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비운' 류현진이 평균자책점에 집착하는 이유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0.09.11 08: 35

"완전 만족이죠".
페넌트레이스가 막바지에 다다른 요즘. 한화 '괴물 에이스' 류현진(23)은 마음을 비웠다. 트리플 크라운이 걸린 다승왕 경쟁에 욕심을 버리고 순리대로 맡기겠다는 입장이다. 류현진은 "(다승왕에) 욕심없다. 무리하지 않겠다"고 자신의 의견을 확실히 했다. 한대화 감독도 "본인 의사가 중요하지만 굳이 무리시키고 싶지 않다"며 다승왕 경쟁에 류현진을 내몰지 않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추격자' 김광현(SK)이 무서운 속도로 쫓아오고 있다는 점이다. 11일 현재 김광현은 16승으로 류현진과 다승 부문 공동 1위인데 SK의 잔여경기가 한화보다 5게임이나 더 많이 남아있어 다승왕 싸움에 있어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또한 탈삼진 부문에서도 163개로 류현진(187개)보다 24개차로 뒤지고 있지만 워낙 상승세를 타고 있어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팔꿈치 상태에 대해 "평소에는 괜찮은데 경기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다"고 털어놓은 류현진은 "팀에서 적극적으로 밀어준다고 해도 지금 상태가 안 좋은데 억지로 하고 싶지는 않다. 타이틀을 위해 무리하고 싶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김)광현이가 안 이기면 그만 아닌가"라며 농을 던지기도 한 류현진은 이내 "광현이가 잘하면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체념했다. 
그런 류현진이 유독 집작하는 타이틀이 있으니 바로 평균자책점이다. 류현진은 "타이틀을 위해 무리하고 싶지 않다"면서도 "평균자책점 만큼은 절대 놓치고 싶지 않다"고 했다. 김광현의 평균자책점(2.29)을 물어볼 정도로 깊은 관심을 보인 류현진은 자신의 1점대(1.82) 평균자책점에 대해 "완전 만족한다"며 웃어보였다. 규정이닝을 채운 1점대 평균자책점은 지난 1998년 정명원과 임창용이 마지막이었다.
사실 과거 류현진이 애착을 보인 타이틀은 탈삼진이었다. '닥터K'로 명성이 높은 류현진에게 잘 어울리는 타이틀이었다. 하지만 성숙해진 류현진은 화려함보다 내실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올해부터 류현진은 "목표는 평균자책점 1위"라며 단 한 점도 내주지 않는 피칭에 주력했다. 팀 전력이 약화된 만큼 자신이 한점이라도 주면 곧 패배라는 투철한 책임감이 평균자책점 집착으로 나타났다.
시즌 초 류현진은 "투수의 생명은 평균자책점이다. 무조건 2점대 초반의 평균자책점을 유지하고 싶다"고 말했다. 류현진의 자신의 목표를 넘어 1점대 평균자책점으로 시즌 종료를 앞두고 있다. 자신의 체중만큼이나 평균자책점도 확실하게 다이어트해낸 류현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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