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저만 보면 '힘내라'라고 하시니까요. 저 괜찮아요. 진짜".
연이어 기회가 날아가면서 착잡할 만도 했지만 웃음을 잃지 않으려 애써 노력했다. 임태훈(22. 두산 베어스)이 대표팀 탈락의 아픔을 딛고 다시 스파이크를 질끈 동여맸다.

2007시즌 데뷔와 함께 두산 계투진의 핵으로 3년 간 활약했던 임태훈은 올 시즌 자신이 원하던 선발로 기회를 얻었으나 잦은 피홈런으로 인해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올 시즌 임태훈의 합산 성적은 9승 11패 1홀드 1세이브 평균 자책점 5.30.(11일 현재)
지난해까지 3년 간 아무리 나빠도 3점 대 초반의 평균 자책점을 기록했던 임태훈이었으나 올 시즌에는 무려 26개의 홈런을 내준 것이 아쉬웠다. 4시즌 간 통산 피홈런이 37개인 것을 감안하면 데뷔 후 70.2%의 피홈런을 올해 다 기록한 셈이다.
"미래 에이스인만큼 기회를 주고 싶다"라며 임태훈의 선발 전환을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던 김경문 감독은 9월이 되면서부터 임태훈을 계투로 재전환했다. 선발 임태훈을 실패작으로 본 것이 아니라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계투 요원 확충을 노린 동시에 오는 11월 광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 발탁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뜻도 숨어있었다. 대표팀에 합류할 경우 임태훈이 선발로 나설 것이라는 보장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임태훈은 이번에도 대표팀에 오르지 못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대표팀에 승선했으나 출국 전 정신적 부담이 더해진데다 연습경기서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바람에 윤석민(KIA)에게 자리를 내주었다. 지난해 극적으로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대표팀에 합류해 맘업맨 보직을 소화했으나 병역 특례 혜택은 얻지 못했다.
WBC 준우승에 공헌했던 선수 중 한 명이었던 만큼 당시 지휘봉을 잡았던 김인식 현 한국야구위원회(KBO) 기술위원장도 올 시즌 임태훈의 활약도에 주목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예년만큼의 위력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 아래 결국 임태훈은 최종 엔트리 승선에 실패하고 말았다.
최종 엔트리 발표 후 "힘내라"라는 격려의 안부인사를 자주 접한 선수 중 한 명이 바로 임태훈. 11일 잠실 롯데전을 앞두고 저절로 "힘 내"라는 이야기가 나오자 임태훈은 씨익 웃으며 이렇게 이야기했다.
"요새 다들 힘내라는 말씀을 많이 하세요. 절 걱정해주시는 마음에 감사할 따름이지만 좋은 이야기도 계속 듣게 되면 저도 솔직히 난감합니다. 무한도전에서 하하의 요새 심경을 정말 잘 알 수 있게 된 것 같아요".(웃음)
병역을 마치고 오랜만에 프로그램에 복귀한 연예인도 예능감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일 때 힘내라는 격려의 이야기가 나오자 고성과 함께 진저리치는 모습이 전파를 탄 바 있다. 임태훈은 "하하씨의 심정을 정말 절실히 느끼는 중이다"라며 흐트러지지 않고 제 모습을 보이겠다는 뜻을 밝혔다.
"제가 잘 해야 태극마크를 달 수 있겠지요. 몸 관리를 잘하고 스스로 노력하면서 좋은 성적을 내는 데 집중하겠습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니까요".
후반기 임태훈은 선발로서 호투하고도 승운이 없었고 대표팀 승선에도 실패하고 말았다. 그러나 그는 그 과정에서 싱킹 패스트볼을 새롭게 익히고 다른 변화구를 연마하며 자신의 무기로 만드는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 아픔 속에서도 긍정적인 사고를 잃지 않은 임태훈이 펼칠 앞으로의 활약상이 더 궁금해지는 이유다.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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