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징글징글하더라".
한대화 한화 감독이 SK 안방마님 박경완(38)에 대해 한마디로 표현한 것이다. 한 감독은 "박경완은 참 대단하다. 상대 팀 입장에서는 박경완이 포수마스크를 쓰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천지차이다. 볼배합 자체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김성근 SK 감독도 "박경완이 잘 치고 못 치고를 떠나서 마스크를 쓰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팀에는 큰 도움이 된다"며 올 시즌 MVP로 박경완을 택할 정도로 팀 안팎에서 인정을 받고 있다.
박경완이 최고 포수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수치상으로도 이것이 입증되고 있다. 포수라는 포지션은 숫자로 평가하기에는 까다롭다. 여러 변수가 많을 뿐더러 항목이 많지도 않다. 하지만 이런 조건에서도 박경완이 최고 포수라는 것을 확인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없다. 포수 평균자책점과 도루저지율에서 모두 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박경완은 포수 평균자책점이 3.63으로 200이닝 이상 포수로 뛴 선수 중 가장 낮다. 100이닝으로 범위를 넓혀도 두산 용덕한(3.59)을 제외하면 박경완보다 낮은 선수는 없다. 투수들의 능력이 가장 중요하지만 박경완이라는 최고의 조율사가 버티는 SK는 팀 평균자책점에서도 리그 전체 1위(3.71)다. 같은 팀 정상호(3.84)나 이재원(5.51)과 비교하면 더욱 두드러진다. 투수 전병두는 "박경완 선배의 리드대로만 하면 운이 따른다"고 말한다.
도루저지도 빼놓을 수 없다. 박경완은 도루를 76차례 허용했지만 도루저지도 41차례나 해냈다. 도루저지율이 3할5푼이다. 올해 프로야구의 특징 중 하나는 포수들의 도루저지율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리그 평균 도루저지율이 겨우 2할6푼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박경완은 리그 평균보다 1할 가까이 높은 도루저지율을 보임으로써 기동력이 대세인 요즘 시대를 살아가는 포수로서 경쟁력을 확실히 유지하고 있다. 정상호(0.063)나 이재원(0.200)의 도루저지율이 떨어진다는 것을 고려하면 더욱 인상적인 대목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성실함이다. 올해 박경완은 팀의 122경기 중 118경기에나 출장했다. 특히 포수로 홈플레이트를 무려 937이닝이나 지켰다. 이 역시 리그에서 가장 많은 수치. 한대화 감독도 지난 9일 연장 12회 무승부를 떠올리며 "부상이 있는데도 체력인지 정신력인지 12회 끝까지 다 버티더라. 몸이 좋지 않으면 바꿔 달라는 신호를 보내기 마련인데 그런 신호도 보내지 않더라. 정말 대단하다"고 극찬했다. 1972년생인 박경완은 우리나이로 무려 39살. 하지만 박경완에게 '노장'이란 말은 결례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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