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둥이' 데폴라, 내년에도 볼 수 있을까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0.09.11 10: 49

지난 10일 대전구장. 한대화 한화 감독은 경기를 앞두고 덕아웃에서 선수들의 연습하는 모습을 유심히 지켜고 있었다. 이때 전날 선발 투수였던 훌리오 데폴라(28)가 덕아웃 앞으로 나타났다. 한 감독은 "어이 데폴라, 나이스 피칭"이라며 엄지손가락을 들었다. 데폴라는 "땡큐"를 연발하며 사람좋은 웃음을 짓더니 라커룸 안으로 사라졌다.
데폴라는 지난 9일 SK와의 홈경기에 선발등판, 직구 최고 구속 152km를 뿌리며 7⅓이닝 5피안타 3볼넷 3탈삼진 무실점으로 국내 무대 데뷔 후 최고의 피칭을 펼쳤다. 류현진이 데폴라의 탈이라도 쓰고 나온 듯 거침 없었다. 다승 단독선두를 노린 김광현이 상대 선발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더욱 인상적인 피칭이었다. 비록 무승부로 끝났지만 한대화 감독도 "오랜만에 선수들이 집중력을 발휘했다"며 만족스러워했다.
올해 한화 유니폼을 입은 데폴라는 선발, 중간, 마무리를 오가며 39경기에서 6승12패2세이브1홀드 평균자책점 4.86을 기록 중이다. 선발등판시 9이닝당 득점지원이 4.13점으로 100이닝 이상 던진 투수 중 류현진(4.11) 다음으로 낮을 정도로 운이 없었으며 팀 사정상 보직을 여기저기 옮겨다니느라 정신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잡을 수 없는 들쭉날쭉한 피칭이 데폴라의 치명적인 약점으로 부각된다. 한 감독은 "지난번 경기에서는 코너워크가 잘 돼 좋은 피칭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좋을 때 좋아도 평소 들쭉날쭉한 게 문제다. 또 성격이 바보 같을 정도로 너무 순하다. 투수는 마음가짐이 강해야 한다. 그래야 타자와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것"이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러나 나이가 젊고 구위가 워낙 좋은 데다 조금씩 적응 과정에 있다는 점에서 데폴라의 재계약 여부가 조금씩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데폴라와 호흡을 맞추고 있는 한화 주전포수 신경현은 "그날 경기에서 데폴라의 공이 정말 좋았다. 난 아무 것도 한 게 없을 정도였다"며 "기복이 조금 있는 편이지만 이제는 국내야구에 많이 적응한 만큼 내년이 되면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데폴라의 생사 여부를 쥔 한대화 감독은 이에 대해 "아직 모르겠다. 지금까지 해온 것만 봐서는 그렇지만 조금 더 지켜봐야 하지 않겠나"라며 일말의 가능성을 남겨두었다.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라커룸으로 사라진 데폴라는 어느새 관중석을 트랙삼아 묵묵히 홀로 러닝에 매진하고 있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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