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 리얼 버라이어티 MBC '무한도전'은 스포일러로 인해 종종 몸살을 앓는다. 최근엔 KBS 2TV 주말 버라이어티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도 떠도는 스포일러로 그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 또 다른 리얼 버라이어티 KBS '천하무적야구단'도 경기 결과가 스포일러로 전해지는 경우가 많다.
끊임없이 새로운 과제에 도전하고 색다른 미션 수행을 포맷으로 한 '무한도전'(이하 무도)과 '남자의 자격'(이하 남격)은 스포일러에 시달리기 쉬운 대표적 예다. 고정 멤버들이 여행지를 찾아 풍광을 소개하고 게임을 즐기는 일정한 틀을 지닌 '1박2일'과는 달리 '무도'와 '남격'은 좌충우돌이다. 제작진이 매주 골머리를 썩이며 고안한 아이템으로 도전 과제가 정해지고 때로는 장기 프로젝트가 되기도 한다. '무도'가 그간 선보인 다양한 장기 프로젝트, 예를 들면 최근의 레슬링 특집이나 달력 모델, 이전의 벼농사 특집 같은 것들은 1회 촬영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짧게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1년의 공이 들어가는 작업이다. '남격'의 아마추어 밴드 도전기나 최근 이슈가 된 합창단 특집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다.
며칠 전 '무도'의 김태호 PD는 달력모델 프로젝트에서 길이 누드모델 벌칙을 수행하게 됐다는 스포일러에 대해 또 한 번 볼멘소리를 했다. '무도'는 긴 역사만큼이나 스포일러에서 가장 자유롭지 못했다. 스포일러가 떠돌게 되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일단 언론의 관심과 보도로 인한 스포일러, 고정 시청자나 팬들에 의한 스포일러, 가끔 멤버들이 언론이나 방송을 통해 무심코(?) 노출하는 경우, 제작진이나 스태프 등 관계자들에 의한 경우 등이다.

'남격'의 경우 지난 7월 참가한 '제1회 컴퍼니밴드 페스티벌'과 이달 초 참가한 '거제 전국합창경연대회' 입상 결과와 대회 현장 분위기 등이 언론 보도와 현장 관객들의 스포일러로 전해지기도 했다.

많은 시청자들은 이러한 스포일러들에 대해 반기를 든다. 특히나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추진하는 장기 프로젝트의 경우, 그 미션 수행 과정을 보는 재미가 크고 결과를 예측할 수 없게 만드는 긴장감을 조성하기 때문에 더욱 흥미를 모으는 특징이 있다. 또 '무도'의 김태호 PD처럼 제작진 입장에서도 스포일러에 의연하기는 어려운 터. 공들여 차근차근 준비한 야심작이 방송도 전에 만천하에 공개되는 불상사(?)를 최대한 경계한다.
하지만 '무도'나 '남격'이나 인기가 많고 그럴수록 일거수일투족에 대중의 관심이 쏠리기 때문에 자의와는 상관없이 스포일러의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시청자들의 반응이 뜨거울수록 언론이 취재경쟁도 가열되고 일부 마니아 팬들은 언론보다도 재빨리 프로그램 소식을 공유한다. 인증샷이나 촬영 장면을 찍은 동영상 등을 팬 카페나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려 스포일러를 공유하는 것이다.
흥미진진한 프로젝트의 결과는 호기심과 기대를 자극한다. 스포일러가 야속하긴 하지만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스포일러를 찾아다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상당수 시청자들은 스포일러에 반감을 가지지만 한편에서는 스포일러를 유포하거나 찾아다니는 이들도 적지 않다. 당신의 생각은 어떠한가.
issu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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