상 위험도 조금 높다. 시즌 막판인 만큼 체력도 많이 떨어져 되도록이면 쉬고 싶어하는 것이 선수들의 심정"이라며 "나 역시도 선수시절 같은 마음이었지만 지금은 내 입장이 달라 이해는 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때마침 곁을 지나가던 LG와 롯데 선수들도 김재박 감독관에게 인사를 하며 "오, 비가 많이 오는데요"라고 한마디씩 하고 갔다. 특히 LG 이진영은 동료 선수들 사이에서 기상 캐스터로 불릴 만큼 날씨를 잘 체크하고 적중 확률도 높다. 실제로 이진영은 이날 오후 4시를 조금 넘자 "오늘 경기하니까 준비해"라고 동료들에게 말했다.
김 감독관은 "하늘에서 내리는 거라…"라는 말을 하며 계속해서 하늘만 주시했다. 비록 이날 LG-롯데 경기는 8회 강우 콜드 게임으로 끝났지만 다행히 5시 이후 빗줄기가 가늘어지며 경기는 무리없이 소화할 수 있었다.
agass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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