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 '이적생' 박현준(24)이 쌍둥이 유니폼을 입고 매 경기 호투를 이어가고 있다. '야신' 김성근 감독도 그의 호투에 꿈속에서 찾기까지 했다.
박현준은 10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전에 선발 등판해 5이닝 동안 삼진 4개를 솎아내며 4피안타 2사사구 2실점(2자책)을 기록했다. SK에서 LG로 이적 후 7경기에 선발 등판해 처음 2 경기에서 2패를 기록했지만 이후 5경기에서는 2승무패를 달리고 있다.
물론 7경기에서 선발투수의 중요 요건인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를 한 번도 올리지 못했다. 하지만 SK에서 선발로 등판하지 않았던 만큼 최대 투구수를 늘려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큰 문제는 아니다.

그렇다면 박현준이 갑자기 팀 승리를 이끄는데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신데델라'로 변신하게 된 가장 큰 비결은 무엇일까. 보통 에이스급 투수들은 좌우, 그리고 종으로 떨어지는 3가지 구종을 자유자재로 던진다. 박현준도 싱커성 직구, 슬라이더, 포크볼을 완벽하게 구사한다. 여기에 LG 김준기 전력분석 과장은 "템포 피칭도 매우 좋아졌다"고 말했다.
▲꼬불꼬불 '3방향 구종'
박현준의 투구폼은 매우 특이하다. 정통파보다는 팔이 낮고, 사이드암으로 보기에는 높다. 정확히 말하면 10시 방향에서 나오는 스리쿼터다. 스리쿼터에서 나오는 최고 구속 151km 직구는 타자 무릎 언저리로 낮게 깔려 들어온다. 옆에서 나온 만큼 공 끝이 싱커처럼 우타자 몸쪽으로 살짝 휘어져 들어간다.
박현준은 우타자를 상대로 120km 중반대 바깥쪽 슬라이더를 던져 카운트를 잡는다. 여기에 속도를 더 낮춰 110km대 커브도 던진다. 여기에 좌우타자를 가리지 않고 130km대 낙차 큰 포크볼을 던진다. 몸쪽, 바깥쪽, 여기에 아래로 떨어지는 볼까지 던지는 만큼 타자들은 타이밍을 맞추기 어렵다. 그나마 가운데로 몰린 실투를 노려 치는 것이 전부다.
▲템포피칭, 타자에게는 4가지 느낌
템포피칭은 같은 폼에서 팔 스윙을 빠르게, 느리게 하거나 또는 폼을 빠르게 가져갔다 때로는 느리게도 하면서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는 것을 가리킨다.
김준기 과장은 박현준이 LG로 이적 후 첫 2경기 동안은 조용히 지켜만 봤다. 박현준은 계속해서 빠른 템포로 일정하게 공을 던졌다. 일명 돌팔매질이라고 한다. 그리고 나서 김 과장은 두 번째 KIA전을 마치고 박현준과 미팅을 하며 템포 조절을 주문했다.
박현준은 정상적인 투구폼에서 포수 미트까지 1.22∼1.30초가 걸린다. 한번은 빠르게, 또 한번은 느리게 가져간다. 퀵 피치 때는 1.05∼1.12초가 소요된다. 이때 역시 빠르게, 느리게를 반복한다. 이럴 경우 타자들은 타이밍을 타이밍을 잡기 힘들어지고, 루상에 주자들도 2루 도루 타이밍을 놓쳐 스타트를 끊지 못한다.
탬포 피칭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8월 13일 목동 넥센전에서 5이닝 2피안타 1실점(1자책)으로 호투하며 데뷔 첫 승을 거뒀다. 박현준은 이후 경기에서도 모두 5이닝 이상을 소화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4경기에서 모두 홈런을 맞은 만큼 몸쪽과 바깥쪽을 확실히 던져 실투를 줄이는 것이 내년 시즌을 위한 그의 숙제다.
LG 박종훈 감독도 "박현준은 가능성이 많은 친구다. 구위도 좋고 마운드 위에서 타자들에게 지기 싫어하는 모습도 인상적"이라며 "아직 경기 경험이 부족한 만큼 실전에서 많이 던지는 것이 중요하다"며 내년 시즌에 더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agass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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