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에서 깬 최진행, '김태균 31홈런' 도전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0.09.11 07: 57

"이제 난 간다. 네가 잘해야 한다".
지바 롯데 김태균이 일본프로야구로 떠나면서 남긴 말이다. 누구에게 남긴 말일까. 자신의 후계자로 지목한 최진행(25)이 그 주인공이었다. 최진행은 김태균의 말을 가슴에 새기며 첫 풀타임 주전으로 성공적인 시즌을 보내고 있다. 그래서 목표도 김태균이 국내에서 기록한 한 시즌 최다 홈런 31개를 넘는 것이었다. 지난 10일 대전 SK전에서 29호 홈런을 터뜨린 최진행은 이제 김태균의 기록에 2개차로 다가갔다.
▲ 부진의 이유 잘 안다

전반기에만 24개의 홈런을 몰아치며 이대호(롯데)와 치열한 홈런 경쟁을 벌였던 최진행은 그러나 후반기 들어 침묵을 거듭했다. 한대화 감독도 부진에 빠진 최진행에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아직 성장한 것으로 볼 수 없다. 계속 이렇게 하면 내년에 더 힘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 한 감독의 말이었다. 하지만 최진행도 알고 있었다. 스스로 자신의 문제점을 잘 파악하고 있었던 것이다.
최진행은 "상대 투수들의 투구패턴은 크게 달라진 건 없다. 유인구에 이어 몸쪽으로 오는 패턴은 예나 지금이나 같다. 시즌 초반에는 가운데로만 던져준 것이 아니지 않느냐"며 "감독님 말씀이 어떤 의미인지 잘 알고 있다. 솔직히 내가 봐도 약점이 드러난 게 맞고, 또 약점도 많다. 감독님이 그것을 일깨우시는 것이다"고 말했다.
한 감독은 "이대호를 보라. 어느 코스든 잘 친다. 상대 투수 입장에서는 던질 곳이 없다"고 했다. 최진행 역시 "(이)대호 형을 보면 어느 코스로 공이 와도 자유자재로 잘 맞힌다. 스트라이크존에서 한 두개 빠지는 어려운 공들인데도 방망이 중심에 잘 맞힌다. 나는 그런 어려운 공들에 대한 대처가 많이 부족하다. 보고 배울 점이 많다"고 인정했다.
▲ 류현진 그리고 김태균
류현진의 장난기 어린 조언도 잠자던 최진행을 깨웠다. 류현진은 최진행에게 "야구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홈런만 치려고 스윙하지 말라"고 말했다. 최진행이 이 말을 꺼내자 류현진은 "내가 언제 그렇게 말을 했나. 홈런 많이 치라고 응원한 것인데"라며 발뺌했다. 하지만 최진행은 "그 말을 듣고 많이 느꼈다"고 했다.
최진행의 남은 시즌 목표는 31홈런이다. 김태균의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 그것을 뛰어넘으려는 최진행이다. 최진행은 "지나고 나서 하는 말이지만 시즌 중간에 허리를 다친 게 아쉽다"며 "쉽지 않겠지만 도전을 안 하거나, 포기하겠다는 건 절대 아니다. 남은 경기에서 한 번 도전해 보겠다"고 말했다. 이제 8경기밖에 남지 않았지만 충분히 달성 가능한 거리다.
김태균 역시 일본으로 떠나면서 최진행에 대해 "실력도 좋고 야구에 대한 열정이 상당하다. 언젠가 분명히 빛을 볼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2군에서 눈물젖은 빵을 먹던 시절 최진행도 "태균이 형은 내 타격의 모델이다. 힘도 좋지만 워낙 정확하고 변화구에도 강하다. 그 자체가 모두 배울 점"이라며 존경의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최진행은 "일본 가기 전 태균이 형이 '내가 가니까 네가 잘해야 한다'고 짧게 말했다. 원래 말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 아닌 형이지만 그 말에 많은 의미가 담겨있었던 것 같다"고 떠올렸다. "요즘에는 시즌 중이고 또 결혼 준비로 많이 바쁜 것 같아 연락을 안한지 꽤 됐다"는 최진행. 우상의 기록을 넘어 당당하게 연락할 수 있을까. 최진행의 홈런과 성장은 지금 이 시간에도 계속해 '진행 중'이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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