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간 대담한 설전, K리그에 필요하다
OSEN 황민국 기자
발행 2010.09.12 12: 01

"K리그도 팬들에게 이야기 거리를 만들어줄 필요가 있지 않습니까?".
지난 11일 수원과 원정경기를 앞두고 박경훈(49) 제주 감독이 꺼낸 얘기다. 박경훈 감독은 앞서 "제주가 상대적으로 수비가 약하다"고 지적한 윤성효 수원 감독의 발언에 환영한다는 의미로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박경훈 감독은 윤성효 감독의 지적이 반갑다는 입장이다. 치열한 선두 다툼으로 지친 선수들에게 새로운 동기부여가 될 수 있고 다소 침체된 K리그에 새로운 반향을 일으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사실 박경훈 감독이 윤성효 감독의 발언을 반긴 것은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박경훈 감독 본인이 한 차례 설화에 시달린 바가 있기 때문이다. 유명한 '잔디 사건'이다. 전남 드래곤즈가 홈경기에 잔디 관리를 미뤄 제대로 된 축구를 할 수 없다는 하소연이었다. 물론, 축구 전체의 발전을 바란다는 뜻이었다.
박경훈 감독은 "박항서 감독님에게 불만이 있다는 뜻은 아니었습니다. 한국 축구의 발전을 위해서는 더욱 빠르고 재밌는 축구가 필요하고, 그런 면에서 잔디 관리가 필요하다는 뜻이었죠. 그런데 제 뜻이 잘못 전달됐나 봅니다. 박항서 감독님께서 마음이 불편하셨다고 하더군요. 이 자리를 빌어 사과의 말씀을 올리고 싶습니다"고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박경훈 감독은 '잔디' 사건에도 불구하고 이런 설전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박경훈 감독이 경기가 끝난 뒤 윤성효 감독에게 "우리 팀을 누가 수비가 약하다고 그랬는지 윤성효 감독에게 물어보고 싶네요"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행히 박경훈 감독의 의도는 역시 대범한 윤성효 감독의 "제주와 꼭 한 번 더 붙고 싶습니다"는 멋진 대응으로 끝났다.
박경훈 감독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는 알렉스 퍼거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과 아르센 웽거 아스날 감독의 설전이 유명합니다. 물론, 두 감독이 서로를 미워하는 것이 아니라 팬들을 위한 쇼맨십이지요. 그리고 팬들은 두 감독의 설전을 놓고 즐거운 술자리를 가지곤 합니다. K리그도 팬들에게 이야기 거리를 만들어줄 필요가 있지 않습니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stylelomo@osen.co.kr
<사진> 지난 11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경기에 앞서 수원 윤성효 감독(왼쪽)과 제주 박경훈 감독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수원=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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