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하면 상대에게 푹 빠지는 스타일이에요. 그래서 (서로가) 많이 힘들어지죠. 이렇게 되면 일에도 지장이 생기기 때문에 (사람을 만나는 것에) 더욱 신중해진 것 같아요.”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던 9월의 어느 날,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배우 엄태웅을 만났다. 드라마 ‘선덕여왕’의 김유신 이미지가 너무 강했던 탓일까. 처음 만난 그는 약간은 까칠하고 고집스러워 보였다. 그러나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의외의 모습이 발견됐다. 코믹함과 진지함을 넘나드는 캐릭터가 무척 매력적이었다.
엄태웅이 로맨틱 코미디 ‘시라노; 연애조작단’(이하 시라노)으로 돌아왔다. ‘차우’ 이후 약 일 년 만의 스크린 도전이다. 그는 이번 영화에서 ‘시라노 에이전시’의 작전 리더 병훈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사랑에 서툰 의뢰인 상용(최다니엘)이 좋아하는 타깃녀가 과거 연인이었던 희중(이민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갈등하게 되는 인물이다.

“시나리오를 읽고 느낌이 왔어요. 그동안 다른 작품에서 맡았던 역할에 비해 제일 이해하기 쉬웠던 캐릭터여서 편하고 재밌게 촬영했습니다. 제 또래 남자들이 공감하고 보면서 부끄럽기도 할 것 같습니다.”

실제로 지금까지 그가 맡았던 역할들은 표현하기 다소 어려운 캐릭터였다. 드라마 ‘부활’의 신혁이나 ‘마왕’ 오수, ‘선덕여왕’ 유신, 영화 ‘실미도’에서의 원상 및 ‘님은 먼 곳에’ 상길 등 주로 강한 성격과 독특한 느낌의 캐릭터를 연기했다. 그렇지만 실제 성격은 ‘시라노’ 병훈에 가깝다는 게 엄태웅의 말이다.
“영화를 위해 특별히 준비한 건 없어요. 다만 내 얘기하듯 하고 싶어 감독님, 배우들과 술을 많이 마셨습니다. 병훈을 두고 코믹한 캐릭터라고 오해할 수 있지만 사실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인물이에요.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많습니다.”
올해 서른일곱의 적지 않은 나이. 그런 만큼 주위에서도 그의 연애와 결혼에 대한 관심이 많다. 특히 그의 어머니는 아들에게 직접 참한 여성을 소개해주겠다고 할 정도로 적극적이다.
“어머니가 많이 걱정하시죠. 손주도 빨리 보고 싶다고 그러시는데 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기다려달라고 하고 있어요. 연인에게 푹 빠지는 스타일이라 많이 힘들었는데 제 일을 잘 이해해줄 수 있고 엄태웅이란 사람을 저 자체로 봐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어요.”
알다시피 엄태웅은 한 때 모델 출신 여자 배우와 2년여 간 공개 연애하다 지난해 결별했다. 공식석상에 함께 나타나 뜨거운 애정을 과시하는 등 서로에 대한 사랑을 공개적으로 드러내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연예인과 또 다시 사랑에 빠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을까.

“사람 나름인 것 같아요. 인연이라면 연예인이든 뭐든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예전보다 좀 더 신중해진 것은 사실이지요. 좋은 사람이 많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어쨌든 연예인들의 경우 다들 욕심이 많아 희생하는 것보다 희생 해줘야 하는 부분이 많기에 힘들 것 같긴 하지만 합의점을 찾아갈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괜찮습니다.”
이번 영화 ‘시라노’를 찍으면서 그는 동료 배우들과 어느 때보다 돈독한 사이로 지냈다. 특히 최다니엘과는 영화가 끝난 지금도 가끔씩 전화나 문자로 소식을 나누며 우정을 쌓아가고 있다.
“최다니엘과 저는 극중에도 그렇지만 현장에서 라이벌이었어요. 여자 스태프들의 인기도에 대한 라이벌이었는데 라이벌이라 이름 붙이기에도 민망하네요.(웃음) 자주 술을 마시는 자리를 가지면서 친해지려고 노력했어요. 지금까지 찍었던 작품 중 제일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던 것 같습니다.”
엄태웅의 목표는 꾸준히 일하는 배우가 되는 것이다. 반짝 스타로 큰 인기를 끌었다가 쉽게 저무는 사례를 많이 봐와서인지 그에게는 이 점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이뤄놓은 건 없지만 오랫동안 배우로서 일해온 것 같습니다. 지금처럼 일할 수 있는 배우가 됐으면 합니다. 그러면서 하나하나 내 걸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나한테 없는 것에 집착하지 않고 내가 갖고 있는 걸 잘 활용하는 게 목표입니다.”
rosecut@osen.co.kr
<사진>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화보로 보는 뉴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OSEN 포토뉴스’ ☞ 앱 다운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